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북대 총장 선정 과정의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대학본부가 교육부에 임용 후보자 선정 결과를 보고하는 공문에서 후보자 순위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총장 선출에 개입했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는데, 김상동 총장은 “청와대나 교육부와 접촉한 적 없다”라고 부인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도 오산시)은 “청와대가 경북대 총장 선출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반박했다.
첫 질의에 나선 안민석 의원은 경북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선정관리위원회가 1순위 김사열, 2순위 김상동 교수로 정해서 대학본부에 보고했고, 대학본부는 교육부에 당시 후보자 순위를 표시하지 않고 올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민석 의원은 “대학본부가 교육부에 올릴 때 순위를 삭제한 것은 중대한 문제”라며 “(총장 임용에) 순위가 뒤바뀌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교육부와 청와대 사이의 꼼수가 아닌가 한다. 당시 청와대는 끊임없이 국립대 총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근거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김상동 총장은 “(공문) 첫 장에는 (순위를) 명시하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경북대 총장 선정 과정에서 대학본부와 교육부 의견차도 드러났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순위 정해서 보고 받는다. 대학 측에서는 (순위 없이) 추천한 거로 알고 있다”라고 알렸다.
대학본부가 총장 임용을 위해 교육부에 제출한 공문이 재선정 절차에 따른 공문인지, 재추천 절차에 따른 공문인지도 쟁점이 됐다.
2016년 6월 경북대학교 교수회 평의회는 기존에 선정된 1, 2순위 총장 후보자를 재선정 과정 없이 그대로 재추천하기로 의결했고,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도 같은 해 8월 재추천을 결정했다. 반면 대학본부는 교육부에 총장임용후보자의 인적사항을 보고하며 순위를 명시하지 않았다. 관련해 2015년 11월 5일 교육부가 총장 후보를 순위 없이 2인 이상 추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2016년 총장 선정 과정이 새로운 총장 후보자 선정이라면 후보자 무순위 추천 대상이 되고, 기존 후보를 재추천한 것이라면 무순위 추천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은 “(총장 선정 절차가) 재추천인가, 재선정인가”라고 물었고,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교육부와 대학본부의 의견이 다르다. 교육부는 재추천이 맞다는 입장, 대학본부는 재선정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상동 총장은 “정치권과 커넥션 때문에 임용된 거 아니죠”라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중구·남구)에게 “(대학본부가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의) 두 번째 첨부 자료에 1, 2순위가 적혀 있다”라고 언급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도 남양주시을)은 김상동 총장에게 “국립대 총장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 개입으로 대학 사회 고통스럽다. 왜 학교 구성원으로부터도 정통성 시비가 있나”라며 “총장 선임과 관련해서 청와대나 교육부와 협의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김상동 총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도 모른다. 최경환 의원도 공식적으로 한 번 만난 적 외에는 없다. 총장 선임과 관련해 협의한 적 없다”라고 말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도 고양시을)은 “여러 총장 임용 과정에서 대학 자율권이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공개된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서는 2012년 7월 공주대와 경북대 건에 잘 대응해달라는 내용이 나온다”라며 “결국 청와대 지시를 받아 교육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질 문제가 아니라 절차 문제기 때문에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경북대 총장 임용 과정 질의는 다음 주에 있을 종합감사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경북대 구성원들은 이날 국정감사가 열리는 경북대 본관 로비에서 박근혜 정부의 총장 임용 개입 의혹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