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방문해 만 12세 이하 아이를 돌보는 ‘아이돌보미’.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3년 아이돌보미도 근로자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구고용노동청은 최근 아이돌보미를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013년 노동부는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인정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뒤, 아이돌봄 노동자들은 4대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대구시 수성구에서 아이돌보미 일을 하는 정현숙 씨는 4대보험료 납부 이후 한 번도 연차수당, 주휴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 대구에는 모두 800여 명의 아이돌보미가 있지만, 모두 같은 처지다. 정 씨는 지난해 12월 동료 아이돌보미 50여 명과 함께 대구일반노조에 가입했다.
지난 1월 대구고용노동청에 사건을 진정한 뒤 정현숙 씨는 4번이나 연장 통보를 받았다. 대구고용노동청은 3월 검찰수사지휘를 의뢰했고, 4월 대검찰청,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와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답변을 줬다. 8개월 만에 받은 결정문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9일 대구고용노동청은 아이돌보미의 연차수당,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에 따른 수당미지급 진정사건에 대해 “아이돌보미는?일부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른 수당미지급 등)법 위반 사실을 발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정현숙 대구일반노조 아이돌봄지회장은 “우리가 2013년 6월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그해 9월부터 4대보험료를 내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수당, 주휴수당 등을 받아야 하는데 하나도 못 받았다”며 “노동청에 못 받은 수당을 달라고 진정했는데, 우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서울 다르고 대구 다르고 도시마다 다르냐”며 하소연했다.
이에 20일 오전 대구일반노조는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이 대검찰청과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가 종합대책을 세운 후 나온 결과라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고용노동부 스스로 근로자성을 인정한 아이돌봄 종사자에게 이번에는 ‘근로자성 없음’을 통보해 법적 안정성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이돌봄 종사자의 근로자성 인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투쟁할 것을 선포한다”며 “비정규직 처우개선은커녕 근로자성조차 뺏어버리는 대구고용노동청은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정현숙 지회장은 “서울, 광주 다 아이돌보미는 근로자라고 하는데 대구만 아니라고 한다. 왜 아닌지도 저를 불러서 조사한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해석해 결정했다”며 “노동청에 다시 진정을 하던지 소송을 하던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이돌보미 사업은 지난 2006년 정부 시범사업으로 처음 시작됐다. 정부는 2012년 ‘아이돌봄 지원법’ 제정해 본격적으로 취약계층과 맞벌이 가족에 아이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