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 문경시와 함께 내년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3대 도시로 비판받고 있는 구미시가 시민단체들의 요구에 결국 손을 들었다. 구미시는 내년도 추경예산을 편성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구미참여연대와 구미YMCA, 구미여성회 등 10여 개 단체는 5일 오전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정희 제사상 차리느라 아이들 밥상을 걷어차는 남유진 구미시장을 규탄 한다”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구미시는 지난 2년 동안 박정희를 우상화하기 위해 1500억 이상의 예산을 낭비해 왔다”면서 박정희생가 공원화 사업과 박정희 유물관 건설, 새마을 테마공원, 100주년 기념사업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 시민들은 전국적으로 쏟아지는 비난과 모멸감을 견뎌야 했다”며 “그런 시민들에게 구미시는 다시 초등 전면 무상급식조차 거부하면서 대못을 박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미시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경북의 김천, 안동, 영주 등이 초등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반해 구미시만 선별급식을 하는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80억~90억 추가 예산이면 초등 전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면서 “박정희 우상화를 위해 구미시가 낭비한 예산만 아낀다면 10년 동안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예산이다. 당장 예산을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구미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전국은 고교 무상급식 추세인데 남유진 시장은 초등 전면 급식도 거부하고 있다”면서 “매년 삼성에서만 내는 세금이 1000억 원인데 그 돈은 누구 맘대로 썼느냐”고 비판했다.
구미경실련은 “전국적 망신인 박정희·새마을 피로도에다 무상급식 피로도까지 겹쳐 구미시는 낙후정책 체험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과 청년수당, 생활임금, 사회적 경제 등 지역사회 선진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미지역 시민단체들은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며 5일 오전 구미시청 시장실 앞에서 남유진 구미시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남유진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평등’보다는 ‘공정’한 정책을 펴야 한다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면 무상급식보다는 급식의 질을 높이는 선별 무상급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남 시장의 발언은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염불이 됐다. 시민단체와의 면담에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별도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남유진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 직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남 시장이 면담에 나서면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합의했다. 남 시장은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에 무상급식 예산을 포함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사제휴=오마이뉴스/조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