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2016년 7월 13일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났다. 김충환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성주군민들이 벌인 투쟁을 매일 기록했다. <성주촛불일기-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은 8월 15일 문예미학사에서 책을 펴냈다. 이를 매주 금요일 <뉴스민>에 연재한다.]
10월 27일(목) 107일째
고뿔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고령백병원을 다녀왔다. 촛불집회 전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박근혜 퇴진과 사드배치 철회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11월 12일 민중총궐기대회까지 거리행진을 할 계획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영선 신부가 신자들과 평화버스를 타고 촛불집회에 와서 “국가가 성주에서는 삶을 모독하고 있고, 백남기 농민에게는 죽음을 모독하고 있다. 내 삶의 자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배숙희가 “아파트” 개사곡을 불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최순실과 록히드마틴사의 관계, 역풍 걱정하는 야당 비판, 박정희가 저지른 국민적 폐해 등에 대해 발언했다.
박근혜가 불쌍해서 찍었다고 할머니가 말했다.
내가 볼 때 할머니가 더 불쌍하다고 내가 말했다.
요즘 박근혜 걱정으로 잠이 안 온다고 할머니가 말했다.
다 알게 되면 앞으로는 밥도 못 먹게 될 거라고 내가 말했다.<발언 중에서>
-K2 군공항 이전 반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21:00 청년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10월 28일(금) 108일째
09:00 군수를 면담하여 주민 10명에 대한 고소취하를 요구했다. 16:00 군수가 주민 고소를 모두 취하하겠다는 뜻을 성주경찰서에 전했다. 군수는 9월, sns에서 자신을 비판하거나 관련 기사를 공유한 주민 10명에 대해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를 했었다.
분열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고, 사드는 아직도 성주에 있다. 주민들의 상처와 분노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19:00 용암면 주민 20여명이 알프스산장에 모여 K2 군공항 이전 반대 대책위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10월 29일(토) 109일째
밀린 집안일을 했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화분에 물주고, 보일러 기름도 채웠다. 텃밭은 잡초가 우거져 손대기가 두렵다. 그냥 방치했다.
16:00 김봉준 화백과 함께하는 “평화아리랑” 걸개그림 및 글씨 퍼포먼스를 했다. 촛불집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성주가 평화다”라고 쓴 글을 받았다.
-광화문에서 제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했다.
10월 30일(일) 110일째
성주군농민회 김세현(성주읍) 부회장 댁 삼겹살 파티에 초대됐다. 가야산 산골에서 속세를 등지고 살다가 사드 때문에 고향 사람들을 하나둘 사귀고 있는 중이다.
촛불집회에서 김용기(성주읍) 목사가 발언했다. 마가교회 합창단이 ‘서울에서 평양까지’, ‘함께 가자 우리’를 불렀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온 이민중은 “강정마을 주민들은 분하고 원통해도 힘이 없어서 그냥 살고 있다. 성주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하고 싶어 오려고 해도 다들 바쁘고 너무 멀고 해서 힘이 들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발언했다.
‘별고을 바람소리’ 색소폰(Saxophone) 연주자 7명이 나와서 ‘울어라 열풍아’, ‘나그네 설움’, ‘시계바늘’, ‘내 나이가 어때서’을 연주했다. 김성혜 교무의 요가강습에 이어 박철주, 김은주(성주읍) 부부의 결혼기념일 축하, 군공항 전투기 소음문제를 다룬 영상이 이어지고, 이재동이 ‘각시풀’을, 차재근(성주읍)이 ‘뱃노래’를 불렀다. 평사단의 ‘격문’ 율동으로 마무리했다.
전남 완도에서 대중교통으로 성주까지 찾아오신 한 여성이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후원금을 주고 갔다. 제주 강정에서, 전남 완도에서 변방의 산골 성주까지 왔다. 우리 국민들, 정말 대단하다.
10월 31일(월) 111일째
감기가 심하게 왔다. 촛불집회에서 노태맹 원장에게 얘기했더니, 바로 달려가 긴급처방으로 약을 지어 왔다. 그의 마음 씀씀이가 늘 고맙다.
칠불봉 바라보는 농막 돌탑 쓸쓸타
가야산 온갖 잡새 우는 소리 처량타
나 홀로 불러보는 사랑노래 애닯타
11월 1일(화) 112일째
바람막이를 쳤다. 아스팔트 바닥에 구멍을 뚫고 쇠파이프를 끼워 세웠다. 그리고 비닐을 덧대어 겨울 찬바람을 막았다. 바람막이다. 청년들은 봄이 올 때까지 매일 파이프를 세우고 비닐을 덧대는 일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수구보수 세력이 박근혜와 친박 세력을 제거하고 새 판을 짜려고 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박근혜는 하야나 퇴진, 탄핵과 상관없이 이미 손발이 묶였다. 수구보수 세력에게 최순실과 박근혜, 친박 세력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친박 세력들이 마지막까지 발악하면 분열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곧 해체의 수순을 밟을 것이다. 드디어 정권교체의 기회가 왔다.
강동원 전 국회의원이 착한 짜장스님으로 유명한 남원 선원사 운천스님과 함께 성주를 방문했다. 운천스님은 짜장면이 아니라 ‘우동’을 나누었고, 강동원 전 의원은 최순실 국정 농단과 부정선거에 대해 발언했다. 황동환 신부가 ‘우리’, ‘성주야’를, 도재형(벽진면)이 ‘꽃물’을 불렀다.
-21:00 팩트tv가 성주촛불집회 마지막 생방송을 한 후 철수했다.
11월 2일(수) 113일째
광주에서 온 인디안 수니가 ‘희망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평화버스를 타고 온 창원시국회의와 간담회를 가졌다. 촛불집회에서 나누어 준 국화에 대해 한 여성분은 sns에 이렇게 썼다.
“국화 보내 주신 분 너무 감사합니다. 촛불집회 후 국화 가져갈 기회가 있었으나 군민들 다 드리고 남으면 가져가고 안 남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못 받아 가신 분들도 계셔서 안타까웠다. 가져 오진 못했지만 예쁘고 많은 국화들 눈 호강만으로도 감사합니다.”
-16:00 투쟁위원회 회의를 했다. 투쟁기록팀 구성을 결정했다.
-19:30 박근혜 퇴진 거리행진 후 촛불집회를 했다.
-21:00 대구의 한 꽃집에서 국화 화분 2백 개를 나누었다.
11월 3일(목) 114일째
이재동 사회자가 일이 생겼다. 박수규 상황실장도 수업 때문에 못나왔다. 손소희 조직팀장이 땜빵 사회를 했다. 긴 싸움이다. 앞으로 사회와 연설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함철호가 “힘을 보여주고, 그 힘을 바탕으로 평화의 촛불을 들고 있기 때문에 성주촛불이 존경받고 있다.”고 했다. 촛불집회를 마치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11월 4일(금) 115일째
어머니 모시고 병원을 다녀왔다. 고뿔에는 꿩탕이 좋다고 해서 사드렸다. 테라스에 니스를 덧칠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육군협회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사드포대 한국 전개는 한미동맹 차원의 결심으로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이며 “8-10개월 안으로 사드포대의 한국 전개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여론은 파도이고, 민심은 조류(潮流)다. 정치는 조류를 보아야 한다. 파도만 보다가는 바위에 부딪혀 다 흩어질 것이다. 여론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지어다.
-소식지 “촛불” 제15호를 발행했다.
11월 5일(토) 116일째
9월 25일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 장례식이 민주사회장으로 엄수됐다. 애초부터 까치산이나 염속산은 사드배치 부지로 적합하지 않았다. 갑자기 롯데골프장이 제3부지로 떠올랐다. 누가 국방부에 롯데골프장을 제안했을까? 조사에 들어갔다. 재경성주향우회가 관련됐다는 것을 알았다. 고향을 떠났으니 고향이야 어찌되던 상관없단 말인가?
대구시국대회에서 송현여자고등학교 2학년 조성해가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외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반도 사드배치, 위안부 합의 등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정책과 대처로 국민을 농락해왔다.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사회와 현실을 보며 ‘이러려고 공부했나?’하는 자괴감이 들고 괴로울 뿐이다.”고 했다.
-광화문에서 제2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했다.
11월 6일(일) 117일째
허다영(성주읍), 최영철이 발언했다. 한형동은 “박근혜도 이제 갈 것이고, 상황은 끝났다.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친구들이 돈도 안 되는 데 왜 촛불집회에 나가냐고 한다. 돈은 안 되지만 아이들 미래를 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배미영과 촛불어린이들이 “사드는 가고 평화는 오라” 노래를 불렀다. 평사단의 몸짓으로 늘 신나게 집회를 마무리했다.
뉴스민 천용길 기자와 성주투쟁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했다. 대구경북지역 인터넷언론사인 “뉴스민”은 성주촛불투쟁을 기록하는 일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밤늦도록 벽암록을 읽었다.
11월 7일(월) 118일째
미 국방부 피터 쿡 대변인이 “한반도 사드배치는 한국 정부와 계속 긴밀하게 협의하는 사안”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사드를 배치하길 원한다.”고 했다. 이것은 강대국의 협박이다.
청년들이 제작한 난로 4개를 시험 가동했다. 가스통을 사서 중간을 절단하고 연기가 잘 나가도록 막이를 대고 용접했다. 그리고 가스통 한쪽은 장작이 들어갈 구멍을 뚫고, 다른 한쪽은 연기가 나갈 구멍을 뚫었다. 뚜껑을 만들고, 고정시킬 네 개의 받침대를 용접하고, 연통을 세웠다. 재료비만 들여 청년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이것이 성주촛불의 평화난로다.
충남 부여에서 신부와 신도들이 방문했다. 가수 임정득이 ‘불나비’를 불렀다.
11월 8일(화) 119일째
바람막이도 설치하고, 평화난로를 12개나 만들어 설치했다. 성주촛불은 월동준비를 끝냈다. 청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최고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었지만, 성주촛불에게는 12개의 평화난로가 있다.
조선일보가 검찰의 우병우 황제조사 장면을 촬영한 것을 보면,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우병우를 비롯한 친박세력을 제거하고 새로운 보수의 판을 짜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친박세력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고, 수구보수의 내부 분열이 시작될 것이다.
박근혜 퇴진과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한 후 집회를 했다. 바레인에서 온 김정희가 광화문에서 20만 명이 모여 집회를 했는데 끝나고 쓰레기가 하나도 없었다며 대단하다고 발언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1월 9일(수) 120일째
15:00 주민 519명이 이완영 의원의 종북좌파 발언 명예훼손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성주경찰서에 고소했다.
석호판(벽진면)은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이 우리더러 종북좌파라고 한다. 종북좌파가 뽑은 국회의원의 정체는 뭔가? 사드배치로 성주는 100일 넘게 싸우고 있다. 지역민들을 따를 생각은커녕 종북좌파로 매도하는 이완영 의원은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이런 사람을 다시는 뽑아선 안 된다.”고 했다.
배현무(가천면)는 “이완영 의원은 안보단체 집회에 나와서 성주 사드배치를 원했던 사람이다. 군민은 사드 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받아 매일 촛불을 든다. 성주 군민은 이완영 의원을 버렸다. 다시는 성주 땅 밟을 생각을 하지 마라.”고 했다.
이완영 의원은 9월 30일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군민을 “종북 좌파”로 매도하는 발언을 했다. 벌써 세 번째 고소다. 10월 5일 곽길영, 김명석, 배명호, 백철현 성주군의원이 고소했고, 10월 10일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가 고소를 했다.
촛불집회에서 성주 색소폰 동호회 ‘별고을 바람소리’의 연주가 있었다. 이상문(대가면)이 발언했고, “예그린” 전영미가 노래했다. 윤금순이 바티칸 방문 활동을 보고했다.
-16:00 투쟁위원회 회의를 했다. 류제모 변호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18:00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 했다.
11월 10일(목) 121일째
팩트tv가 철수한 후, 성주촛불집회 생방송을 그만둘 수 없었다.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모금을 했다. 목표액이 달성되어 ‘뉴스민’에 전달했다. 준비를 해서 11월 14일부터 본격적인 생방송이 가능해졌다.
촛불집회에서 노성화 단장이 투쟁위원회 활동보고를 했고, 함철호가 발언했다.
-18:00 성주촛불투쟁기록 TF팀 11명이 첫모임을 하고 일지와 목록을 공유했다(간사 이혜경, 기록 김상화)
[김충환의 촛불일기] 무용지물 사드, 성주에 오다 (1)
[김충환의 촛불일기] 무용지물 사드, 성주에 오다 (2)
[김충환의 촛불일기] 성주대첩, 한반도 어디에도 최적지는 없다 (1)
[김충환의 촛불일기] 성주대첩, 한반도 어디에도 최적지는 없다 (2)
[김충환의 촛불일기] 관군의 출구전략, 제3부지론 (1)
[김충환의 촛불일기] 관군의 출구전략, 제3부지론 (2)
[김충환의 촛불일기] 관군의 출구전략, 제3부지론 (3)
[김충환의 촛불일기] 관군의 배신, 전열을 정비하다 (1)
[김충환의 촛불일기] 관군의 배신, 전열을 정비하다 (2)
[김충환의 촛불일기] 관군과의 협상, 진지를 구축하다
[김충환의 촛불일기] 끈질긴 투쟁, 적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