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을숙도에 자리한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김성연)이 준공 1년 4개월 만인 지난 16일 정식 개관했다.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시작되는 여느 미술관들과 달랐다. 한진중공업이 지은 공공건물이었는데 외관이 드러나자 ‘대형마트’ 같다는 비난이 일었다. 지난해 2월 준공하고 5월에 관장이 선임되고 학예팀까지 꾸려졌지만 하자보수 등으로 개관은 계속 미뤄졌다.
개관과 함께 토비아스 레베르거와 패트릭 블랑의 작품으로 미술관 안팎을 꾸미고, ‘아티스트 프로젝트’, ‘미래를 걷는 사람들’, ‘사운드미니멀리즘’ 등 세 편의 전시회를 8월 12일까지 무료입장으로 진행한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은 미술관 정면과 왼쪽 외벽을 덮은 설치 작품 ‘수직정원’을 선보였다. 그는 부산의 식물생태계를 조사하여 현지 식물 175종, 4만4천여 포트를 ‘수직정원’에 옮겨 심었다. 미술관 로비는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가끔이나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은 나 자신뿐이다’전의 대형 설치 작품과 알파벳 벽면 설치 작품으로 꾸몄다.
두 작가의 설치 작품은 미술관 외형을 바꿨고, 상징성 부족을 나무라는 비난을 잠재우며 관객의 발길을 끌었다. 개관 첫 주말 15,000여 명, 둘째 주말 18,500여 명이 미술관을 찾았다. 같은 시기 부산시립미술관과 대구시립미술관 주말 관객은 3천~5천 명 수준이었다.
‘아티스트 프로젝트’전은 전준호, 정혜련, 강애란 작가의 개인전으로 구성됐다. 미술관 의뢰로 제작된 전준호의 ‘꽃밭명도’, 정혜련의 ‘-1의 풍경’은 각각 전시장 구조를 이용하거나 낙동강 줄기를 형상한 작품이다. 강애란의 ‘Luminous Library’는 불빛조명을 발하는 가짜책이 꽃힌 책장을 어린이 도서관 옆에 전시했다.
‘미래를 걷는 사람들’전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증발’, 준 응우옌 하츠시바의 ‘베트남 기념 프로젝트’, 뮌(김민선과 최문선)의 ‘Barricade Monument(Love Parade)’, 강태훈의 ‘인민의 발할라 입성’, 첸 치에젠의 ‘잔향의 세계’ 등을 전시했다.
지문의 ‘사운드미니멀리즘’전의 두 작품은 작은 직류 모터에 연결된 수많은 나무막대와 엽전 모양의 와셔가 각각 종이박스와 바닥면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려준다. 불규칙한 동작이 만드는 소리의 간섭은 일정한 리듬을 만든다.
패트릭 블랑의 ‘수직정원’과 연계된 어린이예술도서관 기획서가 ‘수상한 정원’은 26일부터, 자연주의 애니메이션의 거장 프레데릭 백의 작품을 상영하는 ‘MoCA 가족극장’은 30일부터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