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완영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경북 고령·성주·칠곡)에 대한 5차 공판이 18일 열렸다. 이날 출석한 증인들은 불법 정치자금의 출처가 이완영 의원이라는 혐의를 더욱 굳게 만드는 증언을 했다.
이날 공판에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집행한 A(59)씨, 이완영 당시 후보의 수행비서 B(47)씨, 새누리당 고령 지역 면(面)책을 맡은 C(51)씨가 나왔다.
#불법 정치자금 살포자 A
“이완영 후보는 칠곡에서 인지도가 전무했어요. 지지도도 미미했습니다…정치 신인인 이완영은 특단의 대책이 있었어야 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장세호 전 칠곡군수의 참모 역할을 했던 A씨. 20대 총선에서는 장세호 전 군수의 아내이자, 당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조민정 씨를 돕던 A씨는 당 공천자로 이완영 씨가 뽑혔다는 것이 의아했다. 석호익 예비후보가 당 공천을 받았다가 여성 비하 발언으로 공천을 반납하긴 했지만, 이인기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들어보지 못한 의외의 인물이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밀어주던 후보가 공천받지 못했지만, 당원으로서 이완영 후보의 선거를 돕기로 했다. A씨는 칠곡 지역에 불법 선거자금을 살포하는 일을 도왔다.
칠곡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장 전 군수의 지지층이 강한 상황이었다. 인구수도 3개 지역 중 가장 많은 칠곡 표심을 얻는 것은 선거에서 결정적으로 보였다. 공천을 반납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석호익 후보를 이기기 위해 이완영 후보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검찰 증인신문
적발이 된다면 크게 처벌받을 텐데,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크게 처벌받을 줄은 알지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통상적으로 그렇게 합니다. 돈이 내려왔으니까 살포할 수 있고 일을 도우려고 나섰으니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ㄱ씨(김명석 군의원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 1천만 원을 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고 앞선 공판에서 증언한 증인)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7천만 원 받았는데, 200만 원 사용하고 나머지 선거운동 경비로 지출했지요?
A: 예
이 돈을 다른 사람에게 뿌리면서 1번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을 했지요?
A: 네
그 돈을 칠곡지역에 뿌렸는데, 선거 결과를 보니 돈을 뿌린 효과가 있다고 진술했죠?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A: 당시 상대 후보가 석호익 후보입니다. 19대 총선에서 지역에 출마해서 이인기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석호익 후보가 현직 의원을 월등히 앞서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칠곡에서는 석호익 후보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정치신인인 이완영 의원이 나와서 짧은 시간에 선거 운동을 하기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에게 많이 알릴 수 있는 게 뭐겠습니까.
#이완영 19대 총선 후보의 당시 수행비서
B씨는 성주 지역 토박이로, 김명석 성주군의원과도 가깝게 지낸 인물이다. 19대 총선 당시 매일 아침 이완영 후보 집 앞에서 대기하다, 함께 하루 일정을 소화한 뒤 칠곡의 선거 사무소로 복귀할 때까지 이완영 후보를 보좌했다.
B씨는 이완영 의원이 김명석 군의원과 칠곡 선거 사무소 내 밀폐된 후보자실에서 한 차례 이상 만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검찰 증인신문
이완영 후보자는 선거사무소에 가지 않는 방침으로, 선거 운동을 마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증인의 진술과 다른데요
B: 바로 집으로 간 적도 있지만, 들어온 적이 많다. 후보자는 선거 사무실에 들어와서 상황 분석도 해야 합니다. 일정이나, 대책 확인도 해야 하고…김명석 정치자금 소문은 선거 끝나고 입방아에 오르내렸습니다. 김명석 의원이 후보자실에 들어가 있는 걸 본 적 있습니다.
B씨의 증언은 김명석 군의원과 친밀한 관계를 부인하는 이완영 의원에게 불리하다. 지난 5월 15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이완영 피고인은 2012년 선거 기준 약 10년 전 한 번 다른 사람들과 (김명석 군의원을) 만난 정도라고 이야기한다”라며 “자주 만난 사실이 없다면서 증인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검찰은 “딱 한 번 만난 사이라면 그런 부탁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전)새누리당 고령지역 면책 C씨
현역 경상북도의원 친동생인 C씨는 불법선거자금으로 고령군 다산면 주민들을 만나며 400만 원을 뿌렸다.
C씨는 도의원인 형에게 받은 400만 원의 출처가 이완영 의원이라고 증언했다. 다만 이완영 의원 측에 돈의 출처를 직접 확인해봤느냐는 변호인의 신문에는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 증인신문
(형에게 400만 원의) 활동비를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C: 아직까지는 밥도 한 그릇 사고 하는 게 많더라고요. 선거운동 하면서. 부녀회 모아놓고 자리 만들어달라 이야기하고. 주로 밥을 사줬습니다.
이완영 후보자가 주는 돈이라는 걸 알았나요?
C: 네
불법선거자금인걸 알았지만, 새누리당에서 나오는 돈이라 문제 안 될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지요?
C: 네. 저도 당원이고, 공천받은 사람 도와준다는 입장에서 움직였습니다.
-변호인 신문
형인 도의원이 이완영 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선 경위를 압니까?
C: 그냥 도와달라고 하니까 도와준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형에게 400만 원을 받았지요. 밥도 한 그릇 사라고 했는데, 돈의 출처에 대해 들은 내용이 없어요?
C: 예
그런데도 400만 원의 출처가 이완영 의원이라는 건데. 이완영 후보 측에게 확인한 적은 있습니까?
C: 확인 안 했습니다. 어차피 공천받았으니까 저로선 당원으로서 일해야 하니까요.
2012년 19대 총선 고령, 성주, 칠곡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완영 의원은 50.49%를 얻어 33.37%를 얻은 무소속 석호익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당시 경북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16명이었고,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완영 의원은 영천 정희수, 포항 김형태 의원에 이어 경북에서 3번째로 낮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완영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다음 공판은 11월 6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