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면접까지 봤는데 합격자가 없다…대성에너지 ‘채용 갑질’ 논란

대구청년유니온, 대성에너지에 ‘희망고문상’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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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면접 때 인사담당자분이 2차 면접 합격이면 거의 최종 합격이라고 말씀하셨어요. 2차 합격하면 회장님 면담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건 인사드리는 거라서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었어요. 합격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면접을 봤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합격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깐 정말 화 나더라구요.”

(주)대성에너지가 지난 4월 시작한 2015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예정에 없던 영어 면접을 추가하고, 결과적으로 전원 탈락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대성에너지는 “갑작스런 국제 유가 하락으로 안타까운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지만, 한 취업커뮤니티에서는 “갑질이란 게 이런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번 공채에서 2차 면접 합격자는 모두 19명이었다. (주)대성에너지는 애초 신입사원 10~12명을 뽑을 계획이었다. 채용 공고에 따르면, 서류 전형-실무 면접-임원 면접을 거친다. 2차 면접이 최종 면접이라 여겼던 합격자들은 2차 면접에서 대성그룹 창시자의 자서전 ‘은혜 위에 은혜’를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최종 발표가 아닌 3차 면접이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2차 면접에 합격했던 대학생 A 씨는 “2차 면접을 서울에서 했는데, 이때만 하더라도 최종면접인지 알았다. 면접에서 대성 창업주 회고록이랑 창업주 부인 회고록을 주면서 3일 내로 독후감을 제출하라고 했다”며 “부인 회고록은 거의 성경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조금 어처구니없기는 했지만 지원자 입장이고, 취준생 입장이다 보니 꼼꼼히 읽고 제출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잡힌 3차 면접 현장은 앞의 1차, 2차 면접과 달랐다고 한다. 예정에 없던 영어 발표도 추가됐다.

“3차 면접도 사실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취준생이니 뭐 어쩔 수 있겠어요.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이구나 생각했어요.”

A 씨는 “갑자기 영어 PPT를 발표하라고 했다. 사실 영어 면접은 그러려니 했는데, 면접장 분위기가 가관이었다. 면접을 보려고 기다리는데, 회장실 자동문이 열리더니 직원들이 ‘차렷’, ‘경례’ 이렇게 인사를 했다. 분위기가 좀 그랬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예정에 없던 3차 면접까지 마친 지원자들은 일주일이면 나온다던 최종 발표를 보름가량 기다려야 했다. 6월 26일 3차 면접 후, 7월 15일에 문자로 탈락 통보를 받았다. 곧 한 취업커뮤니티에서 ‘대성에너지 갑질, 지원자 전원 탈락’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 온 대성에너지 관련 글. [출처=네이버 취업준비생 까페 갈무리]
▲한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 온 대성에너지 관련 글. [출처=네이버 취업준비생 까페 갈무리]

3차 면접까지 본 B 씨도 “아무도 안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 당연히 화가 났다”며 “12명을 뽑는다고 했기 때문에 합격자들은 서로 ‘우리 다 동기하자’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 어떤 설명이 있었으면 덜 했을 텐데, 분명 12명을 뽑는다고 해놓고 다 탈락시켰다”고 하소연했다.

3차 면접 시기는 (주)대성에너지가 신규채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시기와 일치한다. 김영권 (주)대성에너지 PR팀장은 “6월 말, 7월 초에 신규채용이 어렵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지원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2달여간의 채용 면접 후, 신규채용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A 씨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2차 면접 합격이면 거의 최종 합격”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인턴사원으로 일하던 회사도 그만둔 상태였다.

“(그만둔 건) 제 실수이긴 하지만 스트레스 엄청 받았어요. 하지만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사실 이 일 있고 나서는 다른 기업 지원하는 게 조금 무서워지기도 하고… 2달 넘게 투자했던 시간이 정말 아깝고 원통해요.”

이에 3일 오전 11시, 대구청년유니온은 대구시 중구 명덕로 (주)대성에너지 앞에서 “희망고문상 시상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대구청년유니온은 “지원자들은 비상식적인 채용과정을 견디며 약 3개월을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전원 탈락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이번 사건은 청년실업이 장기화되고, 고용이 오로지 기업의 자율에 좌우되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대성에너지는 전원 탈락 사유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라. 또,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기업으로써 지역 인재 채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추가 면접을 통보하여 지원자들의 순발력을 향상시킨 점 △종교적 색채가 가득한 자서전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게 하여 지원자들의 신앙심을 키워준 점 △3개월 동안 면접을 보고 결국 한 사람도 채용하지 않아 지원자들의 인내심을 키워준 점을 수상 이유로 밝혔다.

반면, 대성에너지는 올해는 신규 채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영권 팀장은 “국제 여건이 수습되지 않는 한 신규 채용은 어려울 것 같다. 여건이 좋아지면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성에너지는 대구시, 경북 경산시, 고령군 약 100만 호에 도시가스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대성그룹 계열사다. 지난 2011년 대구도시가스에서 대성에너지로 상호를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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