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용(64) 구미시장 당선인은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이다. 20일 오전 <뉴스민>은 구미문화예술회관 내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장세용 당선인을 만나 구미시정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장 당선인은 “보수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보수를 잘 모르는 정당이 오랫동안 지배하면서 시민들을 특정한 담론으로 압도한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라고 구미 시민들의 민심을 설명했다.
장 당선인은 공업도시, 박정희 대통령, 새마을이라는 브랜드로 구미시를 50년 째 끌고왔지만, 시대에 발맞춰 나가지 않은 점을 그동안 구미시정의 문제로 꼽았다.
박정희, 새마을 브랜드 관련해서 쓴 예산이 1천8백억이 넘는다. 1천억을 넘게 들인 새마을테마파크는 운영비 문제로 문도 못 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장 당선인은 “1년에 60억 정도 운영비도 조달해야 한다. 60억이면 웬만한 건물 한 채 값”이라며 “구미에는 어린이회관, 청소년회관, 여성회관이 없다. 제대로된 보훈회관도 없다. 권력을 가진 집단이 가장 많이 동원했던 곳일수록 대우를 안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당선인은 “그 브랜드로 구미를 움직여나간 게 어느정도 성과는 있었다고 본다. 그 성과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선거 기간 동안 ‘도시재생’, ‘공단 분양 문제’, ‘노동자 등 복지 문제’를 중심으로 시정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알렸다.
특히, 장 당선인은 “도시재생은 단순히 재건축이 아니고, 시민들이 모여서 도시를 새로 만들고, 상상하고, 공간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 당선인은 “우리나라 공업도시 가운데 노동자 대표성이 제일 없는 도시가 구미다. 말로는 기업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노동자들은 배제됐다. 알아보니 기업도 잘 배려해주지 못 했고, 노동자로서 자존심을 지켜주지 않은 도시가 구미였다”며 “이런 분위기를 타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3년 째 해결되지 않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문제와 관련해서도 장 당선인은 “노동 문제에 개입도 안 해본 구미시청의 시장이 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대한 성의는 보여야 한다. 어떻게든 시민 여론이라도 잘 만들어서 해결해보려고 한다”고 발혔다.
끝으로 장 당선인은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집권여당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해서 중앙을 압박하는 등 정책을 다양하게 펼쳐서 시민들을 위한 최대의 배려를 추구할 계획”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발전하려면 내부에서 해야 한다. 시민 스스로가 달라져야지, 외부에서 바뀌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시민들에게 그런 점도 호소하면서 잘해나가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Q. 시장뿐만 아니라 시의원, 도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이 결과에 구미시민들의 어떤 뜻이 담겨 있다고 보십니까.
-그동안 구미라고 하면 보수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보수를 잘 모르는 정당이 지배해왔다. 오랫동안 시민들의 선택권도 극도로 제한됐고, 분위기까지 특정한 담론으로 압도한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첫 번째가 아닐까 싶다. 두 번째는 그네들을 지지해줬는데 이제는 시민들을 위해 빵도 못 주는 집단이 됐다. 이에 대한 거부감이 아닐까 한다.
Q. 산동면과 인동(양포동, 인동동, 진미동) 지역에서는 득표율이 과반을 넘었다. 반면, 선산읍, 도개면, 옥성면, 무을면, 해평면, 장천면 등 대부분의 읍면지역에서는 득표율이 20%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앞으로 시정 운영에서도 참고해야 할 것 같다.
-기존 선거에서 읍면 지역은 10%도 채 안 나왔다. 이번에 괄목상대할 정도로 많이 끌어올렸다. 과거의 향수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생각했던 분들은 저를 선택하기 어려웠겠지만, 나름대로 공을 들였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왔다. 심지어 그전에 생각도 못했던 젊은 청년 대표가 시의원(고아읍 선거구 이선우 구미시의원 당선자)으로 당선됐다.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선 것도 있지만, 여전히 시골이 넓은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변화의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Q. 전 남유진 시장은 박정희 관련 사업에 너무 많은 공을 들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로운 구미시장으로서 ‘박정희 고향 구미’에서 어떻게 탈바꿈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정희 대통령이 구미를 상징하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분이 했던 산업화의 결과가 구미에 남아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그분과 자신을 동일한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계산을 따진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사업에 그동안 1,873억 원이 투입됐다. 최근에 지은 새마을테마파크만 해도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썼다. 운용의 문제도 남았다. 누구도 해결책을 갖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 의견을 여러 방향으로 수렴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물을 다 지어놓고도 개방을 못하고 있다.
이 좋은 건물에 이런 내용으로 개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1년에 60억 정도 운영비도 조달해야 한다. 60억이면 웬만한 건물 한 채 값이다. 구미에는 어린이회관, 청소년회관, 여성회관이 없다. 제대로된 보훈회관도 없다. 권력을 가진 집단이 가장 많이 동원했던 곳일수록 대우를 안 해줬다. 그분들을 위한 공간도 없는데 매년 60억 정도를 거기에 쓴다는 것은 부담스럽다. 새마을 테마파크에 자신의 존립까지 거는 사람들도 있고, 태극기를 들고나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Q. 구미에 있는 새마을지원과 이름 바꾸실 계획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행사장에 나오면 새마을 옷을 입은 분이 제일 많다. 오래된 동원 체제다. 물론 자신들이 봉사하러 나온다고 생각하는 그분들 마음도 이해는 된다. 이제는 그런 분들을 동등한 지위로 대우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잘 되려면 민주적인 의식 향상이 필요한데 이 조직처럼 동원체제가 있는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어렵다. 장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새마을지원과보다는 사회단체지원과, 지원이라는 말도 사실 자율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선이라도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고 한다. 새마을이라는 이름을 지운다, 선거에서 총공격을 당했다. 동의를 더 받아야 하죠. 그런데 왜 그걸 공약으로 내걸었냐면, 시장이 되고 난 다음 그런 말을 했다가는 4년 동안 잘했니 못했니 떠들 것 같아서였다. 시민들 의견은 수렴해 나갈 계획이다. 구미역 앞 제일 큰 시장이 중앙시장인데 명칭이 새마을중앙시장이다. 콜택시도 새마을콜택시다.
새마을이 구미의 브랜드다. 구미는 최첨단 공업도시다. 전자, 통신 기기를 만드는 도시이기도 한데 새마을이라는 도시의 브랜드가 도시의 가치를 어느정도 지킬 수 있는가. 산업화 시대까지는 몰라도 지금은 탈산업화, 4차 산업혁명 시대인데 한 가지 고착된 브랜드를 가지고는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공업도시, 박정희 대통령, 새마을, 이렇게 결합된 이미지를 가지고 구미가 움직여나간 게 어느정도 성과는 있었다고 본다. 그 성과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어떻게 도시를 움직여 나갈 것인지 고민이 들어가 있다.
Q. 구미 시민들을 만나면 구미 내 기업 이전 등 경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권력을 잡고 있었잖아요. 박근혜도 그렇고. 그런데도 구미는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젊은 분들에게 엄청난 좌절감을 줬다. 그분들이 현실을 좀 타개해달라고 하는 요구사항이 많았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고 한다. 그런데 7~90년대 기업하기 좋은 도시하고, 지금은 의미가 달라졌다. 과거처럼 기업에만 모든 것을 지원하려고만 했다. 알아보니까 잘 지원도 안 했습니다만, 말로는 기업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노동자들은 배제됐다.
우리나라에서 공업도시로서 울산, 창원, 거제 이런 곳 가운데 노동자 대표성이 제일 없는 도시가 구미다. 10만이 넘는 노동자가 있는데도 노동자 위상이 없는 도시, 노동자로서 자존심을 지켜주지 않는 도시, 기업도 잘 배려해주지 못 했고, 이런 분위기를 타계해달라는 요구가 젊은층을 대거 투표장에 나오게 했다.
Q. 그렇다면 구미시장으로서 해결책이 있다면?
-제가 도시재생전문가 타이틀을 걸었다. 두 번째로 공단 분양 문제. 세 번째는 노동자를 비롯한 복지 문제 해결로 도시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했다. 도시재생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50조 원 조달계획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50년 동안 구미가 크게 변하지 못했고, 낡아가는 도시가 됐다. 문화도시, 예술도시는 낡아가면 멋있어지는데 공업도시는 낡아가면 쓸 게 별로 없어진다.
일단은 원도심이 낡아서 사람이 안 오고, 1공단이 해체되어 나가니까 도시재생으로 접근해보자. 도시재생은 단순히 재건축이 아니고, 시민들이 모여서 도시를 새로 만들고, 상상하고, 공간을 배치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민주주의를 훈련하고, 자기 스스로 민주주의를 체득하는 것이다. 일당독점이 지속했던 구미를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도시로 만드는 게 도시 재생의 출발점이다. 도시재생을 끌고 와서 구미 경기를 살려놓고, 5공단이 비어있으니까 기업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특히, 젊은층이 많다보니까 청년부부들이 많다. 아이들이 놀러 갈 곳도 별로 없고, 교통도 불편하다. 인동에서 구미역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면 멀미가 날 만큼 불편하다. 공업도시다 보니까 빈부격차가 크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급격하게 생활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 노년층도 있지만, 원룸에서 굶어 죽는 사건도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과제가 남았다. 제가 복지를 중요시하는 민주당 시장인데 그런 사건이 생기면 저로서는 치명타다. 현실적인 복지체계 확충, 개선 이런 것들을 해나갈 것이다.
Q. 그런 측면에서 3년째 해결되고 있지 않은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문제 해결에 구미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이 할 일을 다 해봤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와도 안 풀리는 상황이었다. 이때까지 노동 문제에 개입도 안 해본 구미시청의 시장이 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대한 성의는 보여야 한다. 어떻게든 시민 여론이라도 잘 만들어서 해결해보려고 한다. 외국투자기업이다 보니까 국내에서 제한을 별로 안 받고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상위법적인 문제를 좀 더 고민해 봐야 한다.
Q. 인수위 출범과 함께 시민들과의 소통을 많이 강조하셨다. 구미시민들이 어떻게 시정 참여를 하면 좋겠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구미시장으로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 말씀해달라.
-유세를 다니면서 시민들이 이렇게 말했다. ‘선거 때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시장되고도 올 수 있느냐’, ‘시장되면 바빠서 못 오겠지’ 시민들은 원하는 것은 해결을 못 하더라도 같이 와서 고민해주기를 원한다. 들어주기를 원한다.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 것은 ‘명함이 뭐냐’, ‘공약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그리고 ‘이 공약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 ‘육아복지, 교통체계 어떻게 할 것이냐’ 묻기 시작할 때 나름대로 이야기했다. 실행하도록 노력하겠다, 이것은 비전이다, 정주 요건이 좋은 구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해답이 당장 나오진 않지만,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비전만 제시하면 공수표라서 실행력이 따라와야 한다.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집권여당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해서 중앙을 압박하는 등 정책을 다양하게 펼쳐서 시민들을 위한 최대의 배려를 추구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발전하려면 내부에서 해야 한다. 시민 스스로가 달라져야지, 외부에서 바뀌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시민들에게 그런 점도 호소하면서 잘해나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