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경북 경주에서 무용극 ‘바실라’ 등을 공연한 정동극장이 단원 30명 전원을 해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동극장 측은 ‘계약 기간 만료’라며 해고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단원들은 주 6회 공연 등을 벌이는 등 전통문화 현대화에 기여했음에도 1회용 소모품으로 여긴 정동극장의 결정에 반발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동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관할 공익법인으로 서울과 경주 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2011년 경주사업소를 연 이후 매년 국비와 도비 약 30억 원을 지원받아 작품을 공연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경주문화엑스포 대공연장에서 ‘바실라’를 공연하면서 여러 차례 공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동극장은 1년 단위로 단원들과 계약했고, 2016년까지는 4대보험을 책임지는 근로계약을 맺어왔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한다’는 조항을 넣은 ‘출연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 기간 만료를 통보했다. 단원들은 ‘해고’라며 반발했지만, 개인사업자이므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단원들은 올해 1월 1일부터 직장을 잃었다.
단원 30명 가운데 23명은 해고 사태 이후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고, 1월 초 경북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했다.
2012년부터 6년 동안 정동극장 단원으로 일한 A 씨는 “2017년 새로 출연계약서를 작성할 때 이전보다 조건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개인사업자가 된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추가 공연수당이 없어도 주 6회, 토요일, 국가공휴일 공연을 열심히 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1회용 소모품 취급을 받으니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11시 노조에 가입한 단원들과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지부 등 50여 명은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연문화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무대에 섰던 예술인들에 대한 테러와 다름없는 부당한 대량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동극장 측이 2016년 서울에서 발생한 대량해고 사태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로 판정하자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을 회피하기 위한 술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과거 서울 정동극장은 단원들을 1년, 7개월 등의 속칭 ‘쪼개기 계약’을 하여 고용불안을 조성하였는데 경주에서도 이와 동일한 형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다가 단원 전원을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동극장과 같은 공익법인이 이렇게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예술인들을 해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며 해고를 반복하는 행위는 법적 기준에서도, 사회 일반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며 “부당한 대량해고를 즉시 철회하고 예술인들이 공연예술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정의당도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추혜선 의원은 이날 노동자들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장태수)도 “2016년 부당해고 판정으로 해고와 복직의 촌극을 빚었던 극장 측이 또 한 번 계약기간 만료를 들이대며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즉각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동극장 측은 해고가 아닌 ‘계약 기간 만료’라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 판정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정동극장 관계자는 “매년 오디션을 통해 출연계약을 하는 프리랜서 안무가들이다. 예산 문제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어 출연자 모집 공고를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2016년까지는 복지 차원에서 4대보험을 넣어서 근로계약 형태로 비춰진 것이다. 충분히 알리지 못한 것은 있지만 2017년 계약할 때 개별 면담을 통해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근로자성 여부와 관련해서 묻자 이 관계자는 “우선 지방노동위원회 판정 결과가 나오고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