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러 왔습니다”…7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상신브레이크 조정훈

'노조파괴' 상신브레이크 해고노동자 복직
"박근혜 치하였으면 재해고...촛불 없었으면 안 됐을 것"

16:19

“이 시간에 출근선전전하러 공장에 오다가,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니 이상하네요”

10일 오전 7시, 달성공단 상신브레이크 해고자였던 조정훈(43)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이 이른 출근길에 나섰다. 이날은 조정훈 수석부본부장이 상신브레이크로 복직하는 날이다. 지난 2010년 12월 파업으로 징계 해고된 후, 꼬박 6년 11개월 만이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서 출발한 그는 용연사 길을 따라 차로 20분을 달렸다. 아침 안개가 가시지 않은 길로 달성공단으로 출근하는 차들이 줄지었다. 약 7년 만에 출근길이 “되게 뭐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하다”던 그는 공장 앞에 도착하자 이내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7년 만에 출근길에 나선 조정훈 수석부본부장

지난 2010년 8월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파업 후, 상신브레이크는 그해 12월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 등 조합원 5명을 해고했다. 3개월 뒤인 2011년 3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조정훈 수석부본부장을 포함한 해고자 2명에게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정을 내렸고,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은 5명 중 4명에게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2013년 서울고등법원 판결 후, 지난 4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다. 복직될 거란 자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조정훈 수석부본부장은 “저랑 대용이 형은 황당한 게 지노위에서부터 이겨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어요. 사측이 무리하게 해고를 한 거죠”라며 “그래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창조컨설팅 문건에 법적 문제는 길어도 3년이라는 내용이 나와요. 창조컨설팅도 3년은 예상했는데, 두 배는 더 걸렸죠”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후에도 자택 대기, 정직 1개월을 거쳐 6개월 만에 출근할 수 있었다. 사측이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보할 때, 다시 해고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실제로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자문받은 만도(주)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해고자를 복직시킨 뒤 다시 해고하기도 했다.

조 수석부본부장은 “정권교체 없이 박근혜 치하였으면 바로 재해고였겠죠. 촛불이 없었으면 안 됐을 거에요. 노동청에서도 우리가 재해고되면, 문재인 정권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사측에 많이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달성공단 상신브레이크 앞, 조정훈 수석부본부장의 복직을 축하하는 조합원들

그는 상신브레이크 정문을 통과해 1공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정문 앞에는 민주노총대구본부, 금속노조 대구지부 조합원 20여 명이 조 수석부본부장의 복직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정문에서 경비 노동자는 그를 향해 “어떤 일로 오셨느냐”고 물었다. 아마 등록된 차량이 아니었을 거다. 그는 “여기 출근하러 왔습니다”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10분여 동안 짧은 환영식을 받은 조정훈 수석부본부장은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는 민주노조가 사라진 공장에서 다시 민주노조를 세우려 한다. 그는 “7년 동안 공장 안에 있는 분들도 많이 고생했을 거다. 조금 시간을 갖고 다시 민주노조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상신브레이크는 지난 2010년 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직장폐쇄를 하고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노조파괴를 시도했다. 직장폐쇄 기간 중 열린 총회에서 조합원들은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금속노조는 이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사측이 직장폐쇄 기간 중 조합원 노조사무실 출입 통제하고, 조합원을 개별적, 선별적으로 복귀시키는 등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했다.

▲7년 만에 복직한 조정훈(오른쪽)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이를 축하하러 나온 권택흥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가운데)과 정종희 금속노조 대구지부장(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