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2016년 8월 20일 첫 촛불을 켰던 경북 김천 사드 반대 집회가 600일을 맞는다. 12일 저녁 8시 김천역 광장에서 열릴 사드 반대 김천 촛불집회 600일을 앞두고 사드반대김천시민대책위에서 2편의 글을 보내와 함께 싣는다.]
몇십 년만의 추운 겨울이라 했던가. 추운 겨울도 지나가고 봄이 오려나 기다린 3월엔 웬 눈이 그리도 오는지 두 번의 큰 눈에 혹시나 우리 작은 비닐하우스에 눈이 쌓여 찢어지지나 않는지 걱정하면서도 집회에 나와 차디찬 바닥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제 따스한 봄이 되었습니다. 온밭에는 자두꽃, 매실꽃이 만발하고, 길가에 벚꽃도 활짝 피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녁엔 두꺼운 겨울옷을 꺼내 입어야 하는 때가 많습니다. 겨울이 갔나 싶어 옷을 넣었다가 꽃샘추위에 꺼내 입기를 반복하게 하는 날씨였습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엔 일찍 잠자리에 누워 있어도 아픈 나이에 저녁마다 촛불집회에 나오고 있습니다. 2~ 3개월 전만 해도 곧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살았습니다.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고 우리 예술단이 이북엘 다녀오고 이북이 비핵화를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북과 남한은 함께 평화통일을 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리가 아파서 다리에 주사를 네 대씩 맞으면서도 이 자리에 나올 수 있는 걸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제 자신에게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 이 집회에 재능기부를 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목소리를 주신 우리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집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고, 몸 아프면서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나가느냐고 비웃는 등 이런 말, 저런 말, 온갖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내 발밑밖에 모르고, 나라와 평화도 모르는 무지한 인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여러분! 존경합니다. 먼 곳에서 찾아와 주신 분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 추운 날씨에도 간간이 찾아주시고 오늘도 이렇게 많이 김천 평화 촛불집회에 나오시어 김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이 집회에 나오는 것도 수많은 날을 촛불을 들고 있는 여러분들의 끈질긴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 김천은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과, 많은 과일이 있는 인심 좋은 동네, 동네입니다. 정말 사람이 살고 싶은 곳 김천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그러니까 우리는 이 땅에서 꼭 사-드를 물리쳐야 합니다.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저 사-드를 물리쳐야 합니다. 사-드를 반드시 뽑아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제일 싫어합니다. 작은 약속이건 큰 약속이건…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인간을 제일 싫어합니다. 우리 정부는 약속을 지키십시오. 임시배치라는 불법 사-드를 미국으로 돌려보내시고 소성리를 다녀간 국회의원, 누구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선거만 끝나면 틀림없이 사-드는 가져갈 것이라고 약속한 그 국회의원은 책임지고 빨리 사-드를 뽑아내십시오.
우리 김천 시민은 촛불집회 600회에서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사랑합니다. 사드 뽑고 평화통일 이룩하자! /이봉란(김천 농소면)
600일, 한결같이 사드 없는 평화를 위해 투쟁의 촛불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어도, 박근혜는 감옥에 갔어도, 박근혜의 불법은 소성리롯데골프장에 그대로, 아니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불법들, 적어도 박근혜의 방식은 더 이상 아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마는 박근혜보다 더한 불법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남북대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가 이곳 소성리와 김천에도 하마나 불어올까 흰머리 치켜들고 굽은 허리 꼿꼿이 펴보지만 앞으로 총을 겨눈 군인과 가시철조망만 더 단단히 도사리고 있을 뿐 이 정부는 끝내 묵묵부답입니다.
다음주에 사드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인자한 폭정’이 예고되었습니다. 다시 온몸으로 저항할 것입니다. 박근혜의 방식으로 공사를 밀어부치겠다는데, 눈앞에서 벌어지는 야만의 불법에 맞서야지요. 그것이 4·3 아니었던가요? 광주의 5·18이 그것이었고, 1987년의 함성이 그것 아니었던가요? 지난겨울 광화문 촛불로 찾은 봄날들이 그것 아니었던가요?
농사일로 직장으로 집안일로 바쁘고 힘들어 지금은 백여 명 남짓하지만 그래도 서로 보듬켜 매일 촛불을 들고 사드 없는 봄의 평화를 외치는 우리에게 작년 4월 26일, 9월 7일, 11월 21일 군홧발의 기억으로 치떨리게 하는 ‘사드 공사 강행 예고장’이 아니라 “사드 가고 봄이 온다”는 초대장을 받아들기 위해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릅니다. /이종희(사드반대김천시민대책위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