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검열 사태가 불거진 대구아트페어가 예정대로 7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가운데 청년미술프로젝트 보이콧을 선언한 작가들과 대구 문화예술인 30여 명은 전시장 앞에서 대구예술 장례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작품 검열에 대구시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권영진 시장은 대구시가 작품 검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영진 시장은 이날 오후 5시에 열린 개막식에서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됐다. 기쁘기 전에 당연하다. (대구아트페어는) 대구만의 문화예술제다. 대구가 문화예술도시로 나가기 위해 청년 작가들도 함께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작품검열 사태에 대한 질문에 권영진 시장은 “대구시는 행사를 지원하고 개입하지는 않는다. 운영은 민간에서 다 한다. 전시하라 말라 하지 않는다. 관이 개입하면 예술을 망친다”라고 답했다.
개막식에 앞서 오후 4시 30분, 대구엑스코 앞에서는 청년미술프로젝트 보이콧을 선언한 작가 4인과 행사 참여 작가, 예술·시민사회 관계자 30여 명이 ‘검열 말고, 거짓말 말고, 예술 쫌 하자고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청년미술프로젝트의 제목인 ‘내 침대로부터의 혁명(a revolution from my bed)’을 풍자하는 침대를 기자회견장에 가져와 이번 행사를 풍자했다. ‘삼가 예술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문구를 적은 손팻말을 들거나 장례식 화환도 세웠다.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자기 말을 자기가 반박하는 행사다. 행사비 4억5천만 원 집행도 주먹구구식이다. 검열대에 올라야 할 것은 작품이 아닌 대구 예술계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형예술가 최수환 씨는 “대구시장은 어떤 일을 해야 올바른지 잘 생각해야 한다. 예산을 지원한다고 예술이 그냥 발전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공무원이 예총이나 미협에 행사를 맡겼으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대구시는 예산만 잘 살피면 된다. 대구시가 내용을 재단하면 중간에 있는 사람은 큰 압박을 받는다. 대구시의 의사에 맞춰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병호 니나노예술가프로젝트 대표는 “시민예술전시 가장 잘 되는 방법은 예술가에게 그냥 맡기는 것이다. 예술가는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구시와 대구미협은 대책회의를 하거나 공식적 대응은 하지 않고 이탈하지 않은 작가들의 단속에만 매진했다. 언론에는 변명과 거짓말, 책임 전가로 일관했다”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와 청년예술가를 향한 갑질의 심각성을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열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권고 등의 단어를 쓰며 검열은 아니었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현실은 지난 정권을 무너지게 만든 블랙리스트 파문의 한 단면”이라며 “청년을 전면에 내걸고 청년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 행태에 분노한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 이 사건을 제보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사건을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별로 간주해 사전조사에 착수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청년미술프로젝트 주관단체인 대구미협이 사전검열과 거짓 해명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대구시의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청년예술가가 존중받지 못하는 청년예술지원사업 대안 강구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전시 기간 동안 1인시위를 이어가고, 검열 사태에 반발한 청년예술가가 피해받지 않도록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또한, 11월 중 검열 사태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고, 검열 때문에 전시되지 못한 작품이 다시 시민과 만날 수 있도록 대안 전시도 개최할 계획이다.
청년미술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매년 열린 전시회로, 작품 판매를 위한 ‘대구아트페어’ 행사와 함께 ‘대구아트스퀘어’ 행사 중 일부다.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는 청년미술프로젝트 운영위원회(6명), 대구아트페어 운영위원회(6명), 조직위원장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아트페어 행사에는 대구시 보조금 4억 5천만 원이 지원됐다.
작품 검열 사태는 지난 10월 13일 열린 대구아트스퀘어 조직위원회에서 사드 문제를 다룬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가 전시에 부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리며 불거졌다. 같은 날 열린 실무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윤동희 작가의 작품이나, 세월호가 언급된 이은영 작가의 작가노트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박문칠, 윤동희, 이은영, 김태형 작가가 행사 보이콧을 선언했고, 행사를 담당했던 협력큐레이터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