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8월 29일)부터 겨울까지 농성하는 동안 왜 이러느냐고 물어보는 검사 한 명이 없었습니다. 면담을 요구하니 업무방해라고 출석 요청하고, 내일 천막 농성 철거하면서 마지막으로 항의서한 전달하러 왔는데 노승권 지검장은 뒷문으로 퇴근했다고 합니다. 항의서한 한 장 받는 게 뭐가 그리 힘듭니까”
31일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불기소 처분 검찰 규탄 집회 후 대구지방검찰청 노승권 지검장에게 전달하지 못한 항의서한을 읽기 전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2015년 7월 해고된 노동자들은 아사히글라스 히라노 다케시 대표이사 등 13명에 대한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검찰 손에 넘어간 사건은 2년이 지났고, 2017년 8월 29일 기소를 촉구하며 대구지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지만, 검찰(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12월 21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노조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불기소 처분은 이해할 수 없다”며 대구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다시 검찰 손에 사건을 넘긴 노동자들은 농성을 마무리하면서 지검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직접 전달하려 했지만, 그조차 무산됐다.
이날 오후 5시 20분부터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과 금속노조 조합원 2백여 명은 7시 45분까지 2시간 동안 대구지방검찰청사 앞에서 연좌하며 항의서한 전달을 시도했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자 자진 해산했다. 대구지검 앞 인도에 설치한 농성도 내달 1일 오전 마무리 짓는다.
노조가 전달하려던 항의서한에는 두 가지 요구가 담겨 있다. 하나는 대구고등검찰청이 아사히글라스를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해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김천지청에 대한 의혹 해소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로부터 비위 문제로 감찰을 받았던 김천지청 정승면 지청장이 30일 자살기도한 사건을 언급하면서 정 지청장이 아사히글라스와는 부적절한 관계가 없었는지 의혹을 제기하고, 정승면 지청장, 김도형 검사의 면담기록과 정 지청장의 차명계좌 거래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대구지검 앞 농성을 마무리하는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은 1일 서울 국회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대하는 노동부·검찰의 문제점을 논하는 토론회에 참석한다.
오는 2월 21일부터 3월 9일까지는 일본 아사히글라스 본사와 공장 등을 방문해 부당노동행위 문제를 알려내는 원정 투쟁을 떠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노조원들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며 입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