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은 청구대학과 대구대학을 강제로 탈취해 영남대학으로 합병하고 돈 한 푼도 낸 것 없이 막강한 권력으로 대학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박근혜가 권력을 행사하는 영남대를 이제는 시민의 것으로 되찾아야 한다”
(영남대의 전신 舊대구대학 설립자 최준의 자손 최염 씨)
영남대는 1967년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설립됐다. 항일·애국 등을 창학정신으로 삼은 이들 두 대학이 영남대로 통합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교주(校主)를, 1980년 박근혜 현 대통령이 재단이사를 맡는 과정에서 창학정신 훼손은 물론 여러 운영비리도 일어났다고 최염 씨는 보고 있다.
실제 1988년 11월 3일 당시 박근혜 영남대 재단이사는 영남대 부정입학 비리가 터지자 “신입생 부정입학 문제 등 최근의 사태가 돌아가신 분의 뜻을 빛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학교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며 불명예 퇴직한 바 있다. 관련 부정입학자 중에는 박근혜 이사의 최측근인 최태민 씨 친인척 등 관계자 2명이 포함되었다.
이후 20여 년 간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던 영남대는 2009년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이사 7명 중 4명의 정이사를 박근혜 씨가 추천한 것과 관련해 최염 씨는 “구악이던 박근혜가 또다시 영남대학의 전권을 쥔 사건으로 상식적인 틀을 벗어난 일이다. 이런 사람이 계속 학교에 관여하도록 하는 것은 영남대의 장래를 위해 매우 불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가 정이사를 추천한 것은 상지대의 판례 때문인데, 이것에 대해서 추후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근혜가) 정말로 대학에서 손 뗄 의지가 있다면 추천한 이사진은 모두 퇴진하고 새로 이사진을 뽑아야 한다”며 “영남대는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이 출연해서 만든 학교다. 그런 차원에서 서울시립대처럼 인재가 등록금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돼야 한다. 그것이 최준 선생의 유지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2시 경북대학교에서 ‘한국의 사학지배구조 형성과정 사례고찰’ 세미나가 한국대학학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날 최염 씨의 증언 외에도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한국사학 형성과정과 지배구조’를 주제로, 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는 ‘영남대는 누구의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했고, 유병제 대구대 교수, 정재형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의 토론도 이어졌다.
윤지관 교수는 “법적으로 박근혜 씨는 영남대와 무관하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운영에 개입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이 박정희 일가의 소유라는 의식이 지역사회에도 관습적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독재정부는 1963년 사립학교법을 만들어 사학재단을 보호하며 밀월관계를 형성했다. 이제는 학교 운영을 개인이 지배하는 방식이 아니고 공공적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는 “정이사 4명의 추천권을 박근혜 씨에게 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였다. 박근혜 씨는 설립자도 아니고 학교발전에 기여하지도 않았으며, 사재를 출연한 공로자도 아닌 입시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구재단의 이사 중 하나일 뿐”이라며 “대구대학과 청구대학 설립자 혹은 그 후손들에게 발언권을 줘야 한다. 이들은 영남대의 사회 환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재형 부소장은 “사립학교라는 우리사회의 큰 모순덩어리를 두고 우리사회가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상지대의 판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었는데, 소수의견이 5명이나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종전이사의 정식이사 선임에 대해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정체성 확보 대변하는 임무, 등에 적절한 자가 종전이사라는데, 비리, 불법, 부조리로 학교 운영에 지장을 준 종전이사에게는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