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영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경북 칠곡·고령·성주)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8차 공판에서는 김명석 성주군의원이 이완영 의원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는 말을 2012년 총선 당시 직접 들었다는 증인이 나왔다. (관련기사=“이완영, ‘명석이 니가 날 (안 쓴 돈을 썼다고)속이겠냐’고 했다”(‘17.5.15))
이 증인은 당시 김명석 군의원이 자금 세탁을 하기 위해 중간 단계로 사용했던 통장 계좌 소유자로, 2012년 3월 27일경 김 군의원으로부터 “이완영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한다”며 1억 원 자금 세탁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2012년 3월 말경 이완영 당시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이 의원과 김명석 군의원을 포함한 6명이 모여 불법 정치자금 집행을 모의했다는 이른바 ‘6인 회의’ 참석자를 제외하면 김 군의원이 이 의원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줬다는 걸 분명하게 증언하는 최초 증인이다. 8차 공판까지 출석한 증인은 6인 회의 참석자 4명을 포함해 22명이다.
6인 회의 참석자 중에서도 이완영 의원 등 3명은 김 군의원의 주장을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8차 공판에서 나타난 증인의 진술이 일정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기사=“이완영, 지역 지도자감 아니라 생각”(‘17.7,4))
김명석에게 1억 원 받아, 3개 통장에 나눠 송금한 증인
검찰 조사에서는 눈에 띄는 진술 없어
법정서 처음 ‘이완영’ 언급
검찰도, 변호사도 놀라는 눈치
김명석 군의원과 사업상 관계로 알게 됐다는 증인 A(42) 씨는 27일 오후 2시부터 열린 공판에서 “그때(2012년 3월) 송금할 당시에 큰돈이 통장으로 들어와서 (김명석에게) 여쭤봤고, 이완영 의원한테 선거자금으로 빌려주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 3월 27일경 김명석 군의원으로부터 1억 원이 송금될 거라는 전화를 받았고, 불법정치자금 집행을 담당했던 차 모 씨의 부인 및 내연녀 계좌로 나눠 송금하는 일을 맡았다.
A 씨는 3월 27일 김 군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송금받은 후 3월 30일까지 나흘에 거쳐 두 사람 명의 통장으로 2천만 원 이하로 돈을 쪼개 송금했다. 돈을 2천만 원 이하로 쪼개 송금한 이유에 대해 사업하는 입장에서 큰돈이 오가는 게 드러나는 걸 부담스러워 그랬다고 설명했다.
A 씨 진술은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 보다 더 구체적이어서 검사나 변호사도 놀라는 눈치가 역력했다. A 씨는 검찰 조사 단계에서는 “김 군의원이 ‘누구에게 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고만 진술했다. 이완영 의원을 직접 거론하거나 ‘선거자금’을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A 씨 입에서 ‘이완영’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검찰에서는 그냥 누구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고 진술했는데, 지금은 이완영이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길 했다는 거냐?”고 재차 물었다.
A 씨는 “당시에는 이완영이 누군 줄 몰랐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이완영 의원한테 선거자금으로 빌려줘야 한다고 해서 통장 3개 계좌로 나눠 보내줬다”고 답했다.
변호인 측, 진술 신빙성 의심
재판부도 진술 신빙 확인하는데 집중
증인, ‘이완용’, ‘이완영’ 혼용해 불러
“지금도 이완용인지, 이완영인지 잘 모른다”
이완영 의원 측 변호인은 A 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 조사 당시에도 사건 개요를 알았고, 이완영이란 인물을 알았는데도 진술하지 않아놓고 지금에서야 진술하는 데 의문을 품었다.
변호인은 “검찰 조사 당시에는 이완영이란 인물이 안 떠올랐단 거냐?”고 물었고, A 씨는 “이름을 ‘이완용’이라고 이야길 했는데 국회의원인지 전혀 몰랐다. 이제 와서 이완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답했다.
A 씨는 이날 여러 차례 이완영 의원의 이름을 ‘이완용’과 혼용해 불렀는데,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 묻자 “지금도 이완용인지, 이완영인지 잘 모른다”며 비슷한 이름을 들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도 검찰 조사와 달리 바뀐 A 씨 증언에 신빙성을 확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증인이 검찰에 진술 할 때 뭐 때문에 사건이 불거졌는지 알고 가지 않았나? _ 재판부
이완영이 누군지는 알았고,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모르고 조사받으러 갔다. 제 통장을 사용한 것만 조사받았고, 지금도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른다. _ 증인 A 씨
검찰 진술하러 갔을 때는 이완영이 어디 국회의원인지 몰랐나?
정확히는 몰랐다.
국회의원인 줄은 알았나?
그건 차후에 알았다
그거라도 진술했을 거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 조사받을 땐 어떤 내용으로 제가 조사받는지 몰랐고, 지금도 전혀 모른다.
검찰에 가기 전에 김명석과 연락은 안 했나?
뭐 때문에 그러냐고 여쭤봤는데, 지난번에 빌려준 그 돈 때문이라고만 들었다.
김명석이 선거자금 줬다가 못 돌려받았단 이야길 해줬을 거 같은데?
못 들었다. 지금 이렇게 조사받는 내용도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 검찰에서 조사받았지만 당시 형님(김명석)과 친분 때문에, 형님이 의원일 하니까, 큰돈을 넘길 수 없다는 ‘어필’로 제가 돈을 받아서 준 기억만. 그게 다다, 조사받는 건 저도 정확히 모른다.
A 씨는 변호인 측에서 집요하게 검찰 진술과 다른 점을 파고들자, “알콜성 치매 때문에 기억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해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재판부도 알콜성 치매에 대해 A 씨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A 씨는 재판부 물음에 “사업을 하다 망해서 계속 술로 살다 보니 기억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오늘 진술은 동문서답하긴 했지만 진실되게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