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구 동구청장 예비후보인 최해남 전 대구시 환경녹지국장이 출마 전 촛불집회를 비판하고, 태극기 집회를 옹호하는 칼럼을 언론에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는 탄핵에 부정적인 글을 쓰기도 했다.
최해남 전 국장은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칠 때일수록 아닌 쪽, 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식인으로서 역할”이라며 “민주당을 폄하하거나 한국당을 올리는 글을 쓴 게 아니다. 기존의 민주당 분들 중에서 그런 측면에서 마음이 아픈 분이 있다면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2002년 첫 수필집 발간 후 2014년까지 수필집 세 권을 발간하기도 한 최 전 국장은 2014년부터 대구 지역 일간지에 (부)정기 칼럼을 기고했다. 확인된 것만 총 35차례, <매일신문>, <영남일보>에는 부정기 칼럼을 기고했고, <대구일보>에는 2016년 11월 16일부터 지난해 12월 26일까지 1주~3주 간격으로 정기 기고했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에 부정기 기고를 하던 2014년 5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1건은 신변잡기 소재로 자기 성찰적이거나 지역 현안, 또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내 현안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대구일보>에 정기 기고를 하던 2016년 10월 박근혜 게이트 국면부터 2017년 5월 대선 기간 쓴 칼럼에서는 촛불집회에 대한 비판 등이 담겼다. 대선 기간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부정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대선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기고한 글 12건도 ‘좌·우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는 식의 무난한 결론으로 귀결되곤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 청산이나 개혁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를 유지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언론 기고 35건
“촛불집회만 연일 대서특필, 반대 목소리 외면해버려”
박근혜 탄핵 부정적, 박영수 특검팀 비판적 시각 드러내
지난해 헌법재판소 박근혜 파면 선고 8일 전인 3월 2일 <대구일보>에 기고한 ‘태극기 집회와 노마지지(老馬之智)’는 촛불 집회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강하고, 태극기 집회에 대한 옹호론이 드러난다.
최 전 국장은 이 글을 통해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나름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라며 “공정해야 할 언론은 흘러나오는 설만 가지고 검증 없이 보도하기에 바빴다. 촛불집회만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반대 목소리는 외면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최 전 국장의 주장과 달리 당시는 대통령 탄핵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었다. 한국갤럽이 그해 2월 7일부터 9일까지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7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이 79%에 달했고, 반대는 15%에 그쳤다.
최 전 국장이 글을 기고할 무렵인 2월 28일, 3월 2일 이틀간 1,01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찬성 77%, 반대 18%로 나타났고, 당시 여론조사 결과 대부분이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그렇지만 최 전 국장은 이 글에서 탄핵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론 재판을 벌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최 전 국장은 “대통령 탄핵 소추를 하려면 먼저 헌법 위반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특검부터 해서 그 결과에 따라 탄핵을 해야 함에도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광장 여론만으로, 다수의 힘으로 덜컥 탄핵의결부터 해버렸다”고 짚었다.
뿐만 아니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두고 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도 비판했다. 최 전 국장은 “(특검이) 박 대통령 쪽에는 시퍼런 칼날을 세우면서 왜 김수현 녹음파일이나 고영태에 대한 수사는 감춰 두거나 미온적인지 모르겠다”며 “만약 세간의 말처럼 누군가의 기획에 의해 사건이 불거졌다면 이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 특별검사의 책무가 아닌가”라고 했다.
최 전 국장은 박근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때도 ‘촛불’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같은 해 4월 27일 <대구일보>에 기고한 ‘대통령을 선택한 기준’에서 최 전 국장은 “오죽하면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촛불’ 하나면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을까? ‘광우병 촛불’이 그러했고, ‘대통령 탄핵 촛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같은 글에서 최 전 국장은 “표를 얻으려고 군복무기간을 턱없이 낮추는 후보와 북한에 마구 퍼주기 식 공약을 내놓는 후보는 곤란하다”거나 “인기 위주의 분배와 복지 정책은 매우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비판했다.
대선이 끝난 직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홍준표 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1위를 한 ‘TK(대구경북)’를 치켜세우는 글을 쓰기도 했다. 5월 17일 <대구일보> 칼럼 ‘TK 목장의 장미 울타리’는 “TK목장의 울타리에 빨간 넝쿨장미가 피었다. 모처럼 바라보는 참 아름다운 정경”이라면서 은유적으로 한국당의 TK 지역 대선 득표 1위를 긍정 평가했다.
이 글에서 최 전 국장은 “대통령 선거는 성숙된 TK 목장의 모습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선거가 끝나자 다른 지역의 친구로부터 ‘역시 TK’라는 전화를 받고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아무렴 그렇지 다른 쪽을 1% 미만으로 품어서야.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이제야 TK가 복원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글에서 최 전 국장은 TK 지역의 정치적 쇄신을 주장하면서 글 말미에 “내년 지방선거는 TK 목장의 울타리에 더 붉고 아름다운 넝쿨장미가 만발하기를 기대해 본다”고 썼다. 글머리에서 한국당의 TK 대선 득표 1위를 “TK 목장의 울타리에 빨간 넝쿨장미가 피었다”라고 표현한 걸 보면 이 역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승리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론 치우칠 때 진정시키는 것이 지식인 역할”
“대통령은 대화합 정신 있어야 한다고 한 것”
“구태의연한 TK 한국당 경종 울리기 위한 글”
최 전 국장은 26일 <뉴스민>과 만나 해당 글들에 대해 “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칠 때일수록 아닌 쪽, 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을 폄하하거나 한국당을 올리는 글을 쓴 게 아니다. 기존 민주당 분들 중에서 그런 측면에서 마음이 아픈 분이 있다면 양해를 구한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제가 찾아간 것도 아니고, 인재 영입 요청으로 들어가게 됐다. 자유한국당 유력후보였던 제가 탈당하고 욕먹는 것 까지 감수하면서 들어간 사람한테 칼럼 때문에 비난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전 국장은 ‘태극기 집회와 노마지지(老馬之智)’에 대해 “저는 그럴 때(여론이 한쪽으로 치우칠 때) 그런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때일수록 그렇게 쓰는 사람이 있어야 우리가 진정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럴 때 그런 글쓰기가 아주 위험하고 힘들다. 위험하지만 그렇게 쓸 수 있어야 진정한 지식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 공약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이 온고지신이다. 대통령이라면 대화합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쓴 것”이라며 “군 복무 문제는 자유인으로서 군 생활을 해본 경험상 너무 단축하는 건 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생각을 밝힌 거다. 지금은 민주당인으로서 대통령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TK 목장의 장미 울타리’에 대해서도 “TK 한국당을 비판하는 글”이라면서 “구태의연한 생각을 안 버리고 있는 한국당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글이었다. 지금 이렇게 민주당으로 온 것도 반성하지 않는 한국당 지도부에 실망해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