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비정규직노조, 대구지검 앞 농성 돌입…“검찰도 노조파괴 공범”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 고소 2년 지났지만, 검찰은 묵묵부답

14:09

29일 오전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를 고소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부당노동행위 법정 다툼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오전 11시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도 공범이다.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를 당장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아사히글라스가 노조파괴를 진행하면서 벌인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에 대해 자료를 확보하고 5천 페이지의 조사 자료를 작성했지만, 검찰은 2년이 넘은 지금까지 증거자료를 손에 쥐고 기소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 서울행정지방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중노위 판정을 번복하고 사측인 아사히 손을 들어주었다. 행정소송 과정에서 검찰이 쥐고 있는 5천 페이지의 자료는 단 한 줄도 증거로서 법원에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5천 페이지의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증거자료를 손에 쥔 검찰이 법원에 증거는 제출하지 못하게 막은 채 법원 판단을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억지이며 해고된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끝내 무시하겠다는 의사 표시”라며 “검찰은 노조파괴의 공범”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 결성을 가로막는 여러 사용자 측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강력한 의지로 단속,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말대로라면 검찰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신속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대구지방검찰청 앞 농성에 돌입하는 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아사히비정규직회 조합원들은 대구지방검찰청 앞에 천막을 세우고,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검찰·법원 직원들과 잠깐 실랑이가 있었지만, 별 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검찰이 시간을 끄는 동안 아사히 측이 조합원을 상대로 고소한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해 수차례 집행유예와 벌금을 맞았다. 노조가 깨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검찰은 공범이다. 우리는 검찰이 기소할 때까지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 국가4산업단지에 입주한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는 토지 무상임대, 지방세, 관세, 법인세 감면 등 여러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등 부당한 처우가 이어지자 노동자 170여 명은 2015년 5월 29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조 설립 한 달이 지난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는 하청업체 GTS에게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문자로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렸지만, 이에 불복한 회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중노위 판정을 뒤집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들은 2015년 7월 21일 노동청에 고소한 사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와 불법 파견 수사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