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학남고등학교 역사동아리 ‘기역’은 18일 5.18민중항쟁 38주년을 맞아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변대근 사무국장, 류동인(5.18민중항쟁 당시 목숨을 잃은 故 류동운 동생) 씨 초청 강연을 열었다.
역사동아리 ‘기역’은 지난해 결성 이후 역사를 공부하면서 세월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했다. 학교 1층 중앙에 마련한 작은 ‘평화의 소녀상’도 바자회 등을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설치했다.
이날 오후 2시 학남고 시청각실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두 학생을 만났다. 역사교사가 꿈인 2학년 주왕규(17) 씨는 “동아리에서 역사를 공부하다가 419혁명이나 6월항쟁은 잘 알려져 있는데 518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강연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2학년 김성연(17) 씨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자료를 찾아봤다. 독재에 저항하면서도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 어떤 범죄도 일어나지 않고, 평화롭게 싸운 5.18이 참 매력적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직도 대구에서는 5.18에 대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 비난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알고 싶었다. 5.18항쟁 당사자 초청을 위해 광주의 5.18기념재단에 연락했고, 다른 동아리에도 참여를 제안했다. 16일부터는 학교 1층에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신 분들께 엽서쓰기’, ‘현대사의 시민운동에 대한 문제풀기’ 행사도 마련했다.
주왕규 씨는 “피해자도 있고, 이미 역사적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5.18을 왜곡하는 어른들을 볼 때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했고, 김성연 씨는 “잘은 모르지만 대구의 정치적 분위기나 시민 인식이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이 지역에 사는 분들도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잘못된 사실을 되물림 받은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청각실에 모인 학남고 학생 100여 명은 1980년 5월 대구에서 신군부 퇴진, 광주 항쟁을 알렸던 변대근, 광주에서 시민군에 참여한 형을 잃은 류동인 씨 이야기를 2시간 동안 들었다. 강연을 마치고 나온 류동인 씨는 학교 1층 게시판에 학생들이 적어 놓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엽서 가운데 ‘병든 역사를 위해 먼저 갑니다 -故 류동운 열사’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