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지난 17년 동안 수탁 운영한 한국패션센터 수탁기관 모집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패션센터 대관 문제로 기자와 갈등을 빚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구원 손 모 씨의 장례가 치뤄지지 않는 가운데 연구원의 이 같은 결정은 책임 회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는 지난 10일 ‘대구시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수탁기관 모집’ 공고를 내고, 22일부터 24일까지 신청서를 받았다. 업체 1곳이 신청서를 냈고,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신청하지 않았다.
대구시 섬유패션과 관계자는 “연구원의 신청서는 들어오지 않았다. 한 군데만 신청이 들어와 재공고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패션센터 대관 문제로 기자와 갈등을 빚다 자살한 연구원 직원 고 손 모 씨의 장례가 치뤄지지 않는 가운데 연구원의 이 같은 결정은 책임 회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공연구노조는 28일 성명을 내고 “지난 한달 가까이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과 관련해 아무 권한이 없다며 구체적인 합의를 외면해 온 연구원이 이사회 의결없이 사업계획서 제출을 포기했다는 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연구원 산하 건물에 대한 운영권을 포기하는 결정은 규정상으로나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탁공고에 사업자단체인 패션조합만 사업계획서를 냈고, 관련 사업자단체 대표 출신이 연구원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음도 주목된다. 패션센터 운영이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해관계에 의해 진행되는 사실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구시가 패션센터 수탁 운영자를 위탁기관 연장이 아닌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과 책임 규명 요구 등과 무관하지 않다면 이는 패션연구원을 패션센터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자초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뉴스민은 ‘한국섬유산업패션연구원’ 경영담당자에게 수탁기관 미신청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대구시는 오는 30일 수탁기관 모집 공고를 다시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