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주년 세계 여성의 날, 대구 수성경찰서와 수성구의원 8명이 대구 성평등 걸림돌상에 선정됐다. 이와 더불어 대구 동성로에서는 ‘미투(#me_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과 ‘위드유(#with_you, 피해자와 함께하겠다)’ 운동에 동참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8일 오후 4시 30분, 지역 여성단체와 정당 등 34개 단체가 참여한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25회 대구여성대회조직위원회’는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라는 구호를 내걸고 25번째 대구 여성대회를 열었다. 참가자 200여 명은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me_too(나도 고발한다)”, “#with_you(피해자와 함께하겠다)”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조직위는 이날 대구 ‘성평등 걸림돌상’에 수성경찰서와 대구 수성구의원 8인을 선정했다.
수성경찰서는 올해 초 데이트 폭력을 신고하러 온 피해자에게 상담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등 2차 가해로 물의를 빚었다. 조직위는 “경찰 조사에서 2차 피해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경찰을 신뢰할 수 없게 함으로써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관련 기사 : 대구지방경찰청장, 수성경찰서의 데이트폭력 수사 중 인권침해 사과)
대구 수성구의회는 지난해 말, 정애향 수성구의원(더불어민주당)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서상국 의원(무소속) 제명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조직위는 “수성구의회 내 성추행 가해 의원 제명에 반대한 8명의 의원들은 동료 의원의 성추행을 목격하고도 방관했고, 가해 의원 제명에 반대해 성평등한 의회 만들기에 심각한 걸림돌이 됐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강제추행 피소 서상국 수성구의원 제명안 결국 부결)
‘성평등 디딤돌상’은 정애향 의원이 받았다. 조직위는 “지역에 만연하는 성차별적 권력주의에 대항해 여성들의 저항을 알리고, 이를 계기로 정치권의 성평등을 위해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정애향 의원은 “보수의 심장에서 20년 동안 민주당, 여성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숱한 비난과 괄시, 한계에 부딪힌 일도 많았다”며 “저 또한 이번에 겪은 일을 공유하면서 더 이상 같은 피해자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대구에서 사는 모든 여성들을 위한 진정한 성평등이 실현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또, 수년간 지속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했던 전국협동조합노조 성서농협지회도 ‘성평등 디딤돌상’을 공동 수상했다.(관련 기사 : ‘성희롱’, ‘폭언’ 대구성서농협 간부, ‘정직 6개월’로 해고 결정 번복 논란)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선정한 ‘성평등 걸림돌상’ 6개 가운데 대구은행,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포함됐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들불처럼 일어나는 미투 운동이 우리 여성들이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과 일상을 위협받는 불안에 살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며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미투 특위’를 통해 아직 세상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여성들과 함께 끝까지 손잡고 갈 것이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페이스북 페이지 ‘미투운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특별위원회‘를 개설하고, 메시지 등을 통해 미투 제보를 받는다. 이들은 상담과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가해자 처벌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여성대회 참가자들은 ▲성별임금격차 해소 ▲젠더폭력 근절 ▲낙태죄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성평등 개헌 ▲여성 대표성 확대 ▲생리대 무상 제공 등 핵심 여성 의제를 요구하며, 동성로 일대를 행진하는 ‘3.8 퍼레이드’를 벌였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대구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는 ‘3시 STOP’ 조기 퇴근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