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대구 북구는 수성구만큼 관심 지역으로 주목 받았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구 북구을 지역구 국회의원이고, 북구을 지역은 젊은 인구가 많아 기존과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기간 중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도 북구청장 선거는 박빙 승부로 예측됐다.
실제 결과는 자유한국당 후보의 약 8%p 차이 승리였다. 여론조사 결과보다 큰 차이였지만 여론조사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좀 더 현실화됐다. 4년전 20석 중 단 2명에 그쳤던 민주당 구의원은 이번에 9명으로 늘었다. 북구 최초 민주당 지역구 시의원도 배출했다. 분명한 변화의 조짐이다.
하지만 기초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재선에 도전해 낙선한 한국당 A 후보는 “만나는 사람들이 너는 될 거라고 하고, 크게 민주당 바람이란 걸 느끼질 못했다”고 말했다. 3선에 도전해 낙선한 한국당 B 후보도 “바람이 이렇게 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전했다. 밑바닥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더 충격이었다.
B 후보는 “기초의원 선거는 나를 찍어줄 확실한 사람을 얼마나 모으느냐에 달렸다. 그렇게 날 찍어준다는 사람이 5천 명이 넘는다”며 “이 정도면 25% 정도 득표하고 된다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얻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북구 모든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30% 이상 득표했다. 한 선거구에선 42%까지 득표하기도 했다. A 후보는 주민들은 조용히 변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후보들이 몰랐던 거 아니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소속으로 재선을 지내고, 민주당 후보로 3선에 성공한 유병철 북구의원도 변화를 체감 못 한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유 의원은 “현역 의원이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한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솔직히 과분한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유 구의원은 32.06%를 득표해 1위로 당선했다.
유 구의원은 “변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예전 같으면 명함을 제대로 받지 않았을 텐데, 명함을 돌려보면 다들 잘 받아 가시더라”며 “그런데 그게 이 정도로 큰 변화로 나타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직접 만나지 못한 주민들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을 많이 지지해주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재선에 실패한 무소속 C 후보는 한 차례 취소 위기를 겪은 북미회담이 재성사된 이후 정당별 지지자들의 결집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C 후보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다시 만난다고 한 후 분위기가 바뀌더라”며 “이전까진 무소속이라도 날 찍겠다던 민주당 지지자가 잘하는데 확실히 힘 실어주자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한국당 지지자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후보들도 체감하지 못한 ‘조용한 변화’는 젊은 동네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헌태 민주당 북구청장 후보는 국우동과 동천동에서만 배광식 한국당 후보에게 앞섰다. 북구 23개동 중 국우동과 동천동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낮은 두 곳이다. 2018년 5월 기준 동천동은 65세 이상 인구가 9.15%, 국우동은 10.31%다. 북구 전체 15.44%보다 5~6%p 낮다.
국우동과 동천동은 북구 최초 민주당 시의원을 배출한 동네이기도 하다. 김혜정 민주당 시의원 당선자는 국우동과 동천동, 무태조야동을 선거구로 하는 북구3선거구에서 득표율 41.15%로 당선했다. 김 당선자는 3개동 중 국우, 동천동에서만 한국당 후보에게 7%p 가량 앞섰다.
이헌태 후보가 고전한 동네 인구 구성을 보면 ‘연령’이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더 뚜렷해진다. 이 후보에게 적은 표를 준 동네 3곳(산격1동·침산1동·고성동) 중 고성동과 산격1동은 북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두 곳이다. 고성동은 28.06%, 산격1동은 27.28%다. 침산1동도 21.34%로 세 곳 모두 북구 전체 비율보다 5.9%p 이상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