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그냥 지역이기주의로 결론 남. 사드는 반대하고 홍준표 압도적 지지. 그냥 표심대로 전자파, 방사능 사드 설치해주고 참외는 불매운동해야겠다”
“사드 한 개 더 놔드려야 할 듯. 뭐시 중헌 줄도 모르고”
“다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그리고 그 연원도 깊겠지만 그래도 그렇지요! 문재인이 싫으면 심상정이나 안철수를 찍어야지요! 아니면 투표 자체를 말아야지요! 사드를 강력 찬성하고 성주시민을 개무시 한 후보를 이런저런 이유로 찍어 준다는 게…”
문재인 18.1%, 홍준표 56.2%, 안철수 12%, 유승민 6.9%, 심상정 5.7%. 지난해 5월 9일 19대 대선이 있던 날, <뉴스민>이 보도한 성주 대선 민심 기사에 달린 댓글은 성주를 향한 비난 투성이었다. 상스러운 욕설을 그대로 써놓은 댓글도 있다. 사드 투쟁을 통해 변화하는 경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성주는 ‘답 없는 동네’로 전락했다.
사드 투쟁의 최전선 성주는
어쩌다 ‘답 없는 동네’가 됐나
18대 대선 박근혜 86%
19대 대선 홍준표 56%
역대 최고와 최저 득표율
“사드 때문에 많이 바뀌긴 했지만, 지난 대선 때 결과 때문에 욕 많이 먹었잖아요?
“그쵸, 장수 하겠다. 욕을 하도 먹어서(웃음)”
“전국에서 관심을 많이 받았잖아요. 홍준표 50%를 넘겼고요”
“56%, 다 기억해요”
“문재인 득표율이 20···”
“진보 쪽으로 23%(문재인+심상정) 정도였는데, 대게 욕 많이 먹었죠.
저는 그걸 조금 다르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처럼 경험과 교육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사람은 모르지만,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바뀌기 힘들다는 걸 저희가 이번에 깨달았거든요”
성주 밖에선 성주가 ‘답 없는 동네’로 밖에 안 보였지만, 배미영(39) 씨는 지난 대선에서 절망보다 희망을 봤다. 지난 21일 <뉴스민> 6.13 지방선거 기획 ‘경북민심번역기’ 마지막 방문지는 성주였다. 성주는 ‘경북민심번역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지막 방문지로 낙점됐다. 대선으로 상처 입은 성주는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뚜벅뚜벅 가야 할 길을 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 비하면 성주의 한국당 압도적 지지 정서는 많이 퇴색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86%를 득표했다. 86%는 1952년 2대 대통령 선거부터 직접 선거로 치러진 12차례 대선 중 성주가 1인에게 보인 가장 높은 지지다.
박정희 전 대통령조차도 직접 선거로 선출된 5~7대 대선에서 80%를 넘기지 못했다. 1971년 7대 대선에서 얻은 77.4%가 최대치다. 7대 대선 득표는 박근혜 당선 전까지 단일 후보가 성주에서 얻은 가장 높은 득표다. 아버지 기록을 딸이 깬 셈이다. 그만큼 박근혜에 대한 성주의 지지는 높았다.
반대로 56%에 그친 홍 대표 득표는 한국당 후보가 받은 가장 낮은 득표다. 이전까진 조봉암과 이승만이 겨룬 1956년 3대 대선에서 이승만이 얻은 57.2%가 가장 낮은 득표였다. 홍 대표의 득표는 이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같은 기록에서 희망과 절망은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한국당이 익숙한 성주민들
“40대 이상은 아직 한국당을 좌우하지”
“솔직히 박근혜 보고 찍은 게 아니고 아버지가 잘했잖아”
6.13 지방선거에서도 지난 대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다. 불만은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오랫동안 지지해온 한국당이 익숙하다.
“안주(아직) 성주는, 경북이나 어디나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을 많이 하잖아.
야당을 키워놔야지 정부에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잖아요.
아직까지 성주는 한나라당이 좌우하고 있어요.”“아직 한국당 힘이 세다?”
“그렇지”
“경북 사람들이 한국당을 믿어주는 이유가 뭐예요?”
“안주꺼정(아직까지) 지역감정 없단 소리는 못 하잖아.
더불어민주당이 옛날 민주당이잖아. 그런 관계도 있고.
40대 이상은 아직 한국당을 좌우하지”
성주읍에서 만난 60대 백상기 씨는 한국당이 잘한 것도 못 한 것도 없다면서 ‘그래도 한국당’이라고 말했다. 백 씨와 함께 있던 70살 여모(남) 씨 역시 오랫동안 한국당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여 씨는 “(투표)안 하려고 생각한다. 찍어줄 놈이 없는데 뭐”라며 한국당을 향한 실망을 여가 없이 드러냈다.
여 씨는 “솔직히 말해 갖고, 정치 하는 꼬라지들이 전부 개판이라. 정치인 되면 그저 돈 묵을끼나 없나 찾고. 이완영도 그래가 드갔재(수감 됐지)? 아직 드가진 안 했나? 한국당이라고 뽑아줬더니 전부 그 모양이고 뭐”라고 토로했다. 여 씨가 말하는 한국당에 대한 강한 지지 정서는 박정희로부터 비롯된다. 여 씨 역시 여느 경북의 노인들처럼 박정희에 대한 환상을 깊게 각인하고 있었다.
“솔직히 박근혜 보고 찍어준 게 아니고 자기 아버지가 잘했잖아.
오래 해묵어서 그렇지, 진짜 그 사람이 잘난 사람이잖아.
새마을 사업도 그렇고 전부 박통 있을 때 한 거지
그만큼 우리나라 발전시킨 사람 역대 대통령 중에 어디 있노.
그러이, 관심 있게 꼭 뽑아줘야겠다 싶은 사람이 없어”“박정희만한 사람이 없다?”
“없지, 쿠데타 일으키고 그중에 제일 똑똑한 사람이 박정희였으니께.
그거 잘했다고 당 보고 찍어주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 나(이) 많은 사람은 또 (한국당) 가”“어르신은 안 할 거고”
“하기 싫다니께, 뽑아줄 사람이 없응께”
“동네 분위기는요? 사드도 있고, 박근혜 문제도 있었는데”
“여는 아무래도 따지고 보면 한국당이 많을꺼야.
성주는 그래. 그렇다고 보면 돼.
한국당 나쁘다 하면, 여(기)서는 좋단 소리 못 들어요”
‘이젠 당만으론 안 된다’는 주민들도
“정당을 찾으면 안 돼!” 소리 꽥 79살 노인
바뀐 이완영 위상···“숨어다닌다고”
“조급하지 않게, 나부터 한 사람씩 설득”
여 씨 이야기가 다수 성주 노인층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테다. 하지만 노인층 중에서도 ‘이젠 당만으론 안 된다’고 말하는 주민을 만날 수 있다. 70살 여 씨를 만나고 돌아서 불과 30m 떨어진 상가 앞에서 만난 79살 여 씨(남)는 “정당을 찾으면 안 돼!”라고 소리를 꽥 질렀다. 79살 여 씨는 그런데 왜 여태 한국당만 뽑혔냐는 물음에 “과거하고 지금은 다르지, 세월이 자꾸 바뀌니까”라며 “나쁜 건 바꿔야지, 옛날 것만 생각하면 안 되잖아. 대통령도 바뀌었으니께. 통일 할라고 하고 있잖아”라고 답했다.
성주전통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배 씨도 마찬가지다. 배 씨는 “정치를 잘 모른다”면서도 “성주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지, 어느 당에 얽매이고 이런 건 안 된다”고 말했다.
배 씨는 “나도 이해는 잘 안됩니더. 대구경북은 희한하게 그런(한국당 지지) 게 있더라구예. (민주당이) 나오긴 나왔는데, 어떤 분이 나왔는지 확실히 몰라요”라며 “글쎄, 사드 때문에 조금 달라졌는지, 지난 정부에서 사드 가져다 놨으니까 그런데서 안 달라졌겠습니까?”라고 무조건적인 한국당 지지 분위기를 회의적으로 살폈다.
86%에 달하던 한국당을 향한 무조건 지지세가 한풀 꺾여버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감지된다. 지역구 이완영 국회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1심 재판에서 받은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미영 씨는 과거와 달라진 이완영 의원의 위상을 “숨어다닌다”는 말로 설명했다. 배 씨는 “지금도 이완영 의원이 (성주에) 오고 있어요. 다만 그전하고 다른 건, 숨어다닌다는 거죠. 대놓고 못 다녀요. 시장에서도 사람 많을 땐 안 다니고, 사람 없을 때 다닌다고 해요. 자기네들끼리, 노인회 행사라든지 이런 곳에 가지 젊은 사람들 있는 행사에는 출현을 안 하세요”라고 말했다.
배 씨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삼아 조급해하지 않는다. 변화는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배 씨를 포함해 주민 270여 명이 모여 주민운동단체 ‘별동네공동체’를 창립했다. 그동안 성주에서 볼 수 없었던 주민들의 자발적인 공동체 조직이다. 다가오는 선거에는 사드 반대 싸움에 나섰던 주민들이 직접 군수와 군의원 후보로 나서기까지 했다. 첫술에 배가 부르진 않겠지만, 사드 반대 싸움으로 심어진 변화의 씨앗이 움트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저희가 맨날 하는 구호가 있잖아요. 성주가 바뀌면 경북이 바뀌고, 경북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구호를 많이 하거든요. 크게 한꺼번에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나부터 한 사람씩 설득하고, 나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로 진보정당이나 진보에 대한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깨보자. 원래 저도 보수였잖아요. 이렇게 바뀌긴 했지만, 제가 겪어 보니까 그렇게 바뀌기 쉽지 않아요” 배 씨는 말했다.
[성주=뉴스민 경북민심번역기 특별취재팀]
영상: 박중엽 기자, 김서현 공공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취재: 김규현 기자, 이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