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총장 장순흥) 재학생과 동문들이 대학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임용에 탈락한 국제법률대학원(HILS) 소속 김대옥 조교수 재임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서명 운동에 나섰다.
한동대 재학생, 휴학생, 졸업생 등 동문이 모인 ‘김대옥 목사 재임용 거부 철회를 위한 한동인 모임’은 17일 오후 8시께 “김대옥 교수에 대한 부당한 재임용 거부를 철회하십시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김대옥 교수 재임용 거부 결정에 ▲절차적 부당성 ▲’정체성’이라는 실체적 기준 부당성 등을 주장하면서 “김대옥 교수에 대한 재임용 거부를 철회하고, 정직과 성실,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기독교적 실천을 몸소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일 김대옥 교수는 한동대로부터 재임용 거부 통지서를 받고, 오는 3월 1일부터 면직된다는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 교수는 지난 2004년 한동대 교목실에 부임했고, 2014년부터 국제법률대학원 교목 교원으로 근무 중이다.
한동대는 “교육 분야에서의 재임용 최저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한동대학교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가르침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혼란을 준바” 재임용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안팎에서는 김 교수가 최근 페미니즘 강연을 연 학생학술모임 ‘들꽃’의 지도교수로 지목되면서 의도적으로 재임용에 탈락시킨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한동인 모임은 “교육분야의 ‘교목교원 사역활동’, ‘교육 외 분야’ 항목 전체가 공란이었고, 결국 0점 처리됐다. 학교 당국은 이를 근거로 재임용 최저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한다”며 “일련의 상황은 실체적·절차적 부당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김대옥 교수는 업적평가위원회 심의 결과를 통보받지 못해 이의제기도 할 수 없었다. 공란이 그대로인 업적평가위원회 평가서는 그대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의가 이루어졌다.
이어 한동인 모임은 “교원 재임용 심사 기준은 객관적인 사유로서 학칙이 정하는 사유여야 한다. 그러나 ‘정체성’은 객관적인 사유가 아니며 학칙 어느 곳에서도 이를 심사 기준으로 명시하지 않는다”며 “또, 한동대학교의 정체성을 학교 당국이 일방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학교 정체성을 운운하며 개인의 소신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동인 모임은 그동안 김 교수가 지도했던 학내 공동체를 나열하면서 “기독 지성으로 성장하기 위한 여정은 ‘혼란’에서 출발한다. 그가 10년 동안 지도한 공동체가 ‘혼란’을 이유로 문제를 겪은 적은 없다”며 “학생들에게 줬다는 혼란의 실체와 이유가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김대옥 교수와 ‘들꽃’의 지도교수라는 소문은 재학생의 대자보로 공론화됐다. 지난해 12월 8일 ‘들꽃’이 주최한 페미니즘 강연 후, 재학생 2명은 강연 주최자의 징계와 관련 교수의 징계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은 “이번 강연의 주최인 들꽃 단체를 가르치며 지대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 국제법률대학원 김대옥 목사”라며 김 교수를 지목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2015년 들꽃 행사 시작 전 몇 차례 예배를 도운 것이 전부다. ‘들꽃’ 구성원인 A 씨는 “김대옥 교수님은 저희 지도교수님이 아니다. 저희도 기독교적 형식을 갖추기 위해 기도할 때 몇 번 도움을 주셨다”며 “2~3년 전에도 학내에서 교수님이 저희를 사주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그렇지 않으니 굳이 오해를 사지 말자해서 이후로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대옥 교수는 지난 15일 재임용 거부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다. 김 교수는 현재 언론 인터뷰는 사양하고 소청심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한동인 모임을 통해 <뉴스민>에 전해왔다.
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들의 정답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동료의 존재를 지워낸 이들이 자신들이 옳았다 환호할 것을 생각하니, ‘무사유적 맹종’이 곧 기독교 신앙이라 여기는 그들의 순진한 학생들에게 여전히 그 혐오의 신조를 강매할 것을 생각하니 아득해진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한동대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평가항목 중 교육활동 점수가 부족해서 재임용에 탈락된 것”이라고만 답했다.
한동인 모임은 “김대옥 교수에 대한 부당한 조치는 한 교수의 면직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 당국은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일련의 사태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기독교’와 ‘대학’ 양쪽을 퇴색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정직과 성실을 가르치던 학교는 자신의 가치를 배반했으며, 한동의 명예는 실추되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는 26일까지 재학생, 휴학생, 졸업생, 교환학생 등 한동대 구성원들의 연서명을 받아 학교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