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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비과학적이며,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여 또 다른 HIV 감염인을 양산하는 일입니다. 에이즈의 원인은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에 대한 편견입니다. 대구에서 제10회를 맞는 퀴어퍼레이드 축제는 정치적·시민적 권리를 가진 사람들의 평화를 지향하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동성애를 에이즈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일부 혐오집단들이 팽창하고 있고, 신의 이름을 도용하여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이 민주사회를 넘어 인권사회를 지향하는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2016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16~2030)에서는 HIV 감염 증가의 원인이 성 불평등과 배제와 낙인, 차별, 폭력임을 분명히 하며, HIV 감염인의 인권 보장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HIV는 감염경로가 명확하게 밝혀져 있고, 예방할 방법도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PrEP요법(Pre-Exposure Prophylaxis; 노출전 예방요법)’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2017년에는 진단된 HIV 감염인이 꾸준히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타인에게 감염시킬 확률이 ‘0’에 이른다는 미국 CDC의 공식적 발표도 있었습니다. 일부 혐오 집단들은 동성애자를 낙인찍어 테두리 밖에 위치시키려 합니다. 에이즈를 동원하여 집단적 따돌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미국 근본주의 보수 기독교 집단에서조차 극단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그 예로 2013년 6월 미국의 탈동성애 운동단체인 엑소더스 인터내셔널(Exodus International)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그동안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문을 폐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에서 에이즈를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조절하기 위한 정책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HIV 감염은 감소하고 있으나 OECD 국가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서는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한국사회의 HIV/AIDS에 대한 높은 편견과 성소수자에 대한 심각한 낙인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회적 낙인이 만연한 사회의 국민들은 에이즈 검사 자체를 주저하게 되며, 검사를 받지 않으니, 진단되지 않고, 치료도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에이즈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가장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은 바로, 혐오와 차별을 거둬내는 것입니다.
얼마 전 세계가치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또한 동성애에 대해서도 가장 낮은 수용도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은 더욱 심하여 이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비율은 88.1%로 미국의 6배, 스웨덴의 14배가 넘습니다.
한국 사회의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이 같은 거부감은 의학적 무지와 인권 감수성 결여에서 비롯됩니다. 적어도 정치 지도자, 종교 지도자, 교육자와 같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무지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의 존재를 존중하고 그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자세와 인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