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원 전 원장 신부 항소심 최종변론 “저에게 벌을 달라, 감금 위법성 몰랐다”

변호인 울면서 변론하자 수녀들도 흐느끼며 울음바다
배 신부, 횡령 무죄 주장하면서도 "법률적 의견"
생계급여 부정 수급도 무죄 주장
감금은 불법인 줄 몰랐다 항변

16:24

구속된 대구시립희망원 전 원장 신부가 항소심 최종변론에서 본인에게 벌을 달라면서도 심리안정실 감금에 대한 불법성을 몰랐다고 항변했다. 횡령에 대해서는 무죄 주장을 하면서도 법률적 주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고, 생계급여 부정 수급은 희망원 원장으로 부임하기 전 시작된 행위라며 공모 관계를 부정했다.

14일 오전 10시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성수제)는 횡령, 보조금법 위반, 감금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대구희망원 전 총괄원장 배 모(63) 신부, 전 회계과장 여 모(56) 수녀, 임 모(48) 전 사무국장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최종 변론을 열었다.

배 신부는 최종 진술에서 “다른 피고인들은 저를 도와주려 한 것이니 저에게 벌을 주시고 이분들은 선처해주시길 바란다”며 “저도 죄인 된 몸으로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니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식구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자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도움을 요청한 것이 문제가 됐다. 제가 부족한 점 때문에 누를 끼치고 죄를 짓게 됐다”며 “개인적 사리사욕으로 부정을 축재하지 않았다. 감금도 부정한 방법이나 당시에는 위법한지 몰랐다”고 항변했다.

배 신부는 항소심에서 감금 혐의에 대해서만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형이 과하다고 항소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생계급여 부정 수급)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배 신부 측 변호인은 “횡령에 대해서는 법리적 오인으로 인해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는 주장은 변호인의 법률적인 주장으로 정리하고 한다”면서도 “피고인이 비자금 조성으로 심적 고통을 받았고, 2013년 12월 말 자발적으로 그 행위를 중단했다. 교구 모금 운동으로 원심 횡령 금액 전액 피해를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생계급여 부정 수급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2011년 2월 10일 부임하기 이전에 2010년 10월경 희망원이 수기로 생계급여를 부당하게 청구하여 받은 사실이 명백하다”며 “시간상으로 피고인이 (부정 수급을) 공모할 필요가 없었다. 무죄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배 신부 측 변호인은 배 신부가 구속 생활로 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급기야 흐느껴 울며 “수감생활을 떠나 사제로서 매일 미사를 못 드리는 것은 엄중하고 참혹한 일”이라고 말했다. 방청석에 앉은 수녀 등 신도들의 흐느낌도 10여 분 동안 지속됐다.

이어 보조금관리법률 위반, 감금, 사기(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임 사무국장은 “이번 희망원 사태에 대해 사무국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 보조금관리법 규정 미숙지로 인한 실수도 인정한다”며 “특정 단체와 악의적 언론 보도에 의해 희망원이 문제투성이로 치부되는 것이 안타깝다. 지난 23년 동안 희망원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최선을 다했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범죄가 인정된 여 수녀도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저로 인해 식구들이 피해 본 것을 평생 기도로 보답하겠다”며 선처를 구했다.

이날 검찰은 “1심에서 무죄로 선고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도 유죄를 선고해달라”며 1심과 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앞서 원심에서 생활인 감금,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 재판 중인 대구시립희망원 전 원장 배 모(63) 신부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전 회계과장 수녀, 희망원 사무국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황영수)는 대구시립희망원 전 원장 배 모 신부, 임 모 사무국장에 각각 징역 3년, 1년, 여 모 수녀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식품업체 영유통 대표와 직원에게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달성군청 공무원 2명에게도 보조금관리법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판결 선고는 오는 12월 5일 오후 2시 대구고등법원 별관 5호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