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대시민 기자회견을 열어 수돗물 사태에 사과했다. 권 시장은 검출 사실이 알려진 지난 5월 즉시 시민에게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 “환경부가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취수원 이전 문제도 언급했다.
권 시장은 “수돗물 문제로 불안과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린다”라며 “치열했던 선거 과정 중에 발생해 제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다. 공무원의 노력도 미숙하고 부족한 면이 분명히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 축소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은폐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권 시장에 따르면, 대구시는 지난 5월 17일 환경부 주재 회의에서 최초로 과불화화합물 검출 관련 사실을 들었다. 대구시는 시민에게 알리지 않고 매곡·문산 정수장과 구미 하수처리장 수질 검사를 했다.
권 시장은 “조사 결과 발표는 환경부가 낙동강 수계 전체에 관련된 것이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환경부는 5월 29일 최초로 과불화화합물 검출 사실을 밝혔다. 환경부는 당시 낙동강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이 우려 수준은 아니지만, 증가 추세인 상황에서 선제 대응을 위해 해당 물질을 수질 감시항목으로 지정한다고 알렸다.
권 시장은 “수돗물 우려가 폭발한 것은 지역 언론 보도가 직접적인 계기였다”라며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경부에만 발표를 맡기지 않고 우리 시가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대구시가 직접 발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기준이 있었다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겠지만, 없었다. 환경부 발표와 다른 차원에서 더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옳았지 않나 하는 반성이 된다”라며 “앞으로는 환경부에만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시장은 취수장 이전, 가덕도 신공항 문제 관련 입장도 밝혔다.
권 시장은 “우리 시는 취수원을 구미공단 상류로 옮기려 노력했는데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라며 “이 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구시는 물론 관련 지자체, 정부, 국회도 자유롭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구미시를 향해 권 시장은 “구미공단 하류에 취수장을 두는 지역민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달라”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자”라고 요구했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재론할 가치가 없다. 영남권을 분열시킬 수 있는 행동 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권 시장은 ▲수질 검사 항목에 과불화 화합물 포함 ▲구미공단 등 상류 지역 수질 감시 강화 ▲실시간 물 안정성 공개 시스템 구축 ▲분말활성탄 접촉조 설치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TBC>는 지난 21일 “경북 구미공단에서 배출되는 신종 환경 호르몬과 발암 물질이 대구 수돗물에서 다량으로 검출됐습니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 이후 ‘생수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시민 불안이 증폭됐다.
보도에서 언급된 물질은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지난 2017년 4월부터 1년간 연구조사 사업을 통해 낙동강 권역 6개 정수장의 수질을 검사한 결과 검출됐다. 검출 결과, 과불화헥산술폰산은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 평균 5.8㎍/L로 측정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의 과불화헥산술폰산 검출 농도는 5.8㎍/L에서 6월 20일 기준 0.092㎍/L로 감소했다. 6월 29일 현재는 0.162㎍/L로 20일 대비 다소 증가한 수치를 보인다.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아직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설정한 국가는 없으며, 일부 국가만 권고기준으로 관리하는 물질이다.
미국국립중앙도서관 생명공학정보센터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과불화헥산술폰산을 삼키거나 피부에 접촉하면 인체에 유해하다고 나와 있다. 세균이 아니기 때문에 물을 끓이더라도 해당 물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동물실험에서 체중감소,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혈액응고시간 증가, 갑상선 호르몬 변화 등이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