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민> 6.13 지방선거 기획 ‘경북민심번역기’ 열 한 번째 방문지 경북 울진이다. 데이터는 두 개의 울진을 보여줬다.
울진의 선거 연혁 데이터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남부권과 북부권이 선거 결과에서 꽤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울진은 10개 읍·면으로 있는데 각 1개 읍과 4개 면씩 남부(평해읍-매화면-후포면-기성면-온정면)와 북부(울진읍-북면-죽변면-근남면-금강송면)로 권역을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울진은 1914년 평해군(남부권)과 울진군(북부권)이 통합돼 하나가 됐는데, 권역 구분은 통합 전까지 각 군이 관할하던 구역과 동일하다.
지난해 19대 대선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울진에서 각각 21.6%, 52.1% 득표했다. 경북 전체 득표율(문재인 21.7% / 홍준표 48.6%)과 유사했다.
이를 남부와 북부로 나눠서 살펴보면 남부는 각 후보에게 13.4%(文), 66.4%(洪) 지지를 보냈고, 북부는 23.5%(文), 49.5%(洪) 지지를 보냈다. 남부는 북부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10% 가까이 낮았다. 홍 대표에겐 약 17% 높은 지지를 보냈다. 남부권만 놓고 보면 문 대통령 득표율은 경북에서 두 번째 낮은 수준이고, 홍 대표 득표율은 가장 높은 군위군과 같다.
18대 대선에서도 비슷했다. 18대 대선 당시 경북 23개 시·군 중 안동, 경주, 경산, 포항, 영주를 제외한 18개 도시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득표율 80% 이상을 받았다. 울진에서도 박 후보는 정확히 득표율 80%를 기록했다.
역시 남부와 북부로 나눠보면, 남부에서 86.8%, 북부에서 77.2%를 득표했다. 북부는 이때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22.3% 지지를 보냈다. 19대 대선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북부에서 박근혜 득표율은 당시 경북에서 득표율이 가장 낮았던 영주시(78%) 보다도 낮았다.
울진도 남부나 북부 모두 보수 정당 후보에게 높은 지지 의사를 보인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경북에서도 일부 읍·면·동에서 문 대통령이 홍 대표보다 높은 득표를 한 예외적인 사례가 있고, 도시별로 문 대통령이 도시 평균 보다 높은 득표를 한 읍·면·동이 더 있다. 하지만 울진처럼 권역이 나뉘어 공통적인 투표 행태를 보이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뉴스민>이 지난 17일 경북 울진을 찾으면서 특히 북부 지역을 둘러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울진 북부 文 지지 높은 이유는···?
“원자력 직원들이 타 도시 사람이라”
“원래 여가 강원도 아닙니까? 색깔 많이 틀리지”
“울진에서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이 높은 곳이 북면이던데”
“원자력 직원들이 싹 다 서울. 타 도시 사람이 많잖아요.
그렇다 보니 득표율이 많이 안 나왔겠어요?”“원래 울진이 고향이신 분들은 그렇지 않구요?”
“그렇죠. 뭐. 지역적으로도. 저, 지금 야권(자유한국당)이죠? 그쪽으로 많이 가죠”
지난 17일 오후 3시 30분께 울진군 북면 부구리를 찾았다. 북면은 울진 최북단으로 강원도 삼척과 접하고 있고, 부구리에는 한울원자력발전소가 있다. 한울원자력발전소는 북면 부구리와 덕천리를 끼고 상업용 원자로 6기를 가동 중이다. 1981년부터 건설을 시작한 원자로는 88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울진 북면 토박이라는 쉰 살 손 씨는 북면에서 문 대통령 득표율이 높았던 이유를 ‘원전’에서 찾았다. 일자리 때문에 북면으로 이주해온 외지인들이 토박이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는 거다. 손 씨는 경북에서 단 2명뿐인 민주당 출신 단체장 중 1명이 울진에서 배출된 것도 ‘바람(분위기)’과 ‘원전’에서 원인을 찾았다.
“신정 군수, 뭐 바람을 잘 탔지 뭐”
“무슨 바람이요?”
“그때 뭐 한창 데모하고 난리고 그러니까, 그 양반이 잘됐지. 바람을 잘 탔지”
“울진이 다른 지역보다 진보적인 면이 있는 건 아닌가요?”
“여기가 실질적으로 보면 지방 사람(울진 지역민)들이 크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북면을 벗어나면 그나마 많지만, 북면은 외지 사람이 엄청 많죠.
원자력 공사가 진행됨으로써 외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잖아요.
그러니까 그분(신정)도 바람을 잘 탔지 뭐”
같은 북부 지역인 죽변면에서 만난 김창덕(62) 씨는 다른 데서 이유를 찾았다. 김 씨는 울진이 원래 강원도에 포함된 도시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 씨는 “원래 여가 강원도 아닙니까? 강원도에서 경상도가 됐는데, 색깔 많이 틀리지”라며 “강원도는 인물 나오면 그냥 밀어주는 이런 게 있지, 당을 떠나서. 울진이 야당(민주당 계열 정당 통칭) 바람이 많이 세지. 무소속도 많이 됐고”라고 말했다.
김 씨는 민주당 군수 배출 근거도 비슷하게 제시했다. 김 씨는 “여, 무소속 바람 세요. 전에는 김중권이나 신 장군(신정)이나 야당 바람 되가지고(때문에) 군수도 되고 국회의원도 나왔지”라며 마치 여느 경북 도시들과 다르게 독립적이라는 의미로 “여가 제2하와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빠른 남-북 국면 전환에 우려
탈원전 정책 불만도
‘인물론’과 ‘아직은 한국당’
울진 북부 지역이 남부나 다른 경북 도시와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곤 있지만, 이날 만난 주민들이 현 정부에 우호적인 건 아니었다. 김 씨 역시 여느 경북 주민들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너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씨는 “문재인은 그래도 그런대로 하곤 있는데, 대충 보면 여기는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똑같은 놈이라고 표현하지”라며 “문재인은 너무 북한에 퍼주니까, 지금 국민들 살기 힘들잖아요. 그거 때문에 그러는 거지”라고 짚었다.
손 씨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불만이 컸다. 손 씨는 “원자력도 안 되고 경기가 침체되고 있지. 원자력 공사 중단되면서 지역 경기가 확실히 죽었죠”라며 “공사가 빨리 되도록 우리는 원합니다”고 전했다.
손 씨는 이번 선거가 박빙으로 진행 될 거라면서도 “원자력 본부장 출신에 손병복 씨가 안 괜찮겠어요?”라고 원전 본부장 출신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손 후보는 2015년까지 한울원자력본부장을 지냈고,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아 선거에 나섰다. 울진군수 선거는 손 후보를 포함해 강진철 전 부산일보 편집부장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고, 임광원 현 군수와 전찬걸 전 경북도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자유한국당이 우세할 거란 관측이 높지만, 4파전인 만큼 변수는 있다. 죽변면에서 건어물 점포를 운영하는 김창욱(69) 씨는 “나는 당을 떠나서 인물 위주로 찍어요”라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옛날에는 무슨 당이다 하는 게 있었지만, 그게 부질없는 거 같애. 사람이 좋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면 누굴 뽑은들 어때요?”라고 ‘인물론’을 강조했다.
역시 죽변면에서 만난 66살 여성 권 씨는 “민심이 옛날 같지 않아. 말을 다 했는데, 이제는 말이 없어. 이 당, 저 당 누구 좋아한다는 소리를 잘 안 해”라며 “요새 말이 하나도 없어. 전에는 무슨 당, 무슨 당 (좋아한다) 이랬는데. (선거)운동 댕기는(다니는) 사람도 없어”라고 변화된 민심을 전했다.
물론, 여전히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전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죽변1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들은 ‘그래도’, ‘아직은’, 이라면서 자유한국당 지지 의사를 전했다.
“아직 이런 시골은 그래도, 아직 자유(한국)당이 편하지.
옛날부터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이니까.
정치가 바뀐 건 모르지, 젊은 사람들은 바뀌었다고 하는데”“김대중 때도 그렇고, 노무현 때도 그렇고, 문재인도 이북에 많이 퍼주라 하잖아.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을 찍어줄 사람도 많더만은···. 젊은 애들은 아직 모르고”
할머니들은 “늙은 사람은 잘 모른다”며 주저하듯 입을 뗐고, “선거를 해봐야 우리도 판단하지, 뭐 아나?”라면서 기자를 물리고 회관으로 들어섰다.
[울진=뉴스민 경북민심번역기 특별취재팀]
영상: 박중엽 기자, 김서현 공공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취재: 김규현 기자, 이상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