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개원을 앞둔 대구시의회가 바뀌고 있는 시대 분위기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대구시의회는 1995년 첫 동시 지방선거 실시 이후 24년 만에 양당 체제를 맞으면서, 의장단 선출에서부터 새로운 모습을 보일지 관심거리다. 향후 대구시의회 협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시의회는 내달 2일과 3일 이틀 동안 의장과 부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일정을 소화한다. 1995년 대구시의회가 전체 41명 중 무소속 22명과 자유민주연합(자민련, ‘06년 한나라당과 합당) 8명 등으로 구성되면서 전·후반기 의장을 자민련, 무소속 시의원이 맡고 부의장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과 자민련, 무소속이 나눠 맡은 일을 제외하면 줄곧 한국당이 의장단을 독식해왔다.
이번에도 한국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0석 중 25석을 차지한 한국당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당내에서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면 의장(1), 부의장(2) 세 자리와 각 상임위원장 여덟 자리(상임위 6+특별위2) 모두 한국당이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의회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참패한 한국당이 겨우 대구를 지키긴 했지만, 대구도 한국당 지지세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당은 46.14%를 얻는데 그쳤다. 2002년 3회 선거에서 처음 광역의원 비례대표 제도가 실시된 이후 한국당이 얻은 최저 득표다.
한국당은 3회 76.23%를 얻었고, 4회에도 77.61%를 얻었다. 5회 선거에선 55.52%를 얻었지만 공천 문제로 반짝 등장한 친박연합 14.30%를 합하면 69.82%에 달했고, 2014년 6회 선거에서도 69.92%를 얻었다. 정당 지지는 2/3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의석 80% 이상을 차지했다. 때문에 의회 안팎에서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을 한국당이 독식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재선에 성공한 김혜정 시의원(북구3)은 “최소한 부의장 하나와 상임위원장 하나는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당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며 “지금 시점에서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에 부흥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 모습에 대한 평가는 시민들이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안배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시의원들은 김 시의원과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김 시의원은 재선인 본인이 직접 부의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참여연대도 28일 성명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 결과의 핵심은 한국당이 더 이상 독점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광역의원 선거에서 46%를 얻었지만 의석은 25석으로 83%나 차지하고 있다. 소선거구제의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유권자 표심을 따른다면 35%이상 득표한 민주당에게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배분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교황선출방식으로 뽑는 대구시의회 의장과 부의장은 별도 입후보자 없이 전체 의원이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시의원 이름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선출한다. 첫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재투표를 실시하지만, 재투표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최종 투표를 진행한다.
현재로선 한국당 내에서 교통정리가 안 되면서 결과를 예측 할 수 없다. 3선인 한국당 김규학(북구5), 배지숙(달서구6) 시의원은 선수를 앞세워 양보 없는 다툼 중인데다 재선인 같은 당 장상수(동구2) 시의원이 연륜을 내세우며 세 규합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27일 당선자 워크숍을 진행하고 당내에서 정리해보려 했지만 28일 현재까지도 뚜렷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당 소속 한 시의원은 “서로 하려고 해서 아직 합의가 안 되고 있다”며 “당 모습이 안 좋은데, 의회가 화합하고 해야 하지 않겠나.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계속 만나면서 조율할 거다”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