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측백나무 숲은 우리 엄마가 자식 낳게 해달라고 물 떠 놓고 빌던 곳입니다. 자식 잘되라고도 빌고 정월 보름에도 고사 지내고. 그래서 내가 명이 이래 깁니다. 나도 물 떠 놓고 촛불 켜놓고 자식 잘되라고 비는 곳인데, 나무가 많이 죽었습니다”(대구시 동구 불로동 주민 이글수 씨, 86)
한국도로공사가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대구4차순환로) 도동IC구간 공사를 재개하자 지역 주민들이 대구시 동구?도동 측백나무 숲이 고사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 측백나무 숲은 최근 10년간 1,150여 그루에서 700여 그루로 개체수가 감소해 지역 주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민들은 경부고속도로·대구포항고속도로 공사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했다고 보고, 한국도로공사에 대구4차순환로 공사를 측백나무 숲에서부터 520m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도로공사는 해당 구간 공사를 시작했다가 주민들이 반발하자 협의를 위해 공사를 중단했지만, 8월 초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현재 도동IC의 끝 부분인 파군재삼거리에서 벌목작업과 횡단교량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횡단교량공사를 두고 “주민과 시민사회의 동의 없는 공사”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도로공사 측은 “측백나무 숲과는 상관없는 공사”라며 공사를 지속하고 있다.
17일 오전 11시 대구시 동구 도동 측백나무 숲 앞에서 주민 20여 명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도동측백나무숲지키기범시민운동본부(운동본부) 결성 및 한국도로공사, 대구시 규탄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측백나무 숲은 최소 1천 년 이상 자생한 측백나무 군락이다. 대구 4차순환선 안심-지천간 도로공사로 코앞 280m에 고가도로가 놓이면서 때문에 숲이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속도로를 지나는 자동차의 매연으로 환경이 오염돼 측백나무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여긴다. 이들은 “2008년 문화재청의 조사결과 2003년 1,156그루였던 개체수가 2008년에는 700여 그루로 줄었는데, 이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와 이곳을 지나는 차들이 내뿜는 오염덩어리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도로공사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추진한다고도 지적했다. 당초 한국도로공사의 공사계획이 측백나무 숲으로부터 520m 떨어진 곳으로 공사한다는 것이었는데,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도로를 280m 부근까지 앞당겼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도로공사와 대구시에 △주민 동의 없이 착공한 모든 공사 중단 △도로를 원안인 520m 이상 이격해 공사할 것 △측백나무 숲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 강구 △주민설명회 개최를 요구했다.
박정우 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대구시의 설계변경 요청으로 예산 10억 원이 국가예산으로 배정됐는데 아직 사용신청도 안 했다. 측백나무 숲 앞 구간의 고가도로 건설 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이라며 “도로공사의 일방적 공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천연기념물 1호인 측백나무 숲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종현 한국도로공사 대구순환건설사업단 과장은 “갈등조정위원회의 협의를 거쳤다. 지금도 의견을 조율하고 기존 기본설계 당시 거리였던 500m 수준으로 다시 설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설계도 문화재 법에도 환경적으로도 영향이 없어 허가는 받은 것이지만,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