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근무환경과 불합리한 사내문화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27일 오후 6시 30분,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분회)가 공식 출범했다. 조합원 560여 명이 가입한 가운데, 민주노총대구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출범식에 150여 명이 모여 집행부를 선출했다.
노조는 출범 선언문을 통해 “우리 노동자들은 그동안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한 노동의 정당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으며, 장기자랑, 이삿짐 나르기, 병원 청소하기 등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받아왔다”며 “오늘 우리는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 심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간외수당 미지급, 임산부 강제 야간근무, 갑질문화 등 불법부당행위를 바로 잡을 것 ▲환자를 위해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병원을 만들 것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고, 노동자 또한 자랑스러워하는 병원을 만들 것 ▲노동조합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노동조합으로 뭉쳐 단결된 힘으로 나아갈 것 등을 결의했다.
이날 선출된 송명희 대구가톨릭대학병원분회장은 “우리가 바라던 소망들이 하나하나 모여 이 자리에 모였다. 앞으로 많은 고난과 역경이 다가오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자”며 “앞으로 600명, 700명을 넘어 병원 전 직원으로 빛나길 기대해 본다. 우리가 바라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우리가 지켜내자”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날 올해 명예퇴직을 앞둔 조합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익명을 요청한 그는 “곧 퇴직하지만, 조금이나마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찾아왔다”고 말했다.
노조는 28일부터 임금 인상, 합리적인 수당 기준 마련 등을 요구안으로 병원 측에 교섭 요청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은 연차수당 미지급, 낮은 야근수당, 흰우유 야식, 임산부 강제 야간근무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익명 카카오톡 채팅방 등으로 모인 노동자들은 지난 14일부터 노동조합 가입을 시작했고, 열흘 만에 조합원 500여 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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