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실망·허탈감 가득한 성주···“박근혜 사드, 문재인이 마무리”

박근혜-문재인 다른 듯 같았던 9월 6~7일 성주 소성리 현장
하루 전 통보, '종교 care팀' 운영, 경고방송으로 '보상' 언급은 다른 모습
부상 50여 명 발생···아찔한 상황 여럿, 경찰 강경 진압은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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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여러분, 여러분의 주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지원하겠습니다”

6일 오후 11시 40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이 본격적으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에 나서자 주민들은 화가 났다. 경고 방송에서 경찰이 ‘충분한 지원’을 언급하자 속이 터졌다. 한 번도 지원을 요구한 적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 핵실험을 핑계로 사드 강제 배치에 나선 것도 억울했다.

경찰 경고방송은 사드 발사대와 25톤 트럭 등 공사 장비 20여 대 반입이 끝난 7일 오전 9시께까지 18시간 동안 계속됐다. 발사대 반입은 7일 오전 7시 58분 시작됐지만, 주민들이 6일 오후 3시부터 마을회관 앞 도로를 막으며 경찰과 대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찰과 장시간 대치하며 부상자도 속출했다. 현장 의료진은 부상자 약 50여 명을 응급치료했다. 마음의 상처가 더 깊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새벽에 기습적으로 사드 체계가 반입된 데서 한 번, 문재인 정부에서 사드 배치를 완료한 것에 다시 한번 주민들은 상처를 받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국회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당선 이후에는 환경영향평가 등 국내법적 절차의 중요성도 강조했기 때문이다.

전 정부와 다른 점은 있었다. 하루 전에 통보했다는 점, 경찰 정모를 쓴 ‘종교care팀’을 따로 마련 한 점, 경찰 경고 방송 내용에서 ‘보상’을 언급한 점이다. 사드 배치는 하루 전 통보했지만, 주민 통제 작전도 같은 날부터 이뤄졌다.

종교care팀은 원불교나 천주교 등 종교인이나 종교행사를 통제하는 일을 맡았다. 이들은 천주교 미사에 쓰이는 제구나 원불교의 일원상 등을 따로 마련한 포대에 담고, 종교인을 둘러싸 도로 밖으로 내보냈다.

참가 시민과 경찰 모두 위험한 순간도 벌어졌다. 경찰은 6일 오후 11시 40분 경찰이 작전을 시작하면서 추락 위험이 생길 수 있는 도로 옆 작은 도랑 위로 거칠게 밀어닥쳤다. 시민과 힘 싸움을 하다 발을 헛디뎌 도미노처럼 10여 명이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박희주 김천시의원 등 시민 2명은 저지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이번 작전으로 남은 사드 발사대와 사드 체계 일부를 반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주한미군은 사드 1개 포대를 온전히 갖추게 됐다. 국방부는 7일 오전 “잔여 발사대 4기의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임시 배치를 완료했다”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서울사무소에서 10명, 대구사무소에서 6명을 투입해 현장 인권 침해 감시 활동을 벌였다.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장은 “작전을 빨리 완수시키기 위해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라며 “상호 부상자가 많이 생겼다. 심각하게 부상당할 뻔한 사람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백창욱 대구새민족교회 대표는 “문재인이 절차적 정당성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국회 비준 동의 이야기하더니, 환경영향평가 이야기하더니 다 X소리였다. 이제 끌어내리자”라고 울분을 토했다.

집회에 참여한 미국 시민 마틴(캘리포니아) 씨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슬프고 미안하다. 미국 정부는 원래부터 나쁜 정부라고 해도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주민들을 아프게 하는 일을 하다니 화가 난다”라며 “정부가 바뀌고 사드 철회 기회가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실망했다. 주민들이 느끼는 실망을 나도 느낄 수 있다”라고 슬퍼했다.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주민, 성주, 김천, 원불교 분들 사드 발사대 4기 들어가도 좌절하지 않겠다. 사드는 전쟁 무기다. 평화를 위해 5년이고 10년이고 투쟁할 각오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주투쟁위도 7일 성명을 통해 “박근혜 정부 하의 지난 4월 26일 사드레이더가 들어가더니 오늘 9월 7일 4기의 사드포대가 반입됐다. 해외 순방 중에 자국민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는 것은 박근혜 씨와 너무나 닮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것이 통치자의 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트라우마로 남고 있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는 분명 안팎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적폐를 청산하는 힘이 약화될 것이며, 임기 안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