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문화원 폭파 사건을 빌미로 수사기관에 불법구금 돼 가혹 행위를 당한 시민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들이 대구지방법원에 재심청구를 했으나 당시 수사를 담당하던 경찰이 가혹 행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재심 재판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함종호(60) 씨 등 4명은 지난 5월, 대구지방법원에 “1983년 대구 미문화원 폭파 사건을 빌미로 수사기관이 가혹 행위를 통해 허위자백을 강요했다”며 재심 청구를 한 바 있다. 이들은 1984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사유로 징역 1~3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재심 청구로 8일 대구지방법원 제2형사단독부(김태규 부장판사)는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 측은 “당시 수사관 중 연락이 닿은 2명은 증언할 것이 없다고 했고 1명은 가혹 행위가 없다고 했다”며 “상세하게 진술할 수 있는 증인은 없는 상황이다. 특정인을 기억하지 못하고 경향만 기억하는데 시간을 주면 더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규 판사는 “당시 수사관은 고문이 없었다고 진술하기 때문에 심문의 경제성을 위해 단순히 (진술을) 대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당시 수사관도 직급에 충실하고 진실을 찾기 위한 사명감으로 수사에 임했을 것이다. 서로의 입장이 맞지 않고 시대 상황이 그래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관도 명예를 지키려고 하는데 그것(가혹 행위 사실)이 진실이라면 수사관이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피고인도 오랜 시간 기다리기 쉽지 않겠지만, 사건을 감정적으로만 대하지 말고 현명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심문기일은 오는 11월 12일 열린다. 검찰은 앞으로 관련 수사관의 증언 확보에 힘쓸 계획이다.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미 불법 구금한 사실은 여러 기록을 통해 명백히 입증됐고, 고문에 대해서도 입증될 것이다. 재판부가 재심 개시 신청 자체를 기각할 수도 있지만, 재심이 받아들여진다면 무죄 입증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호 씨는 “고문이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진실이 밝혀져서 사회적으로도 재발을 방지해야 하고, 우리도 고문받은 과거와 대면해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과 가혹 행위는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며 “국가는 경찰이 이 사건 신청인에게 행한 불법구금 및 가혹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피해와 명예 회복을 위해 재심 등의 화해를 이루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