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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대구시당과 광주시당이 2일 대구시의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위한 달빛 행동’ 발족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거법 개혁에 가장 정치적 편향이 심각한 대구와 광주가 앞장서야 한다는 게 주요 주장이었습니다.
정당 지지율을 의석수와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3~5인 선거구 확대, 4인 선거구 분할 금지, 광역·기초단체장 선거 결선투표 도입 등 다양한 선거법 개혁 방안을 제시했는데요.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장 실현 가능한 건 3~5인 선거구를 늘리는 건데, 3~5인 선거구 늘리면 정치적 다양성이 정말 확보되긴 하는 거야?
3~5인 선거구 늘리면 정말 정치적 다양성 확보될까?
6회 지방선거 선거구 구성, 선거 결과 토대로 분석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기자는 자료를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대로 지난 2014년 6회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차근차근 살펴봤습니다. 서울과 대구, 광주를 포함한 7대 광역도시 지역구 선거구 구성 현황을 살펴보고, 당선자 비율과 비교해보면 3~5인 선거구가 실효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2인 선거구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특정 정당 독식 가능성이 높을 거다”
기자가 세운 가설입니다. 실제로 그랬을까요? 두둥! 그렇지 않습니다. 가설은 너무 손쉽게 무너졌습니다. 7대 도시 중 지난 선거에서 2인 선거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부산입니다. 부산은 총 70개 지역구 중 74.3%(52개)가 2인 선거구였습니다. 3인 선거구가 25.7%(18개)로 나머지를 채웠고, 4~5인 선거구는 없습니다.
반면 2인 선거구 비율이 낮고 3~4인 선거구 비율이 높은 곳은 인천이었습니다. 인천은 38개 선거구 중 2인 선거구가 42.1%(16개)인데 3인 선거구는 50%(19개)고, 7대 도시 중 유일하게 4인 선거구도 3개(7.9%) 있습니다.
서울 | 부산 | 대구 | 인천 | 광주 | 대전 | 울산 | 전체 | |
2인 | 69.8 | 74.3 | 68.2 | 42.1 | 64 | 42.9 | 73.7 | 66 |
3인 | 30.2 | 25.7 | 31.8 | 50 | 36 | 57.1 | 26.3 | 33.2 |
4인 | 0 | 0 | 0 | 7.9 | 0 | 0 | 0 | 0.8 |
가설대로면 부산이 인천보다 특정 정당 독점률이 높아야 합니다. 정당별로 당선자 비율을 보면 부산은 전체 당선자(158명) 중 새누리당 58.2%(92명), 새정치민주연합 36.7%(58명) 당선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약 60%에 가깝긴 했지만 독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천도 부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체 당선자 101명 중 52.5%(53명)가 새누리당 소속이고, 43.6%(44명)는 새정치민주연합입니다. 부산보다 새누리당 당선 비율이 낮고(-5.7%p), 새정치민주연합 당선 비율이 증가(+6.9%p)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다양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두 정당을 기득권 정당으로 놓고 진보정당(통합진보당+정의당+노동당)과 무소속 당선자 비율을 봐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부산과 인천만 놓고 비교하면 오히려 인천이 진보정당과 무소속 당선 비율 4%(4명)로, 5.1%(8명)인 부산보다 낮습니다.
서울 | 부산 | 대구 | 인천 | 광주 | 대전 | 울산 | 합계 | |
새누리당 | 171 | 92 | 77 | 53 | 1 | 26 | 30 | 450 |
새정치민주연합 | 191 | 58 | 9 | 44 | 47 | 28 | 2 | 379 |
통합진보당 | 0 | 1 | 0 | 0 | 9 | 0 | 9 | 19 |
정의당 | 0 | 0 | 2 | 2 | 0 | 0 | 0 | 4 |
노동당 | 1 | 0 | 1 | 1 | 0 | 0 | 1 | 4 |
무소속 | 3 | 7 | 13 | 1 | 2 | 0 | 1 | 27 |
합계 | 366 | 158 | 102 | 101 | 59 | 54 | 43 | 883 |
그렇다면 특정 정당 독점 현상이 뚜렷한 대구와 광주는 2인 선거구 비율이 높나? 했을 때 그것도 아닙니다. 대구는 7대 도시 중 부산, 울산, 서울 다음으로 2인 선거구가 많고, 광주는 대구 다음으로 많을 뿐입니다. 중간 정도 수준이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이지, 압도적으로 많다고 볼 순 없습니다. 그런데도 특정 정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겁니다.
특정 정당 독점률 높은 대구, 광주는?
뚜렷한 지역주의 정치색 반영으로 봐야
3~5인 선거구 정치 다양성 확보 효과 없나?
선거구 구성과 별개로 대구와 광주의 뚜렷한 정치색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하는 게 옳아 보입니다. 7대 도시 중 진보정당+무소속 당선자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울산(25.6%)이라는 것도 이를 방증합니다.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진보정당 소속 구청장을 배출할 정도로 진보정당에 우호적인 도시입니다.
그렇다면, 3~5인 선거구가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효과가 없는 제도라는 걸까요? 좀 더 자료를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우리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였습니다.
서울 | 부산 | 대구 | 인천 | 광주 | 대전 | 울산 | |
새누리당 | 77.9 | 98.1 | 100 | 79.2 | 5.1 | 72.2 | 95.3 |
새정치민주연합 | 64.8 | 44.9 | 14.7 | 59.4 | 94.9 | 63 | 16.3 |
통합진보당 | 13.4 | 13.3 | 3.9 | 9.9 | 42.4 | 7.4 | 39.5 |
정의당 | 5.5 | 4.4 | 5.9 | 12.9 | 5.1 | 5.6 | 2.3 |
노동당 | 1.4 | 3.2 | 2 | 2 | 1.7 | 0 | 7 |
무소속 | 43.4 | 61.4 | 75.5 | 37.6 | 72.9 | 70.4 | 27.9 |
7대 도시 지역구 의원 정족수 대비 정당별 후보자 비율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광주를 제외하면 정족수의 70% 이상 후보를 냈습니다. 100명을 뽑으면 최소 70명 이상은 후보를 낸 겁니다. 대구에선 100% 후보를 냈습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걸 보여줍니다.
광주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광주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족수의 94.9%에 해당하는 후보를 냈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5.1%, 59명을 뽑는 선거에 3명이 출마했습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으로 공천 신청자가 몰린다는 걸 보여줍니다.
상대적으로 진보정당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7대 도시 전체 후보자(1,859명)를 정당별로 살펴보면 새누리당이 37.9%(705명)를 차지하고, 새정치민주연합 25.8%(480명), 무소속 25%(464명) 순으로 후보가 많습니다. 전체의 88.7%가 두 기득권 정당이나 무소속 출마를 선택한 겁니다. 진보정당 후보는 전부 합쳐서 10.8%(201명)에 그쳤습니다.
진보정당 후보 201명 중 절반 이상이 3, 4인 선거구 출마
중대선거구, 진보정당, 신인 정치인 도전 기회 열어줘
3인 선거구의 효과는 여기에서 드러납니다. 진보정당 후보 201명 중 105명(52.2%)은 3, 4인 선거구에 출마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진보정당 후보도 많이 도전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전국적으로 3, 4인 선거구가 34% 정도인 걸 고려하면 2인 선거구보다 3, 4인 선거구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이 수월하게 출마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유일하게 4인 선거구가 있는 인천 상황을 보면 효과는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인천에서 출마한 전체 진보정당 후보(25명) 중 96%(24명)는 3, 4인 선거구에 출마했습니다. 인천 다음으로 3인 선거구가 많은 대전에서도 진보정당 후보(7명) 중 71.4%(5명)가 3인 선거구에서 출마했습니다. 이는 당선 가능성뿐 아니라 선거비용 보전 가능성과도 연동됩니다. 현행 선거법상 10% 이상을 득표해야 비용 절반이라도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진보정당 후보들이 당선이 많이 되기 때문에 중대선거구를 늘려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중대선거구가 당선 가능성도 높고, 선거비 보전 가능성도 높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대선거구를 늘리면 그만큼 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후보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거죠. 특히 대구나 광주같이 지역 토호 정치세력이 강한 곳은 정당을 막론하고 신인 정치인들 진입 장벽 자체가 너무 높아요. 한국당, 민주당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죠” –이남훈 정의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정리하겠습니다. 지금처럼 지역주의가 강하고 양당 정치 구도가 견고한 우리나라에서 3~5인 선거구를 늘리는 게 당장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큰 기여를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대선거구 확보 없이 정치적 다양성 확보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건 분명합니다. 정치적 다양성 확보로 가는 길에 중대선거구 확대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