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A 장애인 시설에서 거주하다가 실종된 지적장애인이 두 달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사망한 정 모(22, 지적장애 1급) 씨는 팔공산 인근 A 시설에서 거주하던 장애인이다. 지난 10월 1일 시설에서 나왔다가 실종돼 58일 만에 시설 동쪽 3km 부근 산속 개울가에서 발견됐다.
정 씨 사망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장애인단체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A 시설은 과거에도 거주 장애인 사망 사건이 발생했었고, 시설과 멀지 않은 곳에서 정 씨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장애인단체는 정 씨의 이탈 전 상황, 이탈 후 수색 과정, 사체 발견 후 처리 과정에 모두 의혹을 품고 있다.
정 씨는 10월 1일 오전 9시 59분 시설 동쪽 등산로로 거주인 김 모(지적장애 2급) 씨와 함께 시설을 이탈했다.
당일 A 시설은 ▲조식 후 ▲일과 시작 후 ▲중식 후 인원을 점검했고, 중식 후 12시 35분, 인원점검 과정에서 정 씨의 이탈을 파악했다. A 시설은 우선 시설 내부 수색을 시작했고, 13시 40분 CCTV를 통해 정 씨의 외부 이탈 사실을 알았다. 시설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16시 37분 시설 동남쪽 2km 부근 거리에서 정 씨와 함께 이탈한 김 씨를 찾았다.
경찰은 김 씨와 함께 일대를 수색했다. 15시 39분 경찰은 정 씨를 가출인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했고, 이후 열흘간 경찰견과 경찰 500여 명을 동원해 시설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 수색이 이어졌으나 정 씨는 발견되지 않았다. 산악지역인 데다 민가도 없어 일대에 CCTV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탈 당시 시설 내부 등산로 방면 CCTV 영상에서도 경찰은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인근 마을, 주변 산악지역 등에도 전단 배부, 현수막 설치가 됐으나 정 씨를 발견할 수 없었다.
11월 27일, 시설 동쪽 3km 부근 산속 개울가를 지나던 한 행인이 변사체를 발견했고, 12월 19일 DNA 감식 결과 정씨로 확인됐다. 변사체 발견 후 대구동부경찰서가 수사를 시작했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사체가 오래돼 다 부패한 상태였다. 폭행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며 “현재 관리 부실 등이 없었는지 관련 시설 관계자를 수사하고 있다. 관련자들은 할 일 다했다고 하지만, 부실이나 모순되는 점을 찾고 있다. 만약 관리 부실이 발견되면 업무상 과실치상 적용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A 시설은 거주인의 인권과 사생활,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외출 제한, 출입문 폐쇄 등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A 시설 원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최선을 다했느냐고 한다면 사실 더 노력해야 하고 도의적으로 책임질 부분도 있다”라며 “장애인 인권 문제 때문에 고민이 있다. 다른 재활원 사례 중 출입문이 버튼형이라서 지적 장애인이 알아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인권위가 상시개방을 하라고 권고하는 사례도 있다”라고 말했다.
A 시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이탈 가능성 있는 거주인에 대해 열쇠고리형 위치추적기 지급 ▲관리자의 당직사령 근무 실시와 생활관별 근무인력 총 4명 추가 배치 ▲이탈 방지를 위한 행동감지기 설치 등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등을 할 계획이다.
한편,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28일 10시 30분 대구시청 앞에서 A 시설 지적장애인 실종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정 씨는 결국 인적 드문 산속 시설로 입소했다. 앞으로는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안타깝게 주검으로 발견됐다”라며 “정 씨가 언제 어떻게 사망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두 달 동안 경찰도, 시설도 찾지 못했고 발견 후 후속대책도 이어지지 않아 점점 더 큰 의문이 든다”라고 밝혔다.
이어 “A 시설은 지난해 10월 생활관에서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대구시와 동구청은 별다른 조치가 없다. 특별점검에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