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연수 기간 동안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서상국 수성구의원(28일 자유한국당 탈당)이 돈으로 피해자를 회유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서 의원은 “병원비를 하라”면서 또 다른 B의원을 통해 성추행 피해자 A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 A의원은 돈 봉투를 의회 내 서 의원 사무실에 가져다주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거절 의사를 전했다. 본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돈으로 피해자를 회유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상국 의원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 연수 기간 중 A 구의원을 성추행했다. 서 의원은 사건이 불거진 후 지난 26일 김숙자(자유한국당) 의장과 강석훈(자유한국당) 부의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A 의원에게 공식 사과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 의원은 얼굴이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하지만 서 의원은 이후 언론 접촉에서는 사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행위 자체는 부인하고 있다. 서 의원은 27일 기자와 통화에서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고, 사과를 받아줘서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일단락됐다는 서 의원 주장과는 별개로 사건이 알려지면서 서 의원 사퇴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 대구시당과 우리복지시민연합은 28일 성명을 통해 의회와 당이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29일 성명을 통해 서상국 의원 사퇴를 비롯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 김숙자 의장 사퇴도 함께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서상국 의원은 본인의 성추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반성은커녕 피해 여성을 돈 봉투로 회류 하려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며 “자유한국당 수성구의회 의장의 저급한 성인식과 서상국 의원의 추태에 강한 분노를 느끼며, 의원직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회 내 일부 의원들은 윤리특위 소집을 통한 서 의원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김숙자 의장은 29일 오후 자신과 부의장을 포함한 확대 의장단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 의장이 사건 무마를 위해 피해 의원을 개별 접촉한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의회 차원에서 서 의원 징계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 구의원은 “의장 혼자서 사건을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이 없다. 부의장이나 운영위원장 정도가 도와서 사건을 풀 수 있을 텐데, 그분들이 사건을 합리적으로 풀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숙자 의장과 부의장, 운영위원장은 모두 서 의원이 몸담았던 자유한국당 소속이어서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할지는 미지수다.
피해자인 A의원 역시 자유한국당이 의회 내 다수를 점한 상황에서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갈 것을 우려했다. A의원은 “추석 연휴가 기니까 이 기간만 잘 지나면 유야무야 넘어갈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너무 괘씸하다”고 말했다.
한편 성추행이 친고죄 범죄가 아닌 만큼 경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수성경찰서는 현재까지 사건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진 않은 실정이다. 수성서 관계자는 “경찰이 인지 수사를 할 순 있지만, 일단 피해 의원이 직접 나와서 증언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본인 진술이 가장 중요한데, 본인이나 당에서 먼저 이야길 하면 경찰도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서상국 의원 본인이 의원직 사퇴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형사 고발을 통해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