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수성구의회는 전체 20석(지역구 18석, 비례 2석) 중 새누리당(자유한국당) 13명, 무소속 4명,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2명, 정의당 1명이 당선했다. 무소속 당선자 4명 중 2명(새누리당1, 새정치민주연합1)은 당선 후 입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무소속 등 비(非)새누리당 구의원들이 협력하며 새누리당에 맞섰지만, 다수당의 힘을 극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수성구는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대구 지역 중 한 곳이다. 2014년 구의원 선거에 단 3명(비례 1명 포함)이 출마하는데 그쳤던 민주당은 전 지역구에 11명(비례 2명 포함)이 출마했다. 수성구에 국회의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영향력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분위기를 감안하면 11명 모두 구의회에 입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적어도 한국당과 민주당 중 어느 일당이 과반을 얻지 못하고 비등한 수로 의석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김성년(40) 정의당 수성구의원 후보는 한국당과 민주당이 비등한 의석을 가지게 되면 의회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김 후보는 “13대 7(자유한국당 13명, 비자유한국당 7명) 때도 의회 운영에 문제가 많았거든요. 이번엔 10대 10? 더 난리가 날거란 거죠. 중간에서 흐름을 알고 조율해줄 사람이 없으면 아마 큰일이 날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은 지난번에 몇 명이 없었는데도 강하게 나왔어요. 이번엔 최소한 7~8명은 들어올 것 같은데, 그럼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단 말이죠. 한국당은 또 그 꼴을 못 볼 거예요. 이걸 조율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저 말곤 마땅히 없어요”라고 자신했다.
김 후보가 ‘중재자’ 역할에 자신하는 이유는 두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수성구의회 부의장직에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 부의장 선거는 김 후보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구의원이 겨뤘는데, 19표 중 11표를 김 후보가 얻었다. 비(非) 새누리당 구의원 뿐 아니라 새누리당 일부도 그를 지지했다는 의미다. 김 후보가 양쪽 중재를 자신하는 이유다.
김 후보는 “제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우는 게 뭐냐면, ‘실력이 다르다. 결과가 다르다’거든요. 실력이 다르다는 게 초선 때 20명 의원 중에 저 혼자 뿐인데도 상임위원장을 했고, 재선을 하면서 부의장을 했다는 거죠”라며 “저 혼자지만 한국당, 민주당 의원들도 김성년은 실력 있다고 인정을 해주는 거예요. 그건 그분들에게도 직접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 후보는 최근의 변화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난 2010년, 김 후보가 처음 구의원에 당선했을 때, 의회 20석 중 19석을 한나라당과 친박연합이 차지했다. 지난 2014년보다 더 심각한 독점 구조였다. 이번 선거에서 김 후보 지역구(고산동)에도 민주당 후보가 나서고, 민주당이 의회 다수석을 노리는 상황까지 왔다. 구의원 3명을 뽑는 이 지역구에는 김 후보를 포함해 8명이 경쟁하고 있다.
김 후보는 “처음엔 민주당 지지율이 높아서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을 하긴 했어요. 김성년을 알아서 저를 지지한 분들도 있겠지만, 한국당이 싫어서 절 찍는 분들도 있으셨을 테니까요. 그런 분들이 이번에 얼마나 빠져나갈지 알 수 없잖아요”라며 “그런데 선거 운동을 하면서 주민들을 만나보니까, 제가 지난 8년을 허투루 보낸 건 아닌 걸 알게 됐어요. 명함을 드리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절 알고 ‘구의원은 김성년 뽑아야 한다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거든요”라고 웃어 보였다.
특히 김 후보는 그동안 자신이 결과물로 내놓은 것들을 주민들이 알아주고 있다고 했다. 2010년 처음 의회에 들어가면서부터 공약으로 내건 고산도서관이 2014년 2월 착공해 2015년 문을 열었다. 김 후보는 “고산도서관 이야길 하면, 고산동 주민분들은 그래요. 반은 이진훈 구청장이 했고, 반은 김성년이 했다고”라며 “지금 와서 다른 후보들이 자신이 했다 해도 그건 안 먹히는 거죠”라고 전했다.
김 후보는 “2014년에 공약한 생활체육센터는 아직 진행은 안 됐지만, 장기계획으로 추진하는 게 구청 방침이고, 청소년문화의집도 2021년 완공을 계획으로 추진 중”이라며 “물론 구의원이 혼자 해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실력으로 공약을 실현시키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다른 당 후보들도 이 공약을 따라오고 있기도 하고요”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당선하면 대구에서 진보정당 소속으로 두 번째 3선 구의원이 되는 김 후보는 수성구에서 더 큰 정치를 계획하고 있다. 김 후보보다 앞서 서구에서 3선 구의원에 당선한 장태수 정의당 시당위원장은 이번에 시의원으로 체급을 올렸다. 김 후보와 함께 이번에 3선 구의원에 도전하는 이영재 전 북구의원은 공공연하게 ‘다음은 구청장 도전’이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김 후보는 “어쨌든 수성구에서 진보정당이 집권하는 게 목표이니까. 구청장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라며 “민주당 정부가 계속 집권하고 여기에서 민주당이 확장하면 버티면서 진보정당의 공간을 지켜야 한다고도 생각하고요. 어떤 방식이 될지, 무엇이 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