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전장(아래 발레오만도) 노조의 총회결의무효 상고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 판결이 지연되고 있다. 100여일이 지나도록 선고기일조차 잡히지 않아 법원이 노동사건에 대해서만 유독 판결을 차일피일 미룬다는 제기가 나온다.
대법원은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가 기업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무효 소송 사건을 이례적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5월 28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변론기일은 4월 16일에서 5월 28일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대법원 공보실 관계자는 이 사건의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은 것에 대해 “사건이 많아 재판부에서 아직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대법관들의 사건 검토가 모두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이 사건 한 달 이후 6월 26일 공개변론을 한 이혼 유책주의 폐지 관련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9월 15일 선고한다고 10일 밝혔다.
발레오만도지회 총회결의무효 사건 공개변론에 참여한 민일영 대법관이 16일 퇴임하고 이기택 대법관이 후임으로 취임하자, 이 사건의 선고기일이 기약 없이 늦춰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법관이 바뀌면 사건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해 선고기일을 기약할 수 없다”면서 “이 사건 관련 수많은 당사자들이 선고를 기다리고 있고, 올바른 판결도 중요하지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최고 법원은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측 대리인인 금속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선고가 지연돼 당사자들이 많이 답답해하며 대리인으로서도 마찬가지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법원이 노동관련 사건 판결을 지연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는데 이번 사건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발레오만도지회는 사건의 조속한 선고와 발레오만도 회사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지난 해 7월부터 대법원 앞에서 매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해고자인 신시연 씨는 “법원은 5년 넘게 고통 받는 노동자와 해고자를 외면하면 안 된다”면서 “우리 사건보다 나중에 공개변론한 사건은 선고하면서 발레오만도 사건은 왜 빠르게 선고하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법원 사건이 장기간 결론 나지 않자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차별 등 금속노조 측이 제기한 다른 사건 하급심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발레오만도지회에 따르면, 35건 가량의 사건이 법원에서 결론나지 않고 있다.
발레오만도지회 총회결의무효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은 ‘금속노조 탈퇴는 무효’라며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단일노조인 산별노조의 한 지부나 지회가 스스로 탈퇴를 결정할 수 있느냐’는 새로운 쟁점으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바 있다. 때문에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만 3년째 계류 중이다.
정연재 발레오만도지회장은 “대법원이 총회결의무효 사건을 선고하지 않으면서 회사의 노조파괴 관련 부당노동행위, 성과상여금 차별 지급, 해고, 통상임금, 일반 민사소송 등 사건이 모두 법원에 묶여있다”면서 “지방 법원 측은 대법원의 선고를 보고 사건을 결정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어 “일례로 회사가 금속노조원에게 성과상여금을 차별 지급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금속노조가 모두 승소했다”면서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의 총회결의무효 사건 선고를 본다며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대법원 선고가 나지 않아 시간이 길어지면서 회사는 금속노조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레오만도지회 간부인 이강식 씨도 “회사가 성과평가제를 도입해 금속노조원만 차별하고 부당인사, 감시, 경고장 남발, 협박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금속노조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법원이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 마음으로 온갖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 차별과 금전적 손해 등 모두 참으면서 조합원들은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2010년 2월 회사가 경비업무 외주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자 연장근무 거부, 태업 등 쟁의행위를 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한 직장폐쇄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고, 일부 노조원들을 6월 총회를 소집해 금속노조를 탈퇴(조직형태 변경)하고 기업노조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와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금속노조 탈퇴 공작 등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고, 노조파괴 의혹이 제기됐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같은 해 기업노조를 상대로 총회결의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 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