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회 지방선거가 실시된 후 23년 만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처음으로 대구시장 후보자가 복수로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를 공식화해 경선 가능성이 높아졌고, 기초단체장 선거에도 전 지역 출마를 공언했다. 95년 첫 지방선거 이후 지난 2014년 6회 지방선거까지 더불어민주당은 시장 후보를 세 차례만 냈고, 그마저도 단일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모양새였던 게 사실이다.
1일 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서 민주당의 대구시장 후보 경쟁도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 17일 박성철 전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한 후 두 번째였다. 이상식 전 실장은 ‘젊은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김부겸 장관 같은 대단한 거물이 오시면 한 번 겨뤄보는 것도 영광”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이 둘 외에도 민주당에선 2~3명의 후보군이 더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승천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은 오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자 등록일인 13일 대구로 내려와 의미 있는 장소에서 다시 출마를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이승천 전 수석은 “정확하게 결정한 건 아니지만 12일쯤 출마 선언을 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13일 대구로 내려가 2.28기념탑이나 신암 순국선열공원, 충혼탑 등 대구에서 의미 있는 장소 중 한 곳을 찾아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도 출마 준비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김 원장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마 여부를 좀 더 지켜본 후 출마 선언을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원장은 “김부겸 장관의 거취를 두고 본 후 판단할 것”이라며 “김 장관이 출마하시면 경쟁력이 있으니까 김 장관을 도와 대구 변화에 힘을 합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직접 출마해 더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대구시장 출마론이 꺼지지 않고 있는 김부겸 장관까지 포함하면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군으로만 4~5명인 셈이다. 김부겸 장관은 거듭해 대구시장 출마를 부인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 김 장관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재용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당원이나 시민사회계에서 김부겸 장관이 출마해야 하는 거 아니냐, 출마 요청 서명운동 이야기도 나온 건 있지만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건 아니”라며 “중요한 건 김 장관 개인 판단이지만 저에게도 김 장관을 출마 시켜야 한다고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장관 출마 변수 배제 못 해
복수 후보 난립···경선룰 두고 셈법 다양
이상식, 시민 경선 언급
김부겸 장관이 출마를 결정해도 경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락 원장은 김 장관 출마 시 불출마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승천 전 수석은 “경선 문제는 그때 결정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고, 이상식 전 실장 역시 “겨뤄보는 것도 영광”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경선을 하면 경선룰 결정을 두고 후보자 간 셈법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당내 지지세가 확실한 후보자들은 당내 경선을 선호하겠지만, 당내 지지세를 확신할 수 없는 후보자들은 시민 경선 등 열린 경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에야 민주당에 입당한 이 전 실장은 1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에서 “흥행을 위해 경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하다면 후보간 합의에 의해 작년 대통령 선거 때 했던 시민 경선 같은 방법도 도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시민 참여 경선을 언급했다. 지난해 민주당은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대선 후보를 확정했다.
반면 2010년 한 차례 민주당 후보로 대구시장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이 전 수석은 “경선 룰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시민 경선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며 “중앙당이 정하는 기본 룰이 있을거다.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대구 상황에 맞도록 후보간 논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시민 경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입장을 전했다.
김용락 원장은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 후보를 정하는 것이니만큼 당원 50%, 시민 50% 정도가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시민 참여 경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초단체장 후보 영입에도 공들여
6회까지 지방선거서 4명 출마가 최대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후보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6회까지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구에서 전 지역 단체장 후보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새정치국민회의 시절인 1998년 2회 지방선거(동구, 남구, 수성구, 달서구)와,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6년 4회 지방선거(중구, 동구, 북구, 달서구)에서 4개 지역 단체장 후보를 낸 게 최대였다. 물론 당선 경험도 전무하다.
현재까지 가시화된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는 서구청장 후보에 김혜정 대구시의원, 북구청장 후보에 이헌태 북구의원, 수성구청장 후보에 남칠우 대구시당 부위원장 정도다. 남칠우 부위원장은 오는 8일 수성구청장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최완식 대구시당 청년위원장이 동구청장, 노상석 법무사가 중구청장이나 수성구청장, 강민구 수성구의원이 수성구청장, 이유경, 김성태 달서구의원, 박종길 대구시당 지방자치위원장, 권오혁 전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등이 달서구청장 출마를 고민 중이다.
민주당 대구시당 핵심관계자는 “동구나 중구, 북구, 남구 등은 대구 지역 유능한 공직자들 중 의사가 있는 이들을 시당위원장과 홍의락 의원 등이 추가로 접촉하고 있다”며 “추가 영입을 통해 경쟁 구도를 만들려고 알아보는 중인데 속도가 더디다”고 추가 영입 계획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