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비교섭단체 연설에서 대북특사 파견을 주문했던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순히 대북특사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제를 담느냐가 중요하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라든가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의 관심사가 아니다. 핵동결과 평화 보장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9시 대구시 수성구 수성관광호텔 마운틴홀에서 열린 릴레이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정미 대표는 “미국이나 우리 정부는 선 핵폐기 후 대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과 대화 국면이 열리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인권 차원에서 경제적 지원, 이산가족 이런 걸로 문제를 풀려고 했던 것은 북한 상황을 제대로 못 읽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 강국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니다”며 “핵을 우선 동결하고 폐기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너희들도 의무를 다 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북특사 파견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북핵과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당의 입장 차이에 대해 이정미 대표는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닌가 싶다. 핵실험 때문에 사드 배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는 7월 28일 ICBM 발사 이후 지시했고, 6차 핵실험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며 “대통령이 미국 다녀오고,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과정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여전히 한미동맹에 너무 얽매여 있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호혜평등’ 원칙을 강조했다.
이정미 대표는 “모든 동맹 관계는 호혜평등이 원칙이다. 한미동맹도 우리 실익에 맞춰 재조정하면 된다. 미국은 한미FTA 폐기하자고 했다가,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한다. 자국 이익 때문이다. 우리도 우리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이 해달라고 하는 걸 다 받아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해 이정미 대표는 “강력한 제재를 원했던 사람들에게는 김빠진 결과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강력한 제재 수단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으로의 유류공급을 30% 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강경 원안에서 전면적인 원유금수, 김정은에 대한 제재는 빠졌다.
이날 이정미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동의를 표하면서, 노동자도 경제 주체 일원이 될 수 있는 노동주도 성장을 강조했다. 또, 사회복지목적세 신설 등 증세를 통한 사회복지시스템 강화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국회의 정상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정미 대표는 “정당이 좋아져야 국회도 좋아진다고 하기 때문에 5년 전부터 정의당이 노력해왔다. 예전에는 진보정당이 어떤 이념을 대변한다고 했는데, 정의당은 우리를 통해서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다”며 “비정규직, 청년, 여성, 농민 등을 대변하고 싶다. 앞으로 정의당을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