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 불기소 처분

노동청, 불법파견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시정지시에도
2년5개월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 내려
노조, “검찰의 기소권 독점 심각...사측 입장 대변한 결정”

12:49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와 하청업체(GTS), 히라노 다케시 대표 이사 등을 고소한 데 대해 검찰이 21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고소한지 2년 5개월 만이다.

▲아사히글라스 공장 입구에 노조가 내 건 현수막.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검사 김도형)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피소된 아사히글라스를 포함한 피의자 13명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며 21일 불기소 처분했다.

노조를 설립한 이후 아사히글라스가 GTS와 도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은 2015년 7월 21일 구미고용노동지청에 아사히글라스를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노동청은 올해 8월 31일 부당노동행위 무혐의, 불법파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어 9월 22일 노동청은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하청업체 GTS(지티에스) 소속 노동자 178명을 오는 11월 3일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아사히글라스는 시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노동청은 과태료 17억8천만 원을 회사에 부과했다. 아사히글라스는 과태료 납부기한인 내년 1월 27일 전까지 이의제기를 해 법적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정렬 구미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관계 없이 우리는 불법파견이라고 보고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다”며 “불법파견의 경우 형사적으로 무혐의라하더라도 민사적으로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검찰이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 처분과 행정 조치는 무관하게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아사히글라스 봐주기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8월 29일부터 시작한 대구지방검찰청 앞 천막 농성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또, 27일부터는 대구지방검찰청에 항의 방문을 하고 검찰 처분에 항고할 계획이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노동부가 이미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시정지시까지 내린 사건이다.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고서 고소인과 참고인 수사, 압수수색과 같은 추가적인 수사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차헌호 지회장은 “무혐의 결정 내용을 보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회사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측이 낸 입장과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처음부터 검찰은 기소 의지가 없었고, 아사히글라스를 봐주기 위해 시간을 끈 것으로 보인다”며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면서 피해자들은 이중적인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해고된 노동자 22명은 지난 7월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민사 소송도 낸 상황이며,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엎은 행정소송에 대한 항소심도 진행 중이다.

구미 국가4산업단지에 입주한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는 토지 무상임대, 지방세, 관세, 법인세 감면 등 여러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등 부당한 처우가 이어지자 노동자 170여 명은 2015년 5월 29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조 설립 한 달이 지난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는 하청업체 GTS에게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문자로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