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성폭력에 시달려도 교육청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에 따르면, 대구교육청 관할 한 기관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A 씨는 최근 상급자로부터 신체 접촉과 언어 폭력을 당했다. 같은 직장 내에서 지속적인 성폭력에 노출될까봐 두려웠던 A 씨는 소속 기관에 가해자와의 분리를 요구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는 휴가를 다녀왔고, 별도의 조치 없이 다시 같은 근무지에서 일을 시작했다.
11일 오전 11시, 대구교육청 앞에서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와 대구여성노동자회는 ‘대구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앞선 사례 외에도 최근 파악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성폭력 사례도 밝혔다. 상급자나 직장 내 동료가 ▲음란영상을 보내거나 ▲사무실 안에서 허리를 껴안는 등 신체 접촉을 하고 ▲성적 불쾌감을 주는 말을 하는 등 다양한 언어·신체적 성폭력 사례가 나왔다.
이들은 “심각한 문제는 최근 교육현장에서 직장 내 성폭력이 발생하는데도 교육청은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2차, 3차 피해도 우려된다. 교육청은 더이상 직장 내 성폭력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명확한 대응 메뉴얼 마련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대구교육감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도교동 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조직국장은 “직장 내에서 약자인 교육공무직은 성폭력에도 노출돼 있지만, 그 이후 모든 후과도 피해자가 모든 감당하는 현실이다. 상급자로부터 불이익 처우를 받을 수도 있고 불이익을 증명하려면 피해자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라며 “대구 교육현장에서도 여러 언어적, 신체적 성폭력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미투’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데 일상 속 성폭력에는 관심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터에서 속수무책으로 성희롱당하고 있다”라며 “기본적인 조치인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도 안 된다. 2차 가해도 심각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학교 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매뉴얼 마련을 위한 TF팀도 구성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성폭력 발생 시 매뉴얼은 여성가족부 지침을 따르고 있다. 이 지침이 광범위한 측면도 있어 학교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라며 “최근 여성 비정규직 성폭력 사건은 교육청도 파악하고 해당 기관에서 조사하고 있다. 정확한 파악 후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