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김부겸’에 머물지 않겠다” 김동식-강민구 대구시의원 당선자

수성구, 김부겸 장관 지역구에서 당선한 시의원들
김동식 86표, 강민구 254표 신승···“경쟁시켜주셔서 감사”
25대 5, 한국당 수적우세 의회, “대화”와 “논쟁”으로

19:05

“한 사람의 투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 행위가 대구 변화에 어떤 영향를 미치는지 절실히 느꼈다”

50.06%, 86표 차이. 말 그대로 간발의 차이로 대구시의원에 당선한 김동식 당선인은 소감도 특별했다. 만약 김 당선인을 지지하는 86명이 투표장에 나서지 않았다면, 44명이 마음을 바꿔먹었다면, 김 당선인은 당선증을 받지 못했을지 모른다.

김 당선인은 전국 동시 지방선거 실시 후 처음 민주당 소속으로 지역구 대구시의원에 당선한 4명 중 1명이다. 수성구에서 당선했다고 해서 벌써부터 ‘리틀 김부겸’이라고 불린다. 바로 옆 선거구에서 당선한 강민구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뉴스민>은 지난 20일 두 당선인을 만나 민주당 최초 지역구 시의원으로서 각오와 고민을 들었다.

▲대구 민주당 최초 지역구 대구시의원에 당선한 김동식(왼쪽), 강민구 당선인.

수성구, 김부겸 장관 지역구에서 당선한 시의원들
“적극적 반대자들 보면서 변화된 대구 느껴”

김동식 86표, 강민구 254표 차이 신승···“경쟁시켜주셔서 감사”

김동식 당선인은 이번이 두 번째 시의원 도전이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무소속으로 나서서 35%를 득표하고 낙선했다.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하는 ‘무소속 좋은 시민 후보’였다. 김 당선인은 4년 전과 현재의 차이를 ‘절박함’으로 꼽았다. 반면 강민구 당선인은 2014년 선거에서 수성구의원 선거에서 당선해 4년간 기초의회를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두 당선인의 각오와 고민은 각자의 경험에 바탕해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우선 김동식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 나서는 자세부터 조금은 달랐다. 김 당선인은 “4년 전에는 의무감으로 나왔어요. 민주당이 시의원을 한 명도 공천하지 않았거든요. 대구시의회 변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의무감에 출마했었죠”라며 “이번엔 꼭 당선되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어요. 여기에서 변화의 성과를 못 내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절박함으로 나선 이번 선거는 4년 전과 분명히 달랐다. 김 당선인은 “하루하루 느낄 정도로 가파른 민주당 상승세를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며 “4년 전에는 ‘어차피 안될 텐데, 에고 불쌍하다. 물이라도 한잔 먹고 해라’는 분위기였다면, 이번엔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분들이 많더라. 그걸 보니까 더 해볼 만한 선거구나, 힘이 나더라”고 선거 운동 기간 중 피부로 느낀 변화를 전했다.

김 당선인은 “50% 이상 득표한다는 건 선거운동 중에 후보가 만나는 사람 10명 중 7명이 지지 표시를 하거나 긍정적 표시를 한다고 보면 돼요. 그 분위기에 비하면 표가 적게 나온 거죠. 마지막 5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보수 결집이 있었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강민구 당선인은 4년간 의정활동과 견줘 변화된 분위기를 느꼈다. 강 당선인은 “경로당을 가보고 뭘 느꼈느냐면, 어머니들이 고스톱을 치고 있으면 4년 전엔 멈추지도 않고 덕담 조금 해주는 정도였다면, 이번엔 딱 멈추시고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자고들 하세요. 저를 맞는 어머니들 태도가 완전히 바뀐 거죠”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 당선인은 “팔십 넘은 할머니 같은데, 선거운동하고 있으니까 1번 찍어야 된다고 하시더라. 매번 찍던 1번이 있잖아요? 그래서 ‘어무이, 1번이 무슨 당인지 알아예?’하고 물으니까, ‘내가 왜 몰라! 민주당이지 왜 몰라!’ 그러세요. 이렇게 의사표현을 분명히 해주는 것도 4년 전이랑은 많이 달라진 모습이에요”라고 선거운동 중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변화한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두 당선인 모두 변화를 몸소 느꼈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아슬아슬한 박빙 승부였다. 김 당선인은 불과 86표 차이로 이겼고, 강 당선인도 254표 차로 신승했다. 때문에 두 당선인은 모두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찾았다.

김동식, “2년 후 총선부터 잘 준비해야···시민사회를 제도권으로”
강민구, “빽 없는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로”
25대 5, 한국당 수적우세 의회, “대화”와 “논쟁”으로

김 당선인은 당장 2년 뒤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부터 민주당이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정말 인물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각 지역위원회에서 총선 출마를 지금부터 준비해서 민주당이 경쟁력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라며 “그렇게 해야 4년 뒤 더 큰 성과를 위한 변화의 틀이 갖춰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예전처럼 선거 앞두고 서울서 대구 내려와서 준비하는 방식이면 다시 역풍을 맞을지도 몰라요”라고 우려했다.

김 당선인은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무엇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 당선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의정 활동을 이끌어 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첫 번째는 잘 가꾸어놓고도 시민들에게 개방하지 않는 체육시설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김 당선인은 “돈 많이 들여 지었으면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형적인 공무원 편의주의로 관리하기 편하게만 운영하고 있어요”라며 “관리를 위해 시민을 통제하는 건 거꾸로 가는 행정이라고 봐요”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지역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도권 안으로 가져가는 일이다. 김 당선인은 오랫동안 대구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아 일한 경험이 있다. 김 당선인은 “우선은 시민사회와 정기적인 정책간담회를 가질 생각이에요. 20년간 쌓아온 분야별 시민운동의 노하우와 자료를 적극 활용해서 제도권으로 들어가지 못한 주장이나 요구를 세련되게 만들어서 조례도 만들고 시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강 당선인은 “복지”에 강조점을 찍었다. 강 당선인은 “냉전체제를 거쳐오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논쟁을 해왔지만 자본주의가 완전히 승리한 거잖아요. 이제는 어떤 자본주의로 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저는 복지자본주의가 길이라고 보거든요. 궁극적으로 복지사회로 가야 하고, 빽 없는 사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죠. 그래서 복지위원회에서 일 하고 싶기도 해요”라고 밝혔다.

강 당선인은 지방선거 운동 기간 생겼던 장애인단체와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과 갈등에 대해서도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돼요. 사실 우리 모두 다 장애가 있거든요. 남에게 그렇게 안 보일 뿐인거죠”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그러는 게 이해가 안 돼요”라고 말했다.

기대가 크고 해야 할 역할이 있지만 두 당선인이 실제로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시의회는 자유한국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5대 5. 민주당 시의원들은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 놓인다. 두 당선인은 수적 열세를 돌파하는 방안에서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김 당선인은 ‘선택과 집중’으로 방안을 설명했고, 강 당선인은 ‘아규먼트(논쟁) 해야죠’라고 방안을 내놨다.

김 당선인은 “4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못 낼 수 있다는 두려움은 있어요. 그런데 4년 뒤에 저쪽 당에서 아무것도 못 하게 막아서 그랬어요. 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잖아요”라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무작정 반대하고, 찬성할 것이 아니라 협력해줄 건 하고, 우리가 필요한 건 잘 설득해서 협력을 받아내는 거죠”라고 말했다.

강 당선인은 “수성구의회에서 다툼이 많았던 건 한국당의 독식 때문이었어요. 그분들은 항상 이야길 하다가도 투표하자, 그래요. 숫자로 누르고 가겠다는 건데 그러니까 강하게 맞설 수밖에 없었죠”라고 수성구의원으로 4년 경험을 바탕으로 말했다.

강 당선인은 “더 큰 힘을 가진 사람들이 배려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약한 사람들은 법률을 따지고, 논쟁할 수밖에 없어요”라며 “제가 제일 4년간 많이 듣고, 화를 냈던 말이 ‘관행이다’라는 거예요. 공무원들도 관행이라고 하는데, 저 앞에선 관행이라고 하지 마세요! 그랬거든요. 시의회도 마찬가지예요. 관행이라고, 다수당이라고 배려 없이 이끌면 따져봐야죠”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두 당선인은 ‘리틀 김부겸’이라는 호칭에 대해선 ‘리틀 김부겸’에 머물지 않겠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김 당선인은 “추종할 생각도, 신앙처럼 모실 생각도 없어요”라며 “지역주의 벽을 허무는 충차 역할을 하는 김부겸과 대구시의회에서 그 지역주의를 깨는 김동식을 리틀 김부겸이라고 하는 건 영광”이라고 지역주의를 깨는 또 하나의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봐주길 바랬다.

강 당선인도 “언제까지 김부겸 장관에게 매달려 있을 순 없는 거잖아요. 대구 시민, 수성구민들이 원하는 것도 그건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김부겸 장관의 행보가 대구에선 못 봐온 것이니까, 그분을 배우고 답습하면서 창조적으로 나가야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