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중개기관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사람센터)가 대구 외 지역 활동보조인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해,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경산센터)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활동보조분회(활보분회)가 반발하고 있다.
현재 사람센터와 활동보조서비스 급여제공계약을 맺은 경북 경산지역 장애인 이용자는 10여 명이다. 계약 종료일이 12월 31일이지만, 사람센터는 안정적인 활동보조인 제공 기관 이전을 위해 오는 3월 31일까지 서비스 종료 유예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경산센터가 유예 신청을 거부하며 이용자들은 12월 말 당장 계약 종료를 앞둔 상황이다. 경산센터와 사람센터는 지난 23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입회한 자리에서 한 차례 협의했으나 마땅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
사람센터는 서비스 지원 종료 이유로 업무량 증가로 인한 조직 운영 차질을 들었다. 사람센터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을 위해 담당 행정구역이 아님에도 2008년부터 경북 경산 장애인 이용자에게도 활동보조 지원을 시작했고 ▶이후 8년 동안 경산과 대구 장애인 이용자 수가 늘어났으며 ▶정부 차원에서 중개기관·활동보조인·장애인 이용자에 대한 감시·감독 등 행정 절차가 증가했고 ▶담당 코디네이터도 업무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교체되는 일이 잦았고 ▶업무량이 증가하며 행정구역 차이·거리상의 어려움 등으로 활동보조인 수급·파견, 모니터링, 민원 해결 차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람센터는 수년 전부터 경산센터에 서비스 이전 절차를 요청했고, 2018년 1월부터는 대구시 이외 거주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지난 11일 경산센터에 알렸다. 다만, 장애인 이용자가 안정적으로 중개기관을 옮길 수 있도록 신청자에게는 서비스 종료 후 3개월 동안 연장 지원한다고 알렸다. 사람센터에 등록해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는 경산지역 장애인 이용자에게도 개별적으로 경산지역 서비스 종료와 유예 방침을 전했다.
그러자 경산센터와 활보분회는 반발했다. 경산센터는 13일 사람센터의 서비스 종료와 유예 방침을 거부한다는 공문을 보내고 경산 지역 장애인 이용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개별적인 연락이 장애인 이용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준다는 이유다. 경산센터는 서비스 중단을 앞둔 상황에서 사람센터의 개별 연락으로 장애인 이용자가 심리적 불안감을 느낀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22일 긴급구제신청도 했다.
경산센터는 “장애인활동보조는 일상생활 전반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라며 “활동보조서비스 중단은 당장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상식을 벗어난 조치다. 이를 지속적으로 통보하는 행위는 장애인 당사자의 생존과 일상을 위협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활보분회도 18일 성명서를 통해 사람센터 방침을 비판했다. 이들은 “활동보조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활동지원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직접적인 원인이다. 서비스 수급 불안정이 문제의 원인이라면 활동보조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강화된 행정절차와 원거리 및 행정구역 차이로 인한 업무 고충은 경산지역 이용자들의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원인력 확충과 업무조정을 통해 개선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연주 활보분회 사무장은 “코디네이터 상황 등 내부적으로 힘든 것 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이 교체되거나 하면 경산에서 받는 식으로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이전하는 방법도 있다”라며 “서비스 이전을 전제로 한 대화는 있을 수 없다. 대화의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서비스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항의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연주 사무장은 “예전 경산 이용자에게는 신뢰할 만한 중개기관이 사람센터밖에 없었다. 탈시설 관련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버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발적으로 중개기관을 옮기는 것과 집단적으로 해지 통보를 받는 것은 다르다. (경산지역에는) 노조 가입자를 안 받는다는 말도 있다. 공동의 동의 없는 일방적 종료는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종한 경산센터 소장은 “대책을 찾을 상황이 아니다. 사람센터와 투쟁하는 방법밖에 없다. 사람센터가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하는 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마땅히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경산으로 중개기관을 옮긴다고 해서 바로 (활동보조인과) 매칭이 될지도 불확실하다. 활동보조인이 바뀌면 적응하는데도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사람센터 관계자는 “2010년 경산센터의 자립생활 운동 지원을 위해 활동보조인 지원 요청에 응했다. 8년이 지나며 여건이 변했다. 경산에도 중개기관이 생겼고, 경산센터도 중개기관 역할을 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라며 “중앙정부 차원 모니터링이나 중개기관 역할이 차츰 강조되면서 행정구역 차이나 거리상 먼 조건 속에서 사람센터 담당 코디네이터도 교체가 잦았다. 사람센터의 역량을 넘어선 상황에서 더 이상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의 질 관리도, 활동보조인 수급 관리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경산센터에는 2~3년 전부터 서비스 이전을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활동보조인 입장에서 이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근로조건이 바뀌는 부분과 고용불안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제도상의 문제라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조인에게는 새로운 이용자를 배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이용자에게는 안정적인 이전을 위해 3개월 유예 기간을 뒀는데 이걸 거부하니 난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례에 관해 사람센터의 방침이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관계자는 “대구시와 경산시가 서로 연락해 이용자의 서비스가 끊어지지 않도록 협조가 되고 있다”라며 “법을 위반하는 사항은 없다.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니,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에) 부탁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가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기관을 지정하면 된다. 해당 시에서 신경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중개기관은 장애인 이용자로부터 활동지원급여 제공을 요청받았을 때 거부해서는 안 된다. 다만, 활동지원인력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등 타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다. 현재 경북 경산시 소재 활동보조서비스 중개기관은 4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