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대구경북지역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 출마자가 많다. 다른 정당 후보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선거 결과가 나오면 ‘일당이 독점한다’는 평가를 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후보가 없는데 어떻게 찍어주느냐’고 평가하는 시민들도 있다.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에 나오는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 구절처럼 보수정당 벽을 넘기 위해 출마한 후보들도 있다. <뉴스민>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후보를 소개한다.
“‘아빠 힘내세요’ 해줘”
“아빠, 힘내세요”
여섯 살난 딸 ‘봄’이가 핸드폰 액정 화면 너머에서 응원했다. 모처럼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지난 6일 낮 12시께 수성구 상동 선거사무소에서 김두현(49) 더불어민주당 수성구의원 후보를 만났다. 사무실 한켠에는 야전침대가 놓여있고, 그 위로 이불이 아무렇게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서 주무시는 거예요?”, “아니, 출퇴근해요. 저건 피곤할 때 한 번씩 기절해 있는 곳이고”
김두현 후보는 수성구의원 바선거구(상동, 중동, 두산동)에 출사표를 내고 지난 3월부터 부지런히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우연치 않게 같은 시기 부인과 딸이 해외 봉사활동을 나가는 바람에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됐다. 선거기간 부인이 자리를 비운 건 후보에겐 큰 전력을 하나 잃는 것과 다름없다. 선거법상 후보의 배우자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후보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본다. 예비후보 등록을 한 지난 3월부터 김 후보는 아침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출근해 아침 운동을 나온 주민들을 만나러 다닌다. 새벽부터 출근 준비로 부산스러운 남편과 여섯 살 딸 아이 돌봄을 동시에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도 잘 알기 때문이다. 늦게 얻은 딸 아이 육아를 함께 하면서 육아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오히려 잘 된 거라고 봐요. 와이프는 독박 육아로 힘들었을 거고, 저는 저대로 힘들었을 테니까요”
김 후보는 20년가량 시민운동을 해온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그런 그가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데도 딸 아이가 많은 영향을 끼쳤을지 모른다. 김 후보는 “구의원이 되면 무엇보다 마을 만들기에 힘을 쏟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 건강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거죠”라고 구의원 도전 이유를 설명했다.
김 후보는 “얘기 키우는 아빠로서, 아이들이 이 마을에서 잘 자랄 수 있을까? 먹거리라든지, 안전 문제도 살피고 싶다”며 “후보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아이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후보는 제가 아닐까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현재 수성구 바 선거구는 자유한국당 조규화(69), 박소현(44) 두 후보가 나선 상태다. 두 후보 모두 여성 후보인데도 김 후보가 상대적으로 아이 문제에 자신 있다고 밝힌 이유는 현재 직접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는 이제 직접 육아와 거리가 있는 나이고, 박 후보는 아직 육아 경험이 없다. 김 후보는 “저도 남자라서 여성들만큼 잘 안다고 할 순 없지만, 일상 생활에서 엄마의 마음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진보적 가치를 마을에 녹여내는 일도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김 후보는 “학생운동부터 30년 동안 운동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자 했죠. 인권, 노동, 평화, 장애 여러 가지 시민사회가 가졌던 의제가 있는데, 그런 영역과 가치에서도 조례화하고 보편화시키는 일도 역할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