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의회, 성추행 서상국 의원 징계특위 결성 못하고 파행

김숙자 의장 불신임 안건 작성됐으나 자유당 의원들 반대로 상정조차 못해

21:34
▲2017년 10월 12일 열린 수성구의회 임시회에서 석철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수성구의회가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서상국 의원(무소속, 도시보건위) 징계를 위한 윤리특위 구성과 김숙자 의장(자유한국당) 불신임 안건을 두고 임시회를 열었지만,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12일 오전 10시 개회한 수성구의회 임시회는 20분 만에 휴정했다. 이후 8시간 동안 비공개 논의에서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서상국 의원 징계를 위한 윤리특위 구성에 잠정 합의하며 위원 선정까지 마쳤다. 그러나 김숙자 의장 불신임 안건 상정에서 의견 충돌을 일으키며 임시회를 시작하지 못했고, 오후 6시 20분 결국 산회했다.

의장 불신임 안건은 이날 임시회에서 김숙자 의장이 의장직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며 제기됐다. 김숙자 의장은 임시회를 열며 “추석 전 우리 의회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의원의 품위 유지를 손상해 언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데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라며 “수성구의회 의원 모두 뼈를 깎는 고민을 통해 자기성찰 했다. 다시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1일 구의원 10명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의장단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과 피해 의원에 대한 의장의 2차 가해 의혹을 이유로 윤리특위 심사 대상에 김숙자 의장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윤리특위 심사 대상을 서상국 의원으로 한정하고 김숙자 의장은 별도 의사표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12일 임시회가 시작되자 김숙자 의장은 의장직과 관련한 언급하지 않고 정회했고, 일부 의원들은 정회 상태에서 불신임 안건을 작성해 의회 사무국에 제출했다.

이날 상정하지 못한 불신임 안건에는 김숙자 의장이 가해자를 고발, 재발방지 대책 수립 시행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하지 않아 법을 위반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여러 의원이 건의했으나 거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을 중심으로 비공식 협의에서 법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신임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수성구의회 운영위원회는 회의진행이 어렵다고 보고 산회를 결정했다.

지방의회의 의장 불신임은 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을 때 재적의원 4분의 1이상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할 수 있다.

▲12일 오후 6시 20분 산회하는 수성구의회

오후 6시 20분 산회에는 김숙자 의장이 참여하지 않고 강석훈 부의장(자유한국당)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산회를 알렸다. 결국 이날 임시회에서는 서상국 의원 징계를 위한 윤리특위 구성도, 김숙자 의장 불신임 안건 표결도 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당초 윤리특위에는 황기호(자유한국당, 도시보건위), 조용성(자유한국당, 행정자치위), 김희섭(더불어민주당, 행정자치위), 김태원(바른정당, 사회복지위), 김성년(정의당, 사회복지위) 의원이 참여하기로 했다.

이날 임시회 파행을 두고 한 수성구의원은 “불신임 안건이 사무국에 접수돼 의안 접수 번호도 나왔다. 그런데 불신임 안건 상정 자체를 불명예로 생각하는 듯하다”라며 “불신임 안건을 반려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간을 달라고 하지만 절차대로 본회의를 통해 표결에 부쳐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상국 의원은 지난 18일부터 20일, 제주도 연수 기간 중 동료 의원을 성추행했다. 서 의원은 이후 피해 의원에게 돈 봉투를 전하는 등 2차 가해를 더해 문제를 키웠다. 김숙자 의장은 성추행 사건에 대해 “성인들이 술을 먹고 장난친 정도로 알고 있다”라며 언론에 밝혀 다른 의원의 반발을 샀다.

총원 20명인 수성구의회는 자유한국당 9명, 바른정당 4명, 더불어민주당 3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