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2016년 7월 13일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났다. 김충환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성주군민들이 벌인 투쟁을 매일 기록했다. <성주촛불일기-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 365일의 기록’>은 8월 15일 문예미학사에서 책을 펴냈다. 이를 매주 금요일 <뉴스민>에 연재한다.]
10월 2일(일) 82일째
15:00 제4차 투쟁위원회 회의를 했다. 군수의 집회장소 퇴거 통보에 대한 대해 군청마당에서 계속 집회를 하며 싸워나갈 것을 결의했다. 이완영의원의 좌파종북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키로 했다. 성주군은 평화나비광장에 관용차와 직원차량을 주차시키는 방식으로 집회를 방해했다. 다른 날보다 많은 6백여 명의 주민들이 나와 차량 사이사이에 앉아 촛불집회를 했다.
무엇을 좌선(坐禪)이라 하는가? 일체 걸림이 없어 밖으로 모든 경계 위에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좌(坐)며, 안으로 본래 성품을 보아 어지럽지 않는 것이 선(禪)이다. 무엇을 선정(禪定)이라 하는가? 밖으로 모양을 떠남이 선(禪)이고, 안으로 어지럽지 않음이 정(定)이다. 육조단경(六祖壇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앉아 있다고 다 좌선이 아니다. 앉아 있어도 경계에 꺼들리면 좌선이 아니다.
-13:00 부산지역 대학생 농활대와 간담회를 가졌다.
10월 3일(월) 83일째
10.4남북공동선언 9주년을 기념한 ‘사드배치 반대, 서해 평화 실현 인천시민평화대회’가 16:00 부평역공원에서 열렸다. 이재동 부위원장이 참석하여, “오늘이 매일 열리는 촛불집회 83일째다. 한 번도 촛불집회를 거른 적이 없다. 농사짓는 군민들은 사드문제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7월 13일 성주가 유력하다고 하자,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한 군민들이 많았다. 초기에는 성주만 막아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평화를 위해서는 이 땅 어디에도 사드가 필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주민을 막으려고 가족이나 지인을 동원해 압력을 넣거나 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18:30 성주성당(이강태 신부)에서 백남기 농민 추모 미사를 했다.
-제5차 투쟁위원회 회의를 했다.
10월 4일(화) 84일째
성주군이 평화나비광장을 폐쇄했다. 벌써 세 번째다. 8월 22일 군수가 국방부에 제3부지 검토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는 곧바로 폐쇄했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8월 23일부터 다시 개방했다.
9월 11일부터 주차된 차량을 방치했다. 촛불집회는 성주문화원 앞 인도에서 개최됐다. 안전 문제가 불거졌고, 9월 25일 성주군과 광장 사용에 합의했다.
제3부지가 발표되자, 10월 2일 다시 광장을 폐쇄했다. 군청 차고지와 성주문화원에 주차했던 군청 소유의 대형 덤프트럭, SUV, 대형버스를 광장으로 옮겨 주차했다. 고의적이다. 성주군은 협의를 하지 않았고, 합의를 어겼다. 성주군과 합의 당시 안정적인 집회 장소를 협의한 후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15:00 투쟁위원회는 성주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농성을 시작했다. 성주군청 총무과장과 성주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지면 그 모든 책임은 군수에게 있다고 마지막 통보를 했다.
군수는 기어이 성주 땅에 사드를 들이고자 하는가?
성산은 안 되고 초전은 괜찮은가?
성주 땅 곳곳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
군수가 버려도 되는 군민은 없다.
-10:30 TBC 제33회 “시사진단 쾌”에 출연하여 사드배치 관련 토론회를 녹화했다.
-15:00 군청광장 사수 기자회견 및 행정대집행 통고에 대한 릴레이 항의 농성에 돌입했다.
10월 5일(수) 85일째
집회 장소와 관련하여 군수와 두 차례 협상을 했고, (구)경찰서 주차장으로 이전한다는 합의를 했다. 합의내용에 대해 촛불집회에서 찬반 토론을 했다.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10:00 손소희 조직팀장, 김충환 위원장, 배윤호 위원장이 릴레이 항의농성을 했다.
-16:00 김성혜 교무, 배윤호 위원장이 집회장소 협의차 성주문화원장을 만났다.
-18:00 (구)경찰서 주차장으로 집회장소를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10월 6일(목) 86일째
14:00 주민 3백 명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제2차 사드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사드 상여를 앞세워 롯데골프장까지 행진했다. 발언을 했다.
초전도 성주다. 초전면의 외침이 대한민국에 울리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하다가 이제 핵 동결로 양보했다. 사드배치를 최종 결정하는 미국도 북한과 대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조금만 더 힘내서 싸우면 사드를 물리칠 수 있다. 투쟁위원회는 성산뿐만 아니라 초전 사드까지 함께 막아낼 것이다.<발언 중에서>
촛불집회에 주민 5백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장소를 (구)성주경찰서 주차장으로 옮기는 합의안을 추인했다. 노성화 단장은 합의안을 발표한 후 이렇게 말했다.
어제 민주적 토론을 했다. 투쟁위도 다시 회의를 거쳤다. 장소 문제에 커다란 에너지를 쏟았다. 중요한 것은 촛불을 얼마만큼 밝히느냐다. (구)경찰서 부지를 사드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보장받았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다시 군청으로 들어올 것이다. 군청 천막과 현수막은 우리가 정돈할 것이다. 촛불만 많아지면 우리 힘을 키울 수 있다.
-08:00 집회장소 협상으로 성주군의 행정대집행이 취소됐다.
-09:30 이재동과 함께 군수를 면담하여 장소 이전을 하루 연기했다.
-17:00 제6차 투쟁위원회 임시회의를 했다.
10월 7일(금) 87일째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청년들과 여성들이 천막과 모든 집회 물품을 (구)경찰서 주차장으로 옮겼다. 이제는 여기가 평화나비광장이다. 전교조 이영희 전 위원장이 성주투쟁에 대해 “위대한 성주투쟁, 오천년 역사의 관점에서 육필(肉筆)로 남겨야 된다.”고 했다.
역사는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록하지 않는 역사는 힘이 없어요. 저는 성주의 인간띠잇기 행사를 보면서 이 싸움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왜냐하면 어린아이들부터 할매, 할배들까지 모두가 하나 되는 투쟁이었기 때문이에요. 이런 싸움은 민주화운동 역사상 없었어요. 거기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있었어요. 전쟁의 불안감을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사랑의 정신이 있었기에 이 싸움은 오래가도 지치지 않고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 될 것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이 위대한 투쟁을 5천년 역사의 관점에서 육필로 남겨야 해요. 디지털 시대라서 종이책이 홀대받는 시대이지만, 이제는 문자의 깊이를 되찾고 우리의 위대한 투쟁을 눈에 보이는 연필의 기록으로 남겨야 해요.
-15:00 군수와 집회장소 협상을 완료했다.
10월 8일(토) 88일째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핵심고리만 부여잡고 가야 한다. 미국과 미군, 중국과 러시아, 정부와 국방부, 성주군과 관군세력에 대한 면밀한 동향 파악이 필요하다. 그리고 약한 고리를 찾아야 한다. 주민들의 분노와 의지, 김천과 원불교, 국민들의 지지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필요하다.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간파해야 한다. 그래야 핵심을 관통하는 전략과 전술이 나오고, 우리 편이 이길 수 있는 선(線), 전선(戰線)이 나온다.
-10:30 성주를 방문한 대구민권연대와 간담회를 했다.
-14:00 주민들이 성밖숲에서 36개 부스를 설치하고 제1회 평화촛불 프리마켓을 열었다.
10월 9일(일) 89일째
발언했다. 원불교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정신은 무엇인가? 이순신의 백의종군(白衣從軍)과 명량해전 승전(勝戰)의 비결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이순신 장군은 백의종군 후 명량해전에서 승전하기까지 오랜 준비를 했다. 경남의 각 고을을 거쳐 전남의 각 고을까지 직접 다니면서 군사를 모집하고 군량미를 비축했다. 이제 우리도 장기전에 대비한 투쟁의 근거지를 마련했다. 앞으로 촛불집회에 주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긴 투쟁을 대비해야 할 때다.
10월 10일(월) 90일째
백악관이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 10만 청원서명에 대해 “북한의 핵과 탄도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더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가능한 빨리 사드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한국과 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나 국방부와 미군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말만 되풀이했다. 백악관의 수준도 별거 아니구나! 그러나 우리는 10만 청원서명운동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상의 여론을 흔들었다.
11:00 성주 여성들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 대구지검 서부지청 앞에서 “술집하고 다방 하는 것들”이라고 한 군수 막말에 대해 자진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모욕죄 혐의로 1,040명이 연명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드를 반대하고 이 땅의 평화를 지키려는 우리의 정신은 지극히 온전하다. 술 팔고 커피 파는 이들도 세금을 내며 떳떳하게 사는 성주 군민이다.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아온 이들에게 ‘그런 것들’이라고 얕잡아 말하는 것은 심각한 반인권적 언사다. 김항곤 군수는 군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라!<기자회견문 중에서>
가천면 공무원들이 사드반대 현수막을 철거했다. 군수가 제3부지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로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군수 지시가 분명하건만 확실한 물증이 없다. 가천면장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11:00 투쟁위원회가 이완영 의원의 좌파종북 발언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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