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반대’가 정당 공약?…시민단체, “후보자들 소수자 혐오 발언 멈춰라”

'동성애 반대' 현수막 건 대한애국당 대구시당
대구경북 차제연, 공직 후보자 차별 발언 모니터링 나서
대구선관위, "후보자에 차별 발언 자제 요구하겠다"

14:59

한 정당이 성소수자 혐오 문구를 담은 현수막으로 거는 등 6.13지방선거에 소수자 차별 발언이 무분별하게 나오자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방선거 후보자의 소수자 차별 발언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28일 오전 11시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은 대구시 서구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 후보자의 혐오 발언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대한애국당 대구시당은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로 일대에 “대한애국당은 동성애, 동성결혼을 절대 반대한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또, 대구경북인터넷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권영진(55) 대구시장 후보, 이철우(62) 경북도지사 후보가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는 O/X 퀴즈에 ‘X’표를 들면서 논란이 일었다.

▲대한애국당 대구시당이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로 일대에 건 ‘동성애 반대’ 현수막(사진=대구경북 차제연)

차제연은 “후보자의 공약이 차별과 혐오로 드러난다면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지옥’이다. 벌써 혐오 표현과 선동이 아무런 제재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사회적 소수자는 선거 기간에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또 다른 낙인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밝혔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일부 후보가 동성애를 찬성하느니 반대하느니 하는 질문으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이런 혐오 발언이 공공연한 나라가 대한민국인 것 같다”며 “이제는 혐오 발언을 하면 절대 당선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나서 후보자들을 표로써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도 “특정 정당이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게재하다니 참으로 수준 떨어진다”며 “소수자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오염시키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평등을 이야기하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방선거 기간 중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정당, 후보자들의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HIV/AIDS 감염인, 여성, 청소년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을 감시할 예정이다. 또, 필요한 경우 고발 조치도 검토한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신현홍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등과 간담회를 통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선관위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발언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후보자에게 공문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상 어떤 발언을 하지 말라고 명시해 둔 것은 없다”면서도 “이날 요구사항에 대해서 후보자들에게 관련 공문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