대구시의회 시작부터 삐걱…한국-민주 의장단 구성 합의 못해 파행

더불어민주당 불참 속 의장단 선출 회의 열어
배지숙 의장, 장상수, 김혜정 부의장 선출했지만,
민주당, 회의 소집 법률적 하자 문제 삼아···

15:08

대구시의회가 첫 회의부터 삐걱거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회의 소집의 법률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의를 보이콧했지만, 사실은 다수를 차지한 자유한국당이 의장단 배분 과정에서 민주당을 배려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문제였다.

오전 10시 시작한 대구시의회 임시회는 민주당 강민구 시의원(수성1)이 회의 소집의 법률적 하자를 지적하면서 14분 만에 정회했다. 애초 15분으로 예정했던 정회는 한 시간가량 지속된 후 11시 20분에야 속개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5명은 모두 속개한 회의에 불참했다.

▲2일 열린 대구시의회는 원 구성 문제로 한국당과 민주당이 갈등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국당 시의원 25명만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한국당 배지숙(달서6), 장상수(동구2) 시의원이 각각 의장과 제1부의장으로 선출됐다. 또, 민주당 김혜정(북구3) 시의원도 제2부의장으로 선출됐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2일 열린 회의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이 회의에서 선출된 의장단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민구 시의원은 “지방자치법상으로도, 2010년 행정안전부 유권해석상으로도 회의 소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법 45조는 선거 후 첫 임시회는 의원 임기 개시일로부터 25일 이내에 소집한다고 규정하고, 소집은 집회일 3일 전에 공고해야 한다. 법 규정에 따르면 시의원 임기는 7월 1일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1일에 회의 소집을 공고해도 최소 5일에 회의가 열려야 한다. 실제로 대구시의회는 1일에 소집 공고했다. 다만, 긴급한 이유가 있을 경우엔 이와 상관없이 회의 소집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1일 공고하고 2일에 소집할 만큼 긴급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의회사무처는 원 구성을 위해 긴급한 이유가 있었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한 시의원은 “공고라는 건 대중뿐 아니라 당사자에게 명확하게 알려주는 걸 의미하는데, 홈페이지에 올린 것 외에 나는 공고를 받은 게 없다”며 “소집을 기정사실로 하고 안내 문자를 보내온 게 전부”라면서 의회사무처에서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꺼내 보였다.

의회사무처 관계자는 “긴급한 이유가 있으면 소집을 할 수 있다”며 “원 구성을 하지 않으면 의원들 방 배정도 안 되어서 있을 곳도 없다. 다른 시·도 6곳에서도 오늘 다 개회를 했다”고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재차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할 계획을 세우는 등 쌍방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보이콧의 진짜 이유가 한국당의 의장단 독점이어서 이 문제가 풀리면 자연스럽게 다른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의회는 이날 시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출 투표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공개적으로 의석과 당 지지율 등을 고려해 부의장과 6개 상임위원장 중 한자리를 요청했다. 한국당은 재선인 김혜정 시의원에게 부의장직을 내주는 데는 동의했지만, 상임위원장 한자리를 주는 것에는 거부 의사를 보였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선 민주당 시의원들이 참석하지도 않았지만 한국당 시의원 25명만의 투표로 김혜정 시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한국당의 결정을 두고 “끝까지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시의회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민주당 시의원은 “분명히 (부의장도) 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냈는데, 참석도 안 한 자리에서 자기들끼리 이렇게 결정한 건 정말 우리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분개했다.

이날 의장단 선출을 마무리한 대구시의회는 3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회의를 소집한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