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초의원 선거 중구 가선거구는 출마자가 9명이다. 대구에서 가장 많은 후보가 나온 곳이다. 동성로 등 대구 시내를 포함하고, 최근 젊은 층에게 ‘핫플레이스’로 뜨는 대봉동, 삼덕동이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말했다.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던 지난달 31일 오후 3시, 대구시 중구 대봉동을 찾았다. 몇 년 전부터 ‘봉리단길’, ‘대로수길’로 불리며 새로운 상권이 형성됐지만, 오후 3시 대봉동은 한적했다. 빌라 건물 골목 사이사이 그늘에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부채질을 했다.
청호맨션 앞에서 만난 주민 박정남(80) 씨는 “이번에 나오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제일 치열하다고 봐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의원 후보 9명을 이미 훑어본 눈치였다.
중구 가선거구(동인동, 삼덕동, 성내1동, 남산1동, 대봉1동, 대봉2동)는 3인 선거구다. 정당 공천이 시작된 4회 지방선거 때부터 자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은 꾸준히 3명의 후보를 냈다. 4회 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3석을 싹쓸이했지만, 5회 선거에서는 1석, 6회 선거에서는 2석을 차지했다.
꾸준히 비자유한국당 계열 당선자가 배출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명씩 꾸준히 출마해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4회 선거에서는 신범식 현 중구의원이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해 낙선했지만, 5회 이훈(당시 민주당) 전 중구의원, 6회 신범식(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중구의원이 당선했다. 6회 당시, 신 구의원은 득표율 2위로 당선됐다.
이번 6.13지방선거에는 진보정당 후보도 처음 출마했다. 정의당 이남훈(39) 후보다. 더불어민주당도 처음으로 이경숙(48), 신범식(71) 후보를 복수 공천했다. 바른미래당 김광석(47) 후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하면 4개 정당이 출마해 지난 5회 선거 이후 가장 많은 정당이 나왔다. 5회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민주당, 친박연합, 미래연합을 포함해 모두 7명이 출마한 바 있다.
박 씨는 “정당은 즈그끼리(자기들끼리) 하는 소리고, 그게 그거고, 똑같다. 당은 볼 일 없고, 지역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 찍어주고 싶은데 그런 사람이 잘 없잖아”라며 정당별 후보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낮은 빌라가 모인 골목은 아직 지중화하지 않은 전깃줄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바로 뒤로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재개발된 곳과 되지 않은 곳이 확연히 구분됐다.
대봉동 샌트럴파크에 산다는 이 모(71) 씨는 “거짓말 안 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며 “우리는 지역이 여기니까 자유한국당을 많이 지지한다. 옛날 사람들은 머리에 들은 게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후보에 대해서도 “그 당은 마음이 안 간다. 우리끼리 모여서 이야기해도 거기는 그렇다”고 말했다.
중구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서구, 남구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보냈다. 지지율 47.54%로 대구 평균(45.36%)보다도 높았다. ‘우리 지역’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는 여전했다.
주민들은 박근혜 탄핵 이후 지지부진한 한국당이 더 잘하길 바랐다. 삼덕동 한 주차장에서 만난 이상훈(68), 이홍규(68) 씨는 “어떤 놈이 나왔는지는 모르겠고,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자유한국당”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이상훈 씨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곧 북한하고 통일될 거같이 말하는데 말도 안 된다. 인건비가 올라서 사람을 쓰고 싶어도 못 쓴다”며 “이런 걸 살릴 생각은 안 하고, 이북하고 통일될 거 같이 하는 건 우리 서민들이랑 안 맞다”고 지적했다.
이홍규 씨는 “우리 대구, 경북은 무조건 자유한국당 지지다. 이번에는 ‘2-나’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여나 자유한국당 후보가 1명밖에 당선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그는 “그래야 한국당 두 놈이 (의회에) 들어가지. ‘2-가’는 남들도 다 찍을 거고, ‘2-나’는 내가 찍어줘야 들어간다”고 답했다.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중구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8.6%로 대구 8개 구·군 중 가장 높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로 분류된다. 대봉동 소고깃집 ‘대봉회관’ 사장 이재욱(47) 씨는 오랫동안 한국당을 지지한 노인층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정당이 나왔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욱 씨는 “누가 당선돼도 똑같다”며 “대통령 바뀌었다고 해서 확 바뀔 수는 없다. 지나고 나면 또 똑같다. 우리도 장사가 잘 안되지만, 안 되는 걸 자꾸 살려 달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정치권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나이대가 많고, 젊은 친구들은 점점 타지로 빠진다. 저도 여기도 학교 다 나오고, 40년 넘게 살았는데 답이 없다”며 “이번에는 바뀌지 않겠냐고 하지만 바뀔 게 뭐가 있나. 바뀔 수 있으면 옛날에 바뀌었을 거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지지가 여전한 ‘중구 가’ 선거구, 꾸준히 1명씩 당선되던 민주당, 첫 도전하는 바른미래당, 정의당, 그리고 무소속 후보들 중 당선자 3인에 포함될 후보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