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유입 밸브가 열려 가스가 유입돼 노동자 4명이 사망한 경북 포항 포스코 질식사고 당시 밸브 작동 잠금장치를 하지 않고, 노동자를 작업에 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가스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수동 밸브와 ‘맹판(Blind Patch)’도 설치되지 않았고, 작업 시 지급해야 할 호흡용 보호구도 인원수만큼 갖춰져 있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원청인 포스코에 대한 책임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보조 밸브가 열려 질소가 유입됐고, 밸브 작동을 차단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았다고 30일 밝혔다. 어떻게 밸브가 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경찰은 밸브가 열린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포스코 산소공장 운전실과 정비부 관계자를 소환해 안전관리 규정을 지켰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사람이 있으면 밸브에 락(Lock, 잠금 장치)을 시켰으면 밸브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유가족대책위는 고용노동부 포항지청과 처음으로 만나 현재까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모(47) 씨의 유족 A 씨는 “현재 사고가 일어난 원인은 자동 밸브가 열려 가스가 들어갔다는 것인데, 밸브를 여닫을 수 있는 잠금장치를 작동시키지 않고 들어갔다고 한다. 절차를 무시하고 바쁘게 일을 투입해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A 씨는 “자동 밸브를 운전하는 기사님이 있을 것이다. 그 부분과 관련해서 왜 그랬는지는 수사 중이라 노동부에서도 이야기를 못한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이는 명백한 포스코 책임”이라며 “또, 보호구를 미착용한 근로자 잘못이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안전장치는 애초에 구비가 안 되어 있었다. 돌아가시고 아버지를 보니 주황색 부직포 옷을 입고, 작은 산소측정기 하나만 착용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A 씨가 제기한 부분은 사실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동밸브와 맹판이 설치 안 된 것은 맞다”고 이를 인정했고, 호흡용 보호구와 관련해서도 “산소부장비는 현장에 한 대가 있었다. 한 명이 사전에 들어가서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더 수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이번 포항 질식사고는 호흡용 보호장비, 밸브 잠금장치 미작동, 수동밸브·맹판 미설치 등 포스코의 책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모(60) 씨의 유족 B 씨는 “질소가스가 유입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건 다 확인됐다. 또, 포스코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렇게 시간을 끌 일인지 답답하다. 진상이 빨리 규명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포스코 외주업체 (주)TCC한진 소속 노동자 4명은 지난 25일 오후 4시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14플랜트 냉각탑에 설치된 충전재를 교체하던 중 질소가스 질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유족들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진상 규명과 더불어 포스코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